영화 같은 인생

2021-01-05 · ART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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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영화 같은 인생을 꿈꾼다.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의 삶은 과연 그러했을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진가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철학을 다룬 영화, 그 속에서 작품세계 너머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영화 <에드워드> _ 에드워드 마이브릿지
사진 역사 초창기였던 1800년대 후반, 인간과 동물의 연속 사진을 선보였던 에드워드 마이브릿지(Eadweard Muybridge)의 삶과 예술을 다룬 영화다. 영화에서 그는 말이 달리는 연속 사진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것이다.”고 말한다. 과거에 그는 마차 사고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났고, 이후에 집착에 가깝도록 ‘움직임’이라는 행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영화는 사진가로서의 그의 삶뿐만 아니라 젊은 연인 플로라와의 사랑과 갈등에 관한 스토리도 담고 있다. 특히 영화 속 심리 묘사가 압권인데, 삶과 작업에 관해 진지하게 고뇌하는 마이브릿지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영화에는 이미지로만 접했던 연속사진의 촬영 과정이 롱 테이크로 담겨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마이브릿지가 작업에 들인 노력은 물론이고, 명성에 가려졌던 다양한 스토리가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영화 <영원한 순간> _ 마리아 라르손
가난하고 궁핍했던 현실 속에서 희망을 바라봤던 사진가 마리아 라르손(Maira Larsson). 영화는 20세기 초반 빈부격차가 심했던 스웨덴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영화 속에서 마리아는 알코올 중독자 남편과 끝없는 가난에 시달리지만, 복권 당첨으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녀는 상품으로 카메라를 받았고, 그것을 팔기 위해 방문한 사진관에서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바로, 사진관 내부에 빼곡하게 걸린 작품들을 보며 영화 속 마리아가 사진에 매료되는 것. 영화를 통해서 그녀가 사진에 대해 가졌던 실제 호기심과 세상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마리아 라르손은 하층민이나 아이들의 초상을 서정적이고 잔잔하게 표현한 사진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가 남긴 작품들처럼 영화의 빛바랜 색감과 평온한 분위기를 따라가면, 척박한 환경에서도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했던 그녀의 포용적이고 따듯했던 마음이 온전히 느껴진다.

 

 

 

 

 

 

 

 

영화 <조지아 오키프> _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근대 사진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그를 거론할때면 꼭 따라다니는 이름이 있다. 바로 미국의 여류 화가 조지아 오키프다. 유부남이었던 스티글리츠는 20살이나 어렸던 그녀와 관계를 맺었고, 조지아 오키프와 결혼 후에는 다른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기도 했다. 심지어 조지아 오키프를 촬영한 누드 사진을 공개하며, 그녀의 평판을 더욱 나쁘게 만들기도 했다. 20세기 초 세상의 편견과 맞서 여성이자 예술가로서 독보적 위치에 오른 그녀의 삶과 인생을 다룬 영화지만, 그 중심에 사진가 스티글리츠가 있었던 것. 동료 예술가이자 그녀를 사랑하는 남편으로서, 조지아 오키프의 성공을 조력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여러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영화 <라이프> _ 데니스 스톡
비 내리는 뉴욕 타임스퀘어를 걷는 제임스 딘(James Dean). 그의 사진은 아직까지도 그를 청춘의 아이콘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스타로 떠오르기 직전의 제임스 딘과 <LIFE> 잡지 소속 신인 사진가로 그를 촬영했던 데니스 스톡(Dennis Stock)의 만남과 우정을 조명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데니스 스톡의 노력과 안목이 없었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 제임스 딘이 과연 존재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제임스딘의 여행에 동행하며 인간적이고 진솔한 고민을 나누고, 배우나 스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를 대했던 데니스 스톡의 면모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2010년 타계한 데니스 스톡의 위대함 뒤에 진실하고 겸손한 태도가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마저 따듯해진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라는 제임스 딘의 명언처럼, 연기와 사진을 향한 두 젊은이의 열정, 고민, 방황이 담긴 영화가 마음 속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영화 <나이트 크롤러> _ 위지
밤이 되면 범죄 현장에 달려갔던 사진가 위지(Weegee). 그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사건 현장을 포착하는 작품 속 주인공의 모습이 실제 위지의 작업 방식과 그대로 닮아있다. 야심한 시각에 일어나는 사건 정보를 얻기 위해 경찰의 무전을 도청하거나, 범죄 현장에 빨리 도착하고자 뉴욕의 교통망을 모두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실제 위지의 성격과 달리 영화에서 그려지는 주인공은 성공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 인물로 그려진다. 사건 현장에 허락도 없이 들어가거나, 자극적인 장면을 담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변 인물들을 이용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캐릭터가 실제 위지보다 과장되긴 했지만, 화려함에 가려진 뉴욕의 민낯을 여과없이 포착했던 위지의 사진들, 작업 방식, 세상에 대한 그의 관점을 조금이나마 영화로 엿볼 수 있다.

 

 

 

 

 

 

 

영화 <뱅뱅클럽> _ 케빈 카터, 그렉 마리노비치 등 종군기자 4인
영화는 1990년대 남아프리카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시절의 긴박한 분쟁현장 속 사진가들을 조명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칼과 총이 오가는 비참한 상황에서 어떤 개입도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포토저널리스트들의 죄책감,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누군가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촬영하고자, 노출과 조리개 값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보는 이마저 복잡한 생각에 빠지도록 만든다. 한편, 영화는 실제 포토저널리스트 그렉 마리노비치(Greg Marinovich)를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에는 어리숙한 모습으로 분쟁 현장에 뛰어들지만, 점점 대담한 태도를 보이는 그의 행동은 취재를 위한 종군 사진기자의 마음가짐을 짐작하게 해준다. 분쟁의 잔인하고 비참한 상황을 전해야만 하는 포토저널리스트들의 생생한 모습이 뇌리에 박히는 영화다.

 

 

 

 

 

 

 


영화 <파리시청 앞에서의 키스 : 로베르 두아노> _ 로베르 두아노
사랑은 끝나도, 사진은 영원히 남는다. 이를 증명하는 사진가를 꼽자면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한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neau)가 있다. 그의 삶은 손녀 클레망틴 드루디유(Clementine Deroudille)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마치 로베르 두아노의 미술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사진작품과 그의 생전 가치관이 영화 속에 가득하다. 특히, 로베르 두아노가 고백하는 지난날의 에피소드와 유머는 영화의 백미다. 어린시절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작은 체구 덕분에 결정적 순간이나 험악해 보이는 야바위꾼 등을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는 농담 섞인 말, 그리고 파리 시청 앞에서 키스를 나누던 커플의 촬영 뒷이야기와 그들의 이후 근황까지 모두 담겨있다. 영화 속 로베르 두아노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가치관을 만나면, ‘인생은 짧으므로 용서는 빠르게, 키스는 천천히 하라’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영화 <애니 레보비츠 :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 _ 애니 레보비츠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촬영했지만, 정작 애니 레보비츠(Annie Leibovitz)의 개인적인 삶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4월 30일 국내에서 재개봉한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그녀의 생각, 작업 방식, 개인사가 여과 없이 담겨 있다. 아마도 그녀를 피사체로 만든 주인공이 친동생 바바라 레보비츠이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어린 시절 차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예술가가 되기 쉽다. 차창이 일종의 프레임이 되기 때문이다.”, “힘든 촬영과정은 잠시지만, 사진은 영원히 남는다.”라는 멋진 말에서, 전설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가치관을 읽을 수 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점은, 유명 사진가 이전에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절친했던 비평가 수전 손택의 죽음에 아파하는 모습이나 늦은 나이에 얻은 자녀들에 대한 단상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86분의 러닝타임 동안 애니 레보비츠의 삶을 따라가면 마음이 뭉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