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 Mental Images _ 앨리슨 잭슨

2021-01-07 · ART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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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 Voyeurism

엿보기, 훔쳐보기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증상. 주로 다른 사람의 성적인 활동을 바라보는 행위를 지칭할 때 사용된다. 성기를 보고 싶은 충동의 승화는 과학적 호기심, 예술적 창조성 그리고 일반적으로 호기심이 강한 성향으로 이끌 수 있지만, 그것의 억압은 성격 억제, 정상적인 호기심의 구속 등을 초래할 수 있다.

 

Trump Roulette

 

소탈하고, 인간미 넘친다는 연예인을 소개할 때 종종 ‘국민 OO’라는 표현을 쓴다. 아마 국민 대다수가 이러한 연예인에게 친밀감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이들과 한 번이라도 인사를 나눠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매우 극소수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 미디어와 SNS에서 본 이미지가 전부일 테니까. 비약하자면, 우리는 가상 공간에 묘사된 타인의 삶을 엿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앨리슨 잭슨의 <Mental Images>는 연예인, 더 정확히는 어떤 틈새를 통해 셀럽의 삶을 바라보는 작업이다. 그러나 사진 속 주인공은 실제 인물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섭외한 ‘OOO 닮은 꼴’ 시민이다(여담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닮았다고 하니 화를 낸 사람도 있었고, 실제 조지 클루니를 닮은 꼴로 착각해 섭외 요청을 했다가 심한 거절을 당한 적도 있다). 이후 그들을 분장하고, 연기하라고 지시한 다음, 촬영을 진행한다. 흔히 누군가에게 이미지가 안 좋은 인물을 연기해달라고 하면, 백이면 백 심한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닮은 꼴 시민’이 ‘메이크오버’ 되면, ‘그 사람’에게 빙의된 듯 완벽에 가까운 표정과 몸짓을 선보인다.”라고 앨리슨 잭슨은 말한다.

 

(왼쪽) Camilla as Keeler / (오른쪽) The Queen on the Loo

 

우리 모두 관음증적인 욕망과 함께 진짜가 가짜로,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 혼돈의 시뮬라크르 세상을 살아간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미지가 우상화, 유사 연애 감정 등을 수반하는 과정, 이미 여러 번 목격하지 않았는가. 허상을 소비하고, 누군가의 이미지를 신(神)처럼 믿는 것과 진배없다. 이 대목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사람에게 씌워진 이미지(인상)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이미지가 우리 마음을 반영하는 것일까, 우리 마음이 이미지를 반영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일까. 이와 관련, 앨리슨 잭슨은 “내가 작업했지만, 누가 실제 인물이고, 누가 닮은 꼴인지 간혹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라고 말한다. 진실을 아는 작가조차 헷갈릴 정도인데, 하물며 이미지에 종속된 우리가 진짜와 가짜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마치 교과서처럼 명쾌하다. 절대 현혹되지 말지어다. 종합하자면, 앨리슨 잭슨의 <Mental Images>는 관음증 형식을 차용, 무엇이라도 믿고 싶은 세상, 존재라는 믿음과 아우라의 혼동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고 할 수 있다.

 

Alison Jackson 관음증 형식을 통해 미디어가 만들어낸 유명인의 이미지와 보는 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영국 첼시예술대학에서 조각으로 학부 과정을, 왕립예술대학(RCA)에서 사진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다. www.alison-jackson.co.uk

 

(왼쪽) Gaga On Bin / (오른쪽) Hillary Scribbles On Tru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