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다 _ 한홍일

2021-01-13 · ART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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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꿈을 보았다 저 꽃 한 다발 내가 본 꿈이다. 꿈속으로 뛰쳐 들어가 은밀하게 주고받던 그 눈빛 한 점 들어내려 애썼다. 이 작업은 내가 꿈을 마주했던 그 순간의 기억이다."

 

 

단번에 눈을 매료시키는 사진도 있지만, 가랑비에 온 젖듯 천천히 스며드는 사진도 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를 연상케 하는, 꽃을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여느 사진과 달리 한홍일의 꽃은 신비스럽다. 보일락 말락 하는 수줍은 미소라고나 할까. 파스텔 색상과 핀홀 사진을 보는 듯 명징하지 않은 꽃의 형상이 아련함을 자아낸다. 이러한 그의 사진은 오랫동안 사색의 시간을 가진 뒤 대상과 교감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기록함으로써 탄생한다.

 

 

어떤 장르이든 간에 한홍일의 사진이 지향하는 것은 ‘내면의 표현’이다. 패션 포토그래퍼 시절, 전체적인 맥락에서 모델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정해진 답을 찾는데 집중하는 패션 작업 과정이 그를 옥죄었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가 바로 ‘꽃 사진’이었다. 마음의 목소리를 끄집어내 꽃에 투영하니 편안함에 이르렀고, 자신이 그토록 무엇을 찍으려 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됐다. 그것은 적나라하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스며 나오는 듯한 은은한 사람 내음. 한홍일의 사진이 왜 신비롭게 다가오는지, 왜 끌림이 느껴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홍일 1980년대부터 패션 사진을 촬영했다. 50세 되던 해 상업사진을 접은 뒤 개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추억이 담긴 빛바랜 듯한 그의 사진은 꽃과 그 주변 상황이 소통하고 있는 그들의 밀담을 들을 수 있는 순간 셔터를 누름으로써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