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받는 포토그래퍼’라는 지금의 수식어를 얻기까지 김재훈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알을 여러 번 깨트린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연 풍경을 좋아하지만, 기록하는 것을 즐기진 않는다. 그 순간의 감정을 사진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어렵게 다가와서란다. 하지만 겸허의 자세와는 달리 그의 사진은 보는 이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건축의 절단면과 ‘갑·툭·튀’한 식물을 보면, 겸손한 구도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입체감으로 인해 몰입도가 높다. 추측건대 김재훈의 특이한 이력도 여기에 한몫할 것이다. 그는 우포늪으로 유명한 정봉채를 사사하며 사진을 시작했다. 알게 모르게 풍경에 접근하는 태도를 익혔을 것이다.

김재훈의 카메라는 ‘알 수 없는 곳에서 어느 순간 불쑥 튀어나오는 매력을 지닌 대상’을 향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한 간판과 구조물, 구성주의를 연상케 하는 파사드,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식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사진은 그의 패션 화보와 결을 같이 한다. 김재훈은 70mm와 100mm 같은 망원 단렌즈를 사용해 원근감을 압축한다. 인물이든 풍경이든, 사진을 보는 동안 밀착해있는 레이어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곳을 샅샅이 파헤치는 느낌이다.

또한,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구성은 대상의 존재감을 부각한다. 보고 싶은 부분만 크로핑하는 것은 다분히 다큐멘터리적이고 영화적인 촬영 방식이다. 이는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패션 화보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게 사실. 김재훈은 누군가 정해놓은 ‘사진적 틀’에서 기인하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눈여겨볼 점은 이를 패션 화보에 병치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 시선이 분산될 것 같지만, 의외로 잘 어울려 사진 보는 묘미를 배가시킨다. 덕분에 브랜드가 궁금해지는 효과도 생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을 통해 모두 다 사랑하게 됐다고나 할까.
김재훈 ‘스튜디오 콘크리트’ 소속 패션 포토그래퍼. <Arena>, <Bazaar>, <GQ>, <Vogue>, <W> 등과 협업했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재훈은 지금까지 두 번의 개인전과 네 번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인스타그램(@kimjaeho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