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gar Daddies, Taormina, 2017

(왼쪽) Roses, Seoul, 2012 (오른쪽) Chandelier, Hawaii, 2013
곽기곤의 렌즈 앞에 서면 전문 모델은 물론, 근엄한 어른도, 스포츠 스타도 모두 천진난만한 존재로 탈바꿈한다. 덕분에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시간 속 인물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절로 흥이 난다. 더욱이 조명을 주로 정면에 배치하는 까닭에 얼굴이 꾸밈없어 보인다. 김현성, 김태은의 어시스트로 일해서 그런지, 그의 초기 사진은 두 실장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과하지 않은 몸짓’과 ‘낮은 채도’를 재현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근 몇 년 작업을 보면 날 것 그대로이면서 동시에 비비드한 색감으로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윌리엄 이글스턴, 필립 로르카 디코르시아 사진의 묘한 분위기가 겹쳐진다.

Reflection, Taormina, 2017

(왼쪽) Hilton Beach, Tel aviv, Israel, 2015 (오른쪽) Geommeolle Beach, Jeju island, South Korea, 2015
얼마 전 곽기곤은 ‘n/a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로케이션 촬영을 하며, 휴가를 즐기며 마주한 풍경을 그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사진들을 선보였다. 스튜디오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우중충한 날씨보다 햇빛 쨍쨍한 날을 사랑하고, ‘분위기가 겁나 싸한’ 유행보다 긍정·행복 바이브를 선호하는 그의 성향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의 여름 풍경은 스냅사진에 가깝고, 모래 작업은 국내외 해변의 모래를 스튜디오로 가져와 중형 카메라로 근접 촬영한 결과물이다. 추측건대 바다의 추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랜 시간 간직하고 싶었으리라. 특히, 모래 작업은 필름 입자, 점묘법 등이 떠올라 보는 재미가 있다. 곽기곤은 사진에 거창한 의미를 담진 않는다. 길 위에서 경험한 ‘기분 좋은 기운’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셔터를 누를 뿐이다. 사진은 아무리 달려봐도 계속 내 위에 있는 태양을 애써 피하지 않는 모양새다. 당장은 앞이 캄캄하지만, 도망가지 않고 맞닥트리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 밝은 미래가 보내온 눈 부신 빛 때문이었음을 피력하기라도 하듯이. 그의 칠(chill)한 바이브가 가져온 오늘의 사진처럼 말이다.
곽기곤 패션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중 한 명이자 바다를 사랑하는 서퍼다. ‘기분 좋은 기운’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가슴 뜨거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GQ>, <Vogue>, <W> 등의 매체와 협업했으며, <남산의 부장들> 외 다수의 영화 포스터를 촬영했다. 인스타그램(@kigon_kw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