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shington, D.C. Government charwoman, July 1942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한 흑인 소년이 강물에 빠진다. 수영을 못하는 어린아이를 물에 빠트려 목숨을 위태롭게 만든 범인은 세 명의 백인 소년이었다. 이 사건은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20세기 미국에서, 영화감독 겸 사진가로 활동했던 고든 파크스(Gordon Parks, 1912~2006)가 실제 경험했던 일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흑인에 대한 차별, 혐오, 비난으로 얼룩졌다. 흑인 학교를 다니던 그에게 담임교사는 “흑인이 좋은 일자리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니, 대학에 가는 건 그저 돈 낭비일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Washington, D.C. Grandchildren of Mrs. Ella Watson, a government charwoman (Children with Doll), July 1942
사진가 고든 파크스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흑인 영화감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감독이 되기 전 사진가로 경력을 시작했던 그는 “사진은 인종차별, 가난 등 잘못된 사회문제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라고 말하곤 했다. 20대에 우연히 잡지 속 사진을 통해서 처참하고 암울한 흑인들이 삶을 접하면서 그의 사진 인생이 시작된 것. 이후 사진을 독학했고, 자신이 살던 시카고 전역의 흑인들이 겪는 가난과 고된 노동이 이어지는 삶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기록했다. 그중 1942년 촬영된 ‘검둥이가 흑인이 되기까지(Negero to Black)’는 성조기와 흑인 노동자의 바닥 같은 삶이 대조되는 장면이다. 그런가 하면 백인 인형을 갖고 노는 흑인 어린이들의 사진도 인상적이다.

Untitled, Puerto Rico (Inauguration of Luis Muñoz-Marín), January 1949
영화감독을 넘나들면서도 그는 흑인 거주 지역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자전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1969년 영화 <The Learning Tree>에 이어서 1971년 <Shaft>를 통해 흑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영화감독이 된다. 할렘가의 범죄를 해결하는 흑인 사립탐정과 그에게 의지하는 백인 경찰들의 영화 속 모습이 당시 흑인 관람객들에게 사이다와 같은 시원함을 선사했다.

Washington, D.C. Young boy standing in the doorway of his home on Seaton Road in the northwest section.
His leg was cut off by a streetcar while he was playing in the street. June 1942
미국 에디슨 갤러리(Addison Gallery of American Art)에서는 예술가로서 그의 시작을 알린 초기 사진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 <Gordon Parks : The New Tide, Early Work 1940–1950>가 4월 26일까지 열린다. 사진, 영화 등 분야를 초월하며 흑인을 위해 다양한 작업을 시도했던 그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 <라이프(Life)> 잡지에서 그가 촬영했던, 백인 모델이 등장하는 패션사진도 공개된다. 그럼에도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던 위대한 예술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그의 삶과 예술이 전시장에 투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