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닉 사진의 탄생 과정 _ 오카마츠 토모키

2021-01-20 · ART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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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유독 거친 표면이 마치 무언가를 말하는 듯하다. 오카마츠 토모키는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를 연출해 촬영한 뒤, 석고를 바른 나무판에 이를 스티커를 부착하듯 전사하고 다시 손으로 벗겨내어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든다. 작가가 명명한 ‘데칼코마닉 사진’의 독특한 탄생 과정.

 

 

탄광소녀_27x40cm_transcribed photography on plastered wood panel_2019

 

오카마츠 토모키는 인적 없는 장소에 소녀만을 등장시켜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담는다. 강, 초원, 집에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은 평화로우면서도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하다. 자신이 이상향처럼 그리던 상상 속 세계를 연출해서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건물의 일부를 촬영하기도 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곳들의 극히 일부를 담아 비현실적이면서도 조형적인 이미지를 창조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오카마츠 토모키는 플랜비 프로젝트 스페이스의 전시 <비밀의 정원>을 통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공개했다. 독특한 프로세스를 시도한 작품이어서 더욱 눈길이 갔다. 사진이 아니라 오히려 회화처럼 느껴지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이미지가 나무판에 표현된 까닭에 질감은상당히 독특했다. 그의 작업과정에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카마츠 토모키는 자신의 작품을 ‘데칼코마닉 사진’이라고 명명한다. 석고를 바른 나무판에 스티커 부착하듯 사진을 전사하고, 손으로 벗겨내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데칼코마니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토록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을 시도한 것일까. 그가 주목한 장면들에 그 해답이 있다. 피사체가 가진 오래된 풍화의 느낌과 분위기를 사진에서 구현하기 위해서 ‘질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최상의 방법으로 나무판에 석고를 바르는 프로세스를 선택한 셈이다. 만약 그의 작품이 평범한 디지털 프린트였다면, 작업에 대한 호기심은 반감 되었을지 모른다. 그의 개인전을 기획한 임보람 디렉터는 “오카마츠 토모키는 비현실 같은 폐허나 소녀가 등장하는 허구의 세계를 창조함으로써 현실을 탈피하려는 성향을 드러내는 듯하다. 독특한 질감으로 탄생된 작품으로나마 작가의 작업세계를 느껴보길 희망한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을 통해, 데칼코마닉 포토를 위해 오랜 시간 투자하는 복잡한 과정이 마치 작가가 상상하는 이상 세계를 향한 하나의 의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카마츠 토모키 일본 구마모토를 기반으로 활동한다. 사진과 영상 위주로 작업하며, 최근에는 ‘데칼코마닉 포토’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이후에 폐허가 되었거나 철거 예정인 건물에서 주로 작품을 전시한다.

 

#1 나무판에 플라스터를 도포하다
인화지이자 캔버스 역할을 하게 될 나무판을 재단한다. 크기는 손바닥 정도로 작아야 하며, 가장 큰 경우에도 40cm를 넘지 않는다. 나무판이 너무 크면 이미지와 질을 의도했던 대로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단한 나무판이 준비되면 석고를 빈틈없이 바른다. 하얗게 칠해진 판은 인화지이자 도화지 역할을 하게 된다. 두께가 균일하지 않도록 일부러 거칠게 도포하는데, 이는 완성될 작품의 질감을 독특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도포 과정을 거친 뒤 하루정도 건조시킨다.

 

#2 전사할 사진을 준비하다
한쪽의 이미지를 다른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전사(轉寫)라고 한다. 데칼코마닉 사진을 만들기 위해 나무판에 전사할 사진 원본을 준비한다. 중요한 것은 사진의 재질이다. 인화지가 아닌 일반 종이에 프린트된 사진이 유리하다. 석고를 발라 놓은 나무판에는 일반 종이가 오히려 더 접착이 잘 되기 때문이다.

 

#3 나무판에 사진을 전사하다
프린트한 종이와 석고를 바른 나무판 모두에 접착제를 도포한다. 그리고 신속하게 사진을 나무판에 부착한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나무판과 종이 사이에 있는 공기를 빼내면서 세심하게 부착하는 것이다. 평소 풀을 바른 종이를 매끈하게 접착시키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그리고 접착한 나무판을 자연건조 시킨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6~8시간 건조한다.

 

#4 사진을 벗겨내다
오랜 시간 부착하고 건조한 사진을 조심스럽게 손으로 떼어낸다. 6~8시간 건조했지만, 완벽히 건조된 상태는 아니다. 완전히 건조시키지 않는 이유는 프린트된 사진 자체에 물기가 남아 있어야 나무판에서 부드럽게 떼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무판이 완전히 마른 경우라면, 손에 물을 묻혀 조심스럽게 벗겨낸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의도했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조금씩 벗겨낼수록 이미지가 또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 표면을 코팅하다
기존에 부착시킨 사진을 벗겨낸 후 마무리 과정을 진행한다. 바로 광택이 있는 코팅제를 발라 완성하는 과정이다. 완성된 작품은 보관에 주의를 기울인다. 다른 재질과 접촉될 경우 특유의 질감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