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암실작업 _사진가 원춘호
나의 첫 암실작업은 사진 일부를 버닝하고 마스킹(암실 합성)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일포드’ 인화지가 비싸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엘리드’ 회사 제품을 사용했다. 한 박스에 11x14인치 인화지 100매가 들어 있었다. 넉넉한 양을 보며 흐뭇했던 것도 잠시. 수없이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박스에 담긴 인화지가 온데간데 없었고, 그러는 사이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 첫 작업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이후에 암실작업에 재미를 붙였고, 흑백과 컬러 외에도 적혈염을 이용한 포스타리제이션(슬라이드) 작업도 시도했다. 슬라이드 필름과 인쇄용 리스 필름에 겹친 뒤 인화하는 작업이다. 두 장을 겹쳐서 인화하면, 피사체 색 중 붉은색을 제외한 부분은 검게 표현된다. 사진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지칠 줄 모르고 다양한 시도를 했던 그 시간들이 추억처럼 떠오른다.
비닐봉투에 얽힌 비밀 _사진가 유병용
지금이야 필름 현상이나 사진 인화에 관한 전문서적도 많고 온라인에도 관련 정보와 경험담이 즐비하지만, 불과 삼십 년 전만 해도 거의 도제식으로 배워야 했다. 장비와 시설 역시 매우 열악해서 필름 현상과 사진 인화 과정 모두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특히 추운 겨울에, 전지 이상의 대형 인화를 할 때 현상액을 비롯한 정지액, 정착액 등을 일정 온도로 유지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온갖 아이디어가 동원되는 고난도 작업이었다. 당시 내가 알고 지내던 K선생님은 흑백 인화의 달인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에게는 수온계가 필요 없었다. 그저 손가락 한 마디를 현상액에 넣으면 귀신같이 온도를 맞췄다. 어느 해 겨울, 급하게 대형 인화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항온기가 고장이 났다. 현상액 온도가 자꾸 내려가는데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할 수 없다. 싸자” 처음에 무슨 말씀인가 했다. 그러자 빨간 등불 아래서 두 남자가 바지를 내리고 비닐봉투에 소변을 담았다. 그다음 상황은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결국 그 날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지금도 작업실 한 켠에서 하얗게 먼지가 쌓이는 확대기를 보면 그때의 하이포 냄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