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라이플렉스 2.8F 플라나’부터 ‘핫셀블라드 503CX’ 그리고 ‘마미야 RB67’까지. 모두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모델로, 상태가 괜찮은 제품만 구할 수 있다면 실사용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한때 수백만 원을 호가했던 이 제품을 중고시장에서 구입한다면? 실제 오프라인 샵부터 온라인 매물까지 샅샅이 뒤져보았다.
충무로를 향한 이유
홈플러스나 하이마트에서 필름카메라를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디지털카메라가 대세인 오늘날, 필름카메라를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 위해서는 직접 발로 뛰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서울에서 필름카메라 거래가 가장 활발한 곳은 ‘충무로’와 ‘남대문’이다. 발품을 팔러 가기 전에 사진애호가들의 후기를 찾아 보았다. 그들은 남대문보다는 충무로를 조금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가격은 비슷하지만, 전문가와 마니아를 타깃으로 하는 매물이 더 많고, 관리 역시 더 잘된다는 후기가 많았다. 반면, 보다 대중적이고 입문에 적합한 필름카메라를 찾는다면 남대문에 매물이 더 많다고 전해진다.
이에 에디터는 충무로를 선택했다. 롤라이플렉스, 핫셀블라드, 마미야는 결코 대중적인 매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착한 충무로. 5번 출구로 빠져나와 골목으로 조금 걸어가자 카메라 숍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략 세어봤을 때 최소 20개는 넘는 듯 했다. 이 중 중고 필름카메라 취급점은 4할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암실약품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 수리 전문점, 총판 업체, 프로포토와 캐논 등의 브랜드 매장들이 대부분이었다.
매물도 가격도 천차만별
필름카메라를 취급하는 거의 모든 숍들을 방문했다. 웃으며 친절하게 맞이해준 곳도, 오든 말든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곳도 있었다. 의외로 특정한 매물을 중심으로 특화된 듯 보이는 매장은 없었다. 에디터가 조사중인 매물 세 가지를 모두 다 가지고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많게는 두 개, 적게는 하나도 없는 매장도 여럿 있었고, 같은 매물을 여러 개 보유한 곳도 있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롤라이플렉스 2.8F의 경우, 믿기지 않는 70만 원짜리 매물부터 다른 의미로 믿기지 않는 260만원짜리 매물까지 존재했다. 마미야 RB67의 경우 매장에 따라 40만원부터 80만원까지 두 배 차이가 났고, 비교적 편차가 적었던 핫셀블라드 503CX는 130만 원대부터 170만원 대까지 있었다. 에디터의 예상보다 매장별로 가격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났다.
시세 대비 지나치게 저렴한 물건이 있다면?
발품을 팔아 매물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턱대고 구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롤라이플렉스 2.8F의 경우 하자가 없다면, 70만원이라는 가격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카메라이다. 이처럼 저렴한 매물이 있어도, 대부분의 매장은 그 이유를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으려고 했다. 사용감이 많다는 말로 얼버무리기도 했다.
중형 필름카메라는 대부분 수십 년 이상 된 매물이다. 연식이 있는 만큼 100% 완벽한 매물이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주변 시세 대비 확연히 저렴한 매물은 일단 의심하는 게 좋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자 여부를 100%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스스로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방법 정도는 사전에 공부해갈 필요가 있다. 반면, 비교적 비싼 매물은 그 이유가 정확했다. 박스가 포함되어 있고 새 제품에 가까운 매물인 경우로 이들 대부분 가격대가 높다. 반면, 마운트 흔적조차 없는 완전 새 제품은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용자 부주의로 인한 고장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매장들은 일정기간 무상AS를 보장한다. 둘러본 결과, 보통 2-3개월 정도의 보증기간이 가장 많았고, 6개월 보증해주는 곳도 제법 있었다. 보통 촬영에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결함은 알아차리기 쉽지만, 렌즈 해상력 등은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찾기 힘들다. 따라서 구매를 결정했다면 보증기간까지는 실사용하면서 꼼꼼히 결과물을 점검해보기를 추천한다.
장점도 있지만 위험 부담도 따르는 ‘온라인 중고거래’
다음은 개인 간 거래와 비교해보기 위해 네이버의 유명 중고거래 ‘카페’와 장터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커뮤니티’ 두 곳의 매물을 조사했다. 조사하면서 느낀 점은 의외로 매물이 오프라인보다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롤라이플렉스 2.8F의 경우, 이 기사를 작성할 당시 최근 3개월간 고작 5개의 판매글이 올라왔다. 이마저도 대부분 판매된 이후여서 실제 구매 가능한 매물은 단 하나 뿐이었다. 가격대는 컨디션에 따라 135만원부터 210만원까지 형성되어 있었다. 핫셀블라드 503CX는 3개월간 6개의 매물이 나왔지만, 구매 가능한 매물은 역시 하나뿐이었다. 가격대는 대략 105만원부터 125만원까지였다. 반면, RB67은 3개월간 10개로 비교적 많은 매물이 포진하고 있었고, 거래 가능한 제품도 제법 있었다. 가격대는 20-40만 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공통적으로 오프라인 숍에 비해 약 30-50% 가량 저렴했다. 최근까지 실사용 하던 기기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정비가 잘 되어 있는 기기들도 많이 보였다. 매물을 기다리는 수고로움과 보증과 사기에 대한 위험부담을 안고갈 자신이 있다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중고거래가 더 괜찮아 보인다.
중고거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에는 늘 사기꾼이 도사리는 법이다. 약 15년 동안 수십 개의 매물을 중고로 거래해본 에디터에겐, 사기를 안 당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우선 ‘삽니다’라는 키워드로 글을 올리지 않기를 추천한다. 사기꾼들은 자신의 아이디를 노출시키기 싫어한다. 게다가 삽니다 글은 저렴한 매물을 찾는 사람일 확률이 높으므로, 사기꾼의 제 1 타깃이 된다. 실제로 삽니다 글을 올리면 매력적인 매물을 갖고 있다는 톡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기꾼은 왜 문자가 아닌 톡으로 메시지를 보낼까? 통신사와 직접 연결되는 문자는 개인정보이므로 신고 시 덜미가 잡히기 쉽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판매 게시글의 연락처에 카카오톡 아이디가 게시되어 있다면 그 매물은 거래하지 않기를 권한다. 하지만 중형 필름카메라는 워낙 마이너한 장르이다 보니 사기꾼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팝니다’로 올라온 게시글은 실제 매물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판매자의 예전 게시글을 보고, 신뢰할 만하다 판단되면 선입금 후 택배거래를 해도 대부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아, 물론 입금 전 ‘더치트’라는 사이트를 통해 사기 이력을 조회하는 과정은 필수다. 그럼에도 택배보다는 직거래를 더 추천한다. 사기의 위험보다는 중형 필름카메라의 특성상 하자가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 중고거래는 반품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금액을 넘기기 전 미리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정도 원칙만 지킨다면 개인간 거래도 문제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