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계 역사 속으로

2021-02-17 · TECH_KNOWHOW

대표 이미지

 

최초의 노출, 찰나를 위한 8시간
우리는 최초의 사진술을 ‘다게레오 타입’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게레오 타입은 최초로 실용성을 인정받은 사진술일 뿐, 최초의 사진술은 아니다. 다게레오 타입 이전에도 여러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로 노출을 주어 상을 기록한 사진가는 토마스 웨지우드(Thomas Wedgwood)다. 그는 카메라 옵스큐라와 질산은을 이용해 상을 형성했지만, 정착에는 실패했다. 그가 1800년대 초반 개발한 사진술 ‘선프린트’는 현상 후 어두운 곳에서 잠깐 상을 볼 수 있었지만 금세 까맣게 변해버렸다. 그가 얼마나 노출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다 최초로 상을 고정시키는 데 성공한 사진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니엡스(Joseph-Nicephore Niepce)다. 그의 사진술은 ‘헬리오그래피’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그는 1827년경 드디어 8시간의 노출 끝에 세계 최초의 사진인 ‘르 그라의 창에서 본 조망’을 만들어냈다. 이후 발명된 다게르(Louis-Jacques-Mande Daguerre)의 ‘다게레오타입’에 의해 노출 시간이 수분까지 줄어든다. 이후 1851년 아처(Frederick Scott Archer)가 ‘콜로디온 습판법’을 개발해 노출 시간을 20초 내외까지 줄였고, 1871년 메독스(Richard Leach Maddox)가 발표한 ‘젤라틴 건판법’과 1875년 베네트(Bennett)가 개발한 고감도 건판에 의해 1880년대 들어 노출 시간은 수천 분의 1초까지 가능해진다.

헬리오그래피로 만들어진 최초의 사진 ‘르 그라의 창에서 본 조망’은 자그마치 8시간의 노출을 주어 완성되었다.

 

 

 

초창기 사진은 어떻게 노출을 측정했을까?
젤라틴 건판법이 성행하기 이전인 1870년대 이전까지는 노출 측정 체계가 자리 잡지 못했다. 이전의 사진은 감광판을 사진가가 직접 준비해야 했고, 판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판에 도포하는 화학 물질의 종류와 양에 따라 감도가 달라졌다. 따라서 노출에 대한 보편적인 시스템이 확립되기 어려웠다. 당시 사진가들은 자신만의 차트와 프로세스를 연구해서 노출량을 결정했다. 젤라틴 건판법이 생겨난 이후 공장에서 감광판이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판에 있어서 정확한 감도 체계는 없었으며, 그저 ‘일반’, ‘고속’, ‘초고속’ 등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이었다. 감광판의 보관 방법에 따라 감도가 미세하게 달라졌기 때문에, 그 때 역시 경험을 통해 사진가 본인만의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이러한 방법론은 오늘날에도 노출계가 내장되지 않은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BDE(Basic Daylight Exposure, Sunny 16 rule) 시스템이 있으며, 이에 따르면 맑은 날 직사광에서 F16을 기준으로 1/ISO초로 설정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밝기를 확보할 수 있다.

젤라틴 건판법에 이르러서야 공산품 감광판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감도 규격 확립, 노출 체계화 위한 첫 발걸음
1880년대 공산품의 건판이 성행하면서 감광재료의 감도를 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다. 먼저 폴란드의 워너케(Leon Warnerke)는 정제된 환경에서 불타는 마그네슘의 빛에 의해 감광되는 사진판을 이용해 노출 시간을 측정했다. 그가 감광하는 판은 25개의 번호가 매겨져 있었고, 이 번호는 노출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감광재료의 속도를 측정하여 수치화했고 뒤에 °W라는 표기를 붙였다. 각 숫자는 1/3의 속도 증가를 나타냈다. 이는 추후 1890년 허터(Ferdinand Hurter)와 드리필드(Vero Charles Driffileld)에 의해 ‘H&D 시스템’으로, 1894년 샤이너(Julius Scheiner)에 의해 샤이너그레이드(Scheinergrade) 시스템으로 발전되었다. 이는 추후 1932년 재정된 독일 DIN 규격의 근간이 되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1933년 웨스턴(Weston)규격이 발표되었고, 이는 1943년 재정된 ASA 규격의 근간이 된다. 이후 이 규격은 1974년 ISO 표준으로 통합된다. ISO는 ASA와 DIN을 함께 표기하는 게 원칙이지만, 오늘날의 디지털카메라에는 거의 ASA만 표시하고 있다.

 

ISO 감도는 현재 ASA로만 표기하는 방법이 익숙하지만, 원칙적으로는 ASA와 DIN 두 규격을 함께 표시해야 한다. ASA 2배 증가는 DIN 3 증가와 동일하다.

 

 


노출 측정 시스템의 첫 등장
가장 초기 형태의 노출 측정 시스템은 1825년 개발된 악티노미터(Actinometer)다. 천문학자이자 사진학자였던 허셀(Sir John Herschel)에 의해 발명되었다. 그는 일조량을 체크하기 위해 민감한 감광지를 사용했다. 인화지가 어두워지는 시간을 이용해 휘도를 체크한 것으로 발명된 지 한참 지난 189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악티노미터가 성행하기 이전에는 간단한 테이블 장치를 이용해 빛의 양을 체크하곤 했다. 이 장치에는 ‘계절 및 시간 조건, 날씨, 주제 유형(바다, 산), 감광판의 속도’ 등의 변수를 입력할 수 있었다. 이들을 조합해서 적절한 노출을 예측하는 시스템이었다. 감광판의 감광 진행 속도가 변수로 들어간 만큼 젤라틴 건판법 이후 성행했으며, 위도가 변수로 포함되지 않았기에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 가능했다. 이는 오늘날 필름설명서에 간략한 가이드로 제공되는 노출표의 기원이 되었다. 이후 1920년부터 약 10년간 소상식 노출계(Extinction meter)가 성행했다. 각기 다른 불투명도의 셀룰로이드 창뒤에서 노출계를 눈으로 보면서 빛의 양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빛의 양을 빠르게 관측할 수 있는 편리한 도구였지만, 30초 이상 보고 있으면 눈이 해당 빛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에 사용이 어려운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었다.

 

계절, 시간, 감광판 속도 등의 변수를 입력해 노출을 측정하는 테이블 장치 ‘악티노그래프

 

간단한 테스트 노출을 통해 노출을 측정하는 ‘악티노미터

 

\

시각에 의존해 빛의 양을 예측하는 ‘소상식 노출계’

 

 


측광소자 결합은 노출 측정의 혁명
빛의 양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측광소자를 이용한 노출계는 1930년대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노출계를 입사식과 반사식으로 구분한 때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셀레늄 셀을 측광소자로 사용했다. 오늘날에도 흔히 구할 수 있는 클래식 카메라 윗부분에서 바늘 게이지 형태로 볼 수 있는 노출계다. 노출계의 측광소자에 빛이 닿으면 전기신호로 변환되고, 이 전기신호의 양에 따라 마치 저울처럼 바늘이 움직인다. 사진가는 이 바늘이 가리키는 표시를 보고 적절한 조리개, 셔터스피드, 감도 값을 예측할 수 있다. 셀레늄 셀 소자는 감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 측정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상용화 된 노출계 중 유일하게 외부 전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오랜 기간 사랑받는다. 아울러 그 유명한 존 시스템 역시 이 시기에 개발된다. 정확한 노출 측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사진 톤을 체계화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기도 했다.

 

셀레늄 셀 노출계를 장착한 카메라. 중앙의 슈 부분을 보면 노출계를 확인할 수 있다.

 

셀레늄 셀 소자를 사용한 외장형 노출계. 반사식과 입사식 겸용이다.

 

 

 

EV, 셔터스피드와 조리개의 상관관계를 규정
노출의 물리량을 수치화해 체계화한 EV시스템은 1950년대 중반 독일의 셔터 제조업체인 프리드리히 데켈(Friedrich Deckel)에 의해 도입된다. 그들은 셔터속도와 조리개 값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노출량을 EV라는 단일 수치로 대체했다. 예를 들면 F16과 1/125초의 조합을 EV15로 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셔터가 탑재된 렌즈의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값 조절 장치를 연결시킴으로써 하나를 변경하면 다른 하나가 자동 조절되도록 만들었다. 노출 세팅을 보다 쉽고 빠르게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드는 혁신적인 구조였다. 오늘날 카메라에서 사용되는 반자동 노출모드도 이에 기인한다. 하나의 세팅을 조절하면 다른 하나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반자동 노출의 시초가 바로 EV시스템인 셈이다. 이 시스템의 활용을 계기로 조명 조건에 따른 예측 EV 값을 나타낸 표가 사진가들 사이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 표에 따르면 해질녘의 EV는 ISO100 기준 12로 설정하면 된다. 이후 EV시스템은 보다 복잡한 APEX시스템으로 발전했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현재 APEX는 EV시스템과 동일한 의미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EV 표시기가 있는 렌즈. 이를 활용하면 셔터스피드와 조리개의 빠른 설정 변환이 가능하다.

 

 


오늘날의 노출계가 있기까지
1960년대 셀레늄 셀 소자는 보다 우수한 황화카드뮴 셀로 대체된다. 황화카드뮴 셀은 외부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셀레늄 셀 대비 감도가 높아 어두운 곳에서의 측광이 용이했다. 또한 셀레늄 셀보다 작게 만들 수 있어 카메라 내부에 설치할 수 있었다. 렌즈를 통과한 빛의 양을 측정하는 TTL 노출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필터에 따른 노출차이를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이후 황화카드뮴 셀은 오늘날 사용되는 실리콘포토 다이오드로 대체된다. 실리콘포토 다이오드는 응답속도가 1/30,000초 정도로 매우 빨라서, 플래시의 노출까지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감도가 매우 높아 어떠한 환경에서도 노출 측정이 가능하다. 이후 보다 넓은 측광 범위와 빠른 응답속도 그리고 더 안정적인 측정이 가능한 갈륨포토 다이오드가 등장했지만, 실리콘포토 다이오드 역시 충분히 우수하고 단가가 더 저렴하므로 현재 두 측광소자가 함께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의 외장형 노출계. 반사식과 입사식이 동시에 가능함은 물론, 고속동조로 발광하는 플래시까지 측정할 수 있다.

 

 


 

 

노출계 역사 요약

 

1890년대 이전 악티노그래프
조건들을 입력해 광량을 확인하는 티노그래프가 성행

 

1890년대 H&D·샤이너그레이드 시스템
공산품 건판이 성행하며 감도 규정에 대한 움직임 시작

 

1890년대-1920년대 악티노미터
민감한 감광지를 사용하여 광량을 확인하는 악티노미터 성행

 

1920년대 소상식 노출계
시각에 의존해 빛의 양을 예측하는 노출계 성행

 

1930년대 셀레늄 셀 노출계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양을 측정하는 노출계의 등장

 

1932년 DIN
1/3스톱에 1° 차이 나는 독일 감도규격 탄생

 

1943년 ASA
1스톱에 2배 차이 나는 미국의 감도규격 탄생

 

1950년대 EV시스템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값의 상관관계가 시스템으로 규정

 

1960년대 이후 측광소자의 발전
CdS, SPD, GPD 셀의 등장으로 오늘날의 노출계 완성

 

1974년 ISO
ASA와 DIN을 함께 표기하는 국제 감도규격 탄생

 


 


실전 노출이 어려운 사진가를 위한 노하우
완성형에 가까워진 오늘날의 노출계는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 마냥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 속에 자리매김했다. 스마트폰으로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을 켜고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에도, 24시간 돌아가는 범죄 예방용 CCTV에도, 운전자의 안전한 후진을 보장해주는 후방 카메라에도. 카메라가 작동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노출계가 개입한다. 이렇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다보니, 사진에 막 입문하는 사람들은 노출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의 노출계는 완성형에 가깝지만, 완성형은 아니다. 초보 사진가들이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카메라에 노출계가 장착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이에 대한 특성을 확실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카메라가 품고 있는 반사식 노출계
노출계는 반사식과 입사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반사식 노출계는 피사체에 한 번 반사되어 나오는 빛을 측정하는 방식이며, 입사식 노출계는 피사체에 조사되는 빛 그 자체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카메라 내부에는 이 중 반사식 노출계가 탑재되어 있다. 반사식 노출계는 촬영하는 자리에서 측정이 가능해 편리하며, 카메라 내부에 탑재하면 필터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오차 값을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피사체에 반사되어 나오는 빛을 측정하는 탓에 부작용이 따른다. 세상의 모든 피사체는 고유의 색상을 가지고 있고, 이 색상은 빛의 어떠한 파장을 얼마나 반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검정색 가방이 검정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빛을 조금만 반사하기 때문이고, 하얀색 스웨터가 하얗게 보이는 이유는 빛을 많이 반사하기 때문이다. 반사식 노출계는 이러한 피사체의 반사율을 계산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반사식 노출계는 세상의 모든 피사체들이 가지고 있는 평균 반사율이라고 연구된 값 18%를 기준으로 노출값을 제시한다. 반사율 5%의 검정색 가방을 찍을 때 밝게 촬영되는 이유는 카메라 내장 노출계가 가방의 반사율을 18%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이고, 반사율 85%의 하얀색 스웨터를 찍을때 어둡게 촬영되는 이유 역시 18%를 기준으로 노출을 측정했기 때문이다


반사식 노출계의 한계를 극복하라 !
카메라 내장 노출계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다.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카메라는 반사식 노출계의 오차를 바로잡기 위한 노출보정 기능을 제공한다. 노출보정은 자동노출모드(A, Av, S, Tv, P 등)를 사용할 때, 실제 측정되는 노출값보다 더 밝게 혹은 어둡게 촬영하는 기능이다. 다른 노출 설정 값과 마찬가지로 스톱 단위로 조절할 수 있으며, 밝게 촬영하면 실제 노출량이 늘어나게 세팅되고, 어둡게 촬영하면 반대로 줄어들게 세팅된다. 방법은 가능하다. 카메라마다 조금씩 조작법이 다르지만, 자동노출모드 상태에서 특정 다이얼을 돌리는 방법으로 대부분 가능하다. 다이얼을 돌리면 노출지시계가 +혹은 -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방향에 있으면 사진이 더 밝게 촬영되고, - 방향에 있으면 어둡게 촬영된다. 그렇다면 이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한 번에 노출을 맞추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촬영→리뷰→노출보정→재촬영’ 프로세스를 권장한다. 리뷰할 때에는 결과물의 화면을 보면서 노출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보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히스토그램으로 판단하기를 추천한다.


리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동성을 요구하는 촬영이거나, 필름카메라를 사용한다면 측광을 이해하고 결과물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측광은 실제 촬영되는 화면 안에서 어떤 영역을 측정할 지 결정하는 기능이다.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측광에는 ‘평균측광’과 ‘스팟측광’이 있다. 평균측광은 촬영되는 화면 전체의 평균값을 내어 노출을 계산한다. 이를 활용하는 경우, 화면에 전체적으로 밝은 피사체들이 많이 있다면 +로 보정하며, 반대의 경우는 -로 보정하면 된다. 스팟측광은 조금 더 어렵다. 각 색상별 노출보정 값을 미리 숙지해두어, 특정 피사체를 중심에 놓고 노출고정(AEL) 한 후 숙지한 보정 값을 입력해 촬영하는 프로세스다. 좋은 카메라를 사용할수록 스팟측광의 중심부 영역이 작아지므로,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카메라가 지원하는 스팟측광 영역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에디터 | 오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