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결지의 소멸 과정
전리해


매일 지나가는 길목에 성매매 집결지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2015년 당시, 전리해는 대구 집창촌인 ‘자갈마당’ 주변에 있는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밤이 되면 주변에서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과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다소 기이하고 낯선 풍경은 그녀로 하여금 새삼 자갈마당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사진 속 낡은 공간과 좁은 방, 그리고 철거 후의 상황이 사진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녀의 작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호랑이 그림을 촬영한 사진이다. 이 그림을 현장에서 발견한 작가 역시 생경함을 느꼈다고 한다. 본래 호랑이는 혼자 사는 동물인데, 수십 마리가 무리를 지어 있는 그림 속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동료 예술가이자 소설가인 김경호의 글은 집결지 여성들이 호랑이와 닮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저 많은 아이를 가둬 놓으면 저 아이들은 뭘 먹고 살았을까. 이제 다 풀어 놨으니 저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한편, 그녀 작업에는 어떤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가구, 물건, 철거 과정과 이후의 흔적만 담겨 있을 뿐이다. 그 이유에 대해 작가는 “그들의 흔적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것도 사진의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찮은 사물을 담는 것뿐이다.”라고 설명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존중하고 세심하게 지켜봤을 그녀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리해의 작업은 2019년 자갈마당의 철거와 함께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밤에는 낮처럼 일하고, 낮에는 밤처럼 자야 했던 그녀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자갈마당은 사라졌지만 전리해의 작업은 사회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그녀들을 위로하는 듯하다.

홍등가의 일상성
장용근


페미니스트, 일반 남성, 성매매 종사자 등 각자의 입장에 따라 성매매라는 행위와 그 장소에 대한 생각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사진가 장용근은 이 지점에 주목했다. 그는 건조하고 무심한 시선으로 집결지를 담았다. 그 공간이 쉽고 단순하게 판단될 수 없는 곳임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가 이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우연이었다. 당시 도시의 특징들을 수집하기 위해 방문했던 곳들 대부분이 집창촌을 품고 있었다. 그것을 계기로 원주, 청량리, 대구, 전주에 위치한 집결지를 방문해 그곳 사람들을 설득하고 촬영했다. 그렇게 탄생된 작업이 <보고서>, <보이지 않는 노동>이다. 그의 사진은 소재 때문에 얼핏 자극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은 사진가의 감정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가지런히 놓인 하이힐, 빈 방, 그리고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뒷모습 등. 낮과 밤 시간이 동시에 담겨 있고, 인물의 특정 표정이나 행위는 촬영되지 않았다. 덕분에 그의 작업은 집창촌의 일상성을 그대로 표출시킨다. 다만 노골적인 요소가 은연중에 등장할 뿐이다. 가령 ‘요금은 선불입니다’라는 표시나 벽에 부착된 여성의 누드사진이 그 예다. 미술사학자 백승한은 “평범한 듯 보이는 장용근의 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비판적 수용과 비판적 거리두기, 혹은 무심히 바라보기와 적극적인 판단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게끔 한다.”라고 했다.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집창촌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어쩔 수 없이 머물러야 했던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곳에 남겨진 흔적들
안종현


안종현의 <붉은 방>은 집창촌의 일반적인 모습과 대조되는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분홍색 조명, 특유의 들뜬 분위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버려진 구두, 주인을 알 수 없는 물건들과 사진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뿐이다. 그는 용산참사 발생 2년 뒤인 2011년 현장을 방문했을 때 그 주변에서 집창촌의 흔적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평범하고 예쁜 벽지, 귀여운 신발들 때문에 누군가의 방에 들어온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이 이미 철거된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에는 황폐하고 쓸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폭력과 비극으로 상징되는 참사 현장에 성매매 집결지가 있었고, 그곳에 거주하던 여성들 역시 개발과 성이라는 욕망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 물건들이 저마다 애처롭게 다가왔다고 한다. “대상들을 우아하게 찍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말이 이를 대변해준다. 결과적으로 그의 작업은 여성들에게 가해졌을 폭력성,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오만함을 떠올리게 만든다. 버려진 물건이 증명하듯 여성들은 어디론가 떠나버렸고, 그가 촬영한 장소 역시 이제 아파트로 바뀌었다. 개발과 욕망이 낳은 비극이 무엇인지 그의 작업은 되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