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을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은 포스터로 사용된 김석의 ‘찬란한 나르시시트의 모순된 증명들’ 때문이다. 설치된 사진을 보면 남성의 눈 대신에 확성기가 설치되어 있고, 헛웃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외형 때문에 유쾌하기만 한 작품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삶의 행복을 작가만의 관점과 진지한 태도로 표현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관객을 웃게 만드는 작품은 또 있다. 정새해의 ‘해변의 여인’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예술가로서의 이상과 현실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의 상황을 하늘, 땅, 바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부유하는 인어공주로 형상화했다.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바꿔 익살스럽고 긍정적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전시 의도를 한 눈에 간파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사진가 조습의 ‘귀가’다. 그 이유는 작품 속 우스꽝스러운(?) 상황 때문이다. 사진 속에는 어두운 밤을 태양대신 빨간 볼로 비추는 취객들이 등장하는데, 인물들의 눈빛, 자세, 흐트러진 옷차림새가 마치 희극의 한 장면 같다. 이는 작품을 통해 사회 현상이나 특정 사건에 냉소적인 풍자를 하는 조습 특유의 씁쓸한 유머라고 할 수 있다. 취객들을 바라보는 학의 애잔한 시선이 우리가 취객을 보며 생각하는 모습과 닮아, 웃기면서도 안타깝다. 옥정호의 <미망인 시리즈> 역시 작가가 물구나무를 선 모습이나 몸이 두 동강 난 듯 보이는 설정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식’ 웃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작가 본인, 우리, 세계라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주제는 진지한데, 정작 메시지를 기발하고 유쾌한 구성으로 풀어냈다. 언어로 치면 자조 섞인 농담 한마디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시는 농담이라는 소재가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상호작용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유머를 건네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고, 무거우면서도 유희가 넘치는 미술 작품들의 향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