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사이즈가 1미터를 넘는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의 형태와 아우라가 보통의 사진 속 산과는 차원이 다르다. 촘촘하게 쌓인 층들과 산자락의 건물이 너무나도 세밀하게 형상화 되어 있다는 특징 때문에 신성함마저 느껴진다.
임선이는 수천 장의 지형도를 프린트한다. 그리고 그것을 일일이 쌓아 올려 설치물을 완성한 다음, 마지막으로 촬영을 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1~2개월이 꼬박 걸리는 이유다. 그런 까닭에 임선이의 작품은 반드시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시선을 이동하면서 감상해야 한다. 그래야만 디테일한 요소를 보다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2005년 <Shelter-scape>를 시작으로 사진과 설치를 통해 산을 형상화하고 있다. 석고 등의 큰 덩어리를 파내 유형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조각이라면, 그녀의 작품은 ‘산’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조소처럼 느껴진다. 남산을 형상화한 <극점>이 대표적인데, 산의 형세는 물론이고 그 주변에 있는 도로, 거주 공간, 건축물 등이 작품 속에 함께 등장한다. 마치 도시와 자연이 평화롭고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개발과 문명의 이름 아래 존재하는 도시 속의 불안정하고 부조리한 이면의 세계다. 그것이 작가가 인위적으로 산을 쌓아 올리고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이유다. 작품 속 등장하는 ‘연기’는 안개를 떠올리게 만들며 그녀의 작업 의도를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왕산을 주제로 한 <불안한 시선>의 경우 붉은색을 통해서 현대인들이 대상을 바라볼 때 느끼는 불안을 표현했다. 지형도를 리서치하고 사회, 문화적으로 지리를 다앙한 관점에서 분석한 뒤에 종이로 겹겹이 쌓아 설치 형태로 재현한 작업이다.
설치물로 완성하고 직접 촬영한 산은 전시장에서 사진 외에 설치로도 선보인다. 산의 지형도를 수천 장 프린트하고 일일이 잘라낸 뒤에 하나하나 쌓아서 산을 만든 다음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하기까지, 그녀의 험난한 작업과정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