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겹겹이 쌓이기까지 _ 임선이

2021-02-24 · ART_PHOTO

대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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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점 2-3 Towards the Ultimate 2-3, 2014, light-jet C print, 150x11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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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점 3 Towards the Ultimate 3, 2014, light-jet C print, 150x112cm

 



작품 사이즈가 1미터를 넘는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의 형태와 아우라가 보통의 사진 속 산과는 차원이 다르다. 촘촘하게 쌓인 층들과 산자락의 건물이 너무나도 세밀하게 형상화 되어 있다는 특징 때문에 신성함마저 느껴진다. 

임선이는 수천 장의 지형도를 프린트한다. 그리고 그것을 일일이 쌓아 올려 설치물을 완성한 다음, 마지막으로 촬영을 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1~2개월이 꼬박 걸리는 이유다. 그런 까닭에 임선이의 작품은 반드시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시선을 이동하면서 감상해야 한다. 그래야만 디테일한 요소를 보다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2005년 <Shelter-scape>를 시작으로 사진과 설치를 통해 산을 형상화하고 있다. 석고 등의 큰 덩어리를 파내 유형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조각이라면, 그녀의 작품은 ‘산’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조소처럼 느껴진다. 남산을 형상화한 <극점>이 대표적인데, 산의 형세는 물론이고 그 주변에 있는 도로, 거주 공간, 건축물 등이 작품 속에 함께 등장한다. 마치 도시와 자연이 평화롭고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개발과 문명의 이름 아래 존재하는 도시 속의 불안정하고 부조리한 이면의 세계다. 그것이 작가가 인위적으로 산을 쌓아 올리고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이유다. 작품 속 등장하는 ‘연기’는 안개를 떠올리게 만들며 그녀의 작업 의도를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왕산을 주제로 한 <불안한 시선>의 경우 붉은색을 통해서 현대인들이 대상을 바라볼 때 느끼는 불안을 표현했다. 지형도를 리서치하고 사회, 문화적으로 지리를 다앙한 관점에서 분석한 뒤에 종이로 겹겹이 쌓아 설치 형태로 재현한 작업이다. 

설치물로 완성하고 직접 촬영한 산은 전시장에서 사진 외에 설치로도 선보인다. 산의 지형도를 수천 장 프린트하고 일일이 잘라낸 뒤에 하나하나 쌓아서 산을 만든 다음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하기까지, 그녀의 험난한 작업과정을 공개한다.





#1 리서치를 하다
임선이는 산 같은 자연적 요소와 그 주변에 개입된 인공적 요소들을 꾸준히 탐구해오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주변의 익숙한 풍경에서 출발한다. 도심에 있는 산과 그 주변 풍경은 도시의 성격을 결정짓는 경제적, 사회적 요인과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역사, 지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리서치를 진행한다. 그리고 관련 이미지들을 우선적으로 채집한다.


#2 지형도 분석과 편집
남산, 인왕산 등 작업에 등장시킬 산을 결정한 다음, 수치지형도를 구해서 편집 작업을 거친다. 수치지형도에는 산과 그 주변 지역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 편집은 지도에 표기된 건물, 도로 등의 인공적 요소를 부각시키거나 삭제하는 과정인데, 이는 풍경의 물리적 구조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디지털화 되고 수치화 된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간을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3 인쇄 및 재단 
편집한 지형도를 수천 장의 종이에 인쇄하고, 등고선에 맞춰서 한 장씩 칼로 재단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상당히 까다롭다. 그런 다음 지형의 산세(등고선의 높이 차이)를 부각시키고 평면에서 수치적으로 가늠되는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하나의 등고선에 여러 장의 종이를 쌓아올리는 작업을 진행한다. 잘라낸 종이를 차곡차곡 쌓으면 산의 형태 같은 양각(포지티브) 버전이, 반대로 잘라내고난 나머지 종이를 쌓으면 평평한 면에서 안으로 움푹 패인 음각(네거티브) 버전이 만들어진다. 이 음각 버전은 마치 산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형태처럼 보인다.


#4 쌓기와 촬영
오려서 보관한 지형도 조각을 스튜디오로 옮긴다. 촬영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수천 장의 재단된 종이를 일일이 포지티브, 그리고 네거티브 버전으로 쌓는다. 이때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과정이다. 이후 연기를 공간에 끌어들인 뒤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촬영한다.


#5 설치 및 작품 보관 
전시장에서는 사진 외에도 설치작품이 동시에 선보인다. 완성된 산의 형태를 설치작품으로 전시하기 위해서는 보관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적당한 크기에 운반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나무 상자에 넣어둔다. 그리고 작품 재질이 종이이기 때문에 보관은 물론 전시를 할 때는 최대한 습기에 노출되지 않게 신경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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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선 Trifocal Sight 1, 2008, light-jet C print, 176x220cm / Trifocal Sight 7, 2008, light-jet C print, 155x12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