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a7R IV

2021-02-25 · TECH_REVIEW

대표 이미지

6100만 화소가 구현하는 압도적인 디테일은 건축사진에서 빛을 발한다.

 

“이 제품은 DSLR 중심의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것입니다!” 2013년 10월 17일, a7 1세대 출시 당시 소니코리아 대표가 한 이 발언에 실제로 많은 이들이 코웃음을 쳤다. “아마추어들이나 사용하는 미러리스 따위가 어디 DSLR의 자리를 넘보느냐”는 게 당시 그들의 주된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소니 대표의 말은 미래를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발언이었다. 2019년 현재, 미러리스는 DSLR의 판매량을 이미 뛰어넘었고, 프로페셔널 시장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제 장비의 신뢰도를 중요시 여기는 보수적인 분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미러리스를 구매했거나 혹은 다음 카메라로 고려중이다. 오늘 소개할 ‘a7R IV’는 a7 시리즈 4세대 포문을 여는 제품이다. a7 시리즈는 크게 네가지 라인업으로 구분된다. 올라운드 가성비 모델 a7, 동영상 특화 a7s, 고해상도 특화 a7R, 형제 라인업이라 할 수 있는 플래그십 a9이 그것. a7R IV는 고해상도 특화 라인업의 네 번째 제품이라는 뜻이다. 네 번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a7R 라인업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1세대 당시 3600만 화소에 콘트라스트AF만 지원하던 것을, 2세대 들어4240만 화소까지 끌어올리고 하이브리드 AF를 탑재했고, 3세대 들어 AF기능의 비약적인 향상과 배터리 성능의 혁신을 이끌어냈다. 사실 a7 시리즈는 3세대 들어 이미 ‘완성형’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 유저 대다수의 평이다. 기자 역시 ‘더 이상 업그레이드 될 게 있나?’라는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a7R IV는 기자의 예상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센서를 품고 돌아왔다. 게다가 픽셀시프트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고해상도 콘셉트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다진 느낌이다. 과연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직접 사용해보았다.

 

 


해상도, 소형 풀사이즈 최초 6000만 화소 돌파
전통적으로 소니 a7R 라인업은 BSI 설계의 고해상도 이미지센서를 탑재하고, 로우패스필터를 제거해 해상력을 높이는 방식을 취한다. a7R VI 역시 마찬가지다. 전작과 다른 점이라면, 4240만 화소에서 6100만 화소로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다 더 큰 사이즈의 대형프린트가 가능해졌고, 크롭해 사용하기도 더 용이해졌다. 실제로 사용하면서 매우 높은 해상도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추후 전시를 하게 될 경우 해상도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이처럼 무리하게 화소를 높게 세팅하는 경우, 픽셀피치(화소 한개의 크기)가 작아져 SNR(신호대비 잡음비, 노이즈 억제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지표)과 다이내믹레인지 등에 손실이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a7R III의 픽셀피치는 4.5μm, 그리고 a7R IV는 3.73μm으로 꽤 차이가 난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동안 화질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기분 탓인지 아니면 빛의 효율을 높이는 신기술이 적용된 건지 이유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수준인 건 분명하다. 고해상도 콘셉트에 어울리는 세팅이다. 그러나 이런 의문도 든다. 앞으로 이보다 더 높은 해상도를 구현할 가능성이 있을까? 물론 화질까지 고려했을 때의 이야기다.

가로 9504px, 세로 6336px의 해상도는 고화질 출력(300ppi)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로 80cm, 세로 21cm로 출력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이내믹 레인지, 우수한 톤을 보장하다
카메라의 화질을 논할 때 DR(다이내믹 레인지)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DR은 얼마나 어두운 부분부터 밝은 부분까지 한 번에 노출 정보를 담아낼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사실 센서에서 단순히 화소수를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부작용, 특히 다이내믹레인지를 유지하면서 화소를 높여야만 진짜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겠다. Photons to Photos가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소니 a7R IV의 DR은 11.61이다. a7R III의 DR이 11.65로 측정되어 있으니 거의 동일한 다이내믹 레인지라고 할 수 있겠다. 화소수가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빛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a7R IV의 DR 성능은 역대급이라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덕분에 역광처럼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디테일이 손상될 가능성이 적다. 또 노출 실수가 있더라도 보정을 통해 살려내기가 용이하다. 테스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극단적으로 어둡게 촬영하고, Raw 컨버팅 과정을 통해 복원해봤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있겠는가. 옆의 결과물을 보라.

극단적인 역광 상황에서 명부까지 묻힐 정도로 어둡게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을 살려낼 수 있다.

 


픽셀 시프트 멀티샷, 해상도·해상력 UP
a7R III에 최초로 탑재되어 이목을 끌었던 ‘픽셀 시프트 멀티샷’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 기존에는 4컷을 촬영해 해상력을 높이는 기능만 있었다면, a7R VI는 16컷을 촬영해 해상력과 해상도 모두를 높일 수 있다. 해상도는 무려 2억 4천만까지 높아진다. 원리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이미지센서는 베이어 매트리스 방식으로 컬러를 구현한다. 이 방식은 화소수를 상당 부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상력이 감소하는 단점이 뒤따른다. 픽셀 시프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능으로 개발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피사체를 대상으로, 삼각대로 구도를 고정한 채 기능을 실행하면 사진 4컷이 연속 촬영된다. 동일한 사진을 찍는 듯 보이지만 촬영 때마다 센서의 베이어 패턴이 달라진다. 이렇게 촬영한 이미지 4컷은 컴퓨터로 옮긴 다음, 전용 소프트웨어 ‘이미징 엣지’를 이용해 하나의 사진으로 만든다. 16컷을 촬영하는 경우, 앞의 과정과 같이 해상력을 높인 4컷의 사진을 다시 베이어 매트리스 방식으로 합성해 해상도를 높인다. 실제로 사용한 다음 결과물을 살펴보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질감 하나하나가 금방 베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번거로웠던 것 역시 사실이다.

16컷 촬영 후 합성한 이미지와 단 컷 이미지의 디테일 표현 차이는 그야말로 놀라운 수준이다.

 


고감도, 야간에서의 촬영 성능은?
고감도에서의 노이즈 억제는 디지털 카메라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다. 이는 ‘이미지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서’의 성능에 따라 결정된다. a7R IV의 이미지센서는 이면조사 방식의 소형 풀사이즈 포맷 Exmor R CMOS다. 그리고 이미지 프로세서는 BIONZ X를 사용한다. 이제까지 보여줬던 센서 성능의 결과물로 보았을 때 노이즈 억제력 역시 기대가 된다. 과연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내심 궁금했다. 야간 환경에서 노이즈 리덕션 표준 세팅으로 테스트 해보았다. a7R IV의 감도는 ISO100-32000, 확장 감도로 최대 102400까지 설정할 수 있다. 테스트 결과, ISO3200까지는 큰 디테일 손상 없이 깨끗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ISO6400부터 노이즈 리덕션에 의해 선예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ISO25600이 되니 노이즈가 증가가 눈에 띈다. ISO25600에 들어서자 디테일이 손상이 크게 나타난다. 확장 감도인 ISO51200에 들어서자 전보다 노이즈의 비약적인 증가와 함께 색 계조가 무너진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a7R III의 실용 감도로는 ISO100~12800을 제안한다. 이 정도면 소형 풀사이즈 센서를 장착한 모든 카메라 중 상위권의 노이즈 억제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노이즈 리덕션 표준 세팅 테스트 결과. 소형 풀사이즈 센서를 장착한 카메라 중에서도 우수한 억제력을 자랑한다.

 

 

기동성, 고해상도 콘셉트라고 무시 말라!
보통 카메라가 지향하는 성향에 따라서 기동성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전통적으로 카메라 제조사들이 고해상도 콘셉트 카메라에는 우수한 기동성을 구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a7R VI를 사용하면서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점은 바로 AF 성능이었다. 이 제품의 AF는 위상차 포인트 567개, 콘트라스트 포인트 425개가 하이브리드로 작동해 상당히 빠른 포커스를 자랑한다. 이와 함께 소니의 핫한 포커싱 기술 리얼타임 트래킹, 인물·동물 Eye-AF 등이 모두 적용되어 있어 어떠한 대상이든 완벽한 추적성능을 자랑한다. 연사속도 역시 최대 10fps로 일상을 담아내는 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물론 스포츠 사진이나 프레스 용도로는 부적합하다). 실제로 사용하는 동안 AF로 인한 불편함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고해상도 유저들은 빠른 대상을 촬영하기보다 한 컷 한 컷 신중하게 찍는다는 제조사의 편견(혹은 급 나누기)을 깨는 순간이었다. 덕분에 작품사진 뿐만 아니라 일상 스냅 용도로도 훌륭하다. 고용량으로 일상을 담아내기가 부담스럽다면 해상도를 낮추어 촬영하면 된다. a7R VI는 고해상도 콘셉트지만, 올라운더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카메라다.

초당 10컷을 촬영하는 a7R VI의 연사속도는 일상 용도로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5축 손떨림 보정, 저조도 촬영도 문제없어
사실 a7R IV를 처음 접했을 때 약간의 우려가 있었다. 고해상도 모델의 특성상 사소한 손 움직임에도 사진에 흔들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사용하는 셔터스피드보다 더 빠르게 설정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괜한 우려였다. a7R IV의 손떨림 보정 기능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카메라가 자체적으로 흔들림을 감지한 후 이미지센서와 렌즈를 이동시켜 손떨림을 보정한다. 이는 빛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ISO를 낮출 수 있게 해준다. a7R IV에 장착된 손떨림 보정 유닛은 5축 흔들림에 대응한다. 덕분에 좌우측, 상하측을 포함해 각도가 달라지는 흔들림까지도 잡아준다. 스펙에 표기된 성능에 따르면 흔들림을 5.5스톱 보정한다.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다. 덕분에 촬영하는 동안 과감하게 셔터속도를 낮출 수 있었다. 물론 그에 따른 결과물도 당연히 만족스러웠다.

셔터속도 1/2초 결과물이다. 손떨림 보정 기능을 활성화 하자 확실히 흔들림이 감소되었다.

 


LCD, 극단적인 화각도 자유자재로
광학식 뷰파인더를 눈으로 들여다보는 DSLR과 달리, 미러리스 카메라는 후면 LCD를 통해 출력되는 라이브 뷰를 보면서 촬영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다 보니 LCD의 스펙은 곧 촬영의 편의성과 직결된다. a7R IV는 터치스크린과 틸트LCD를 겸비하고 있다. 터치스크린 덕분에 보다 빠르고 직관적으로 초점 포인트 위치를 변경할 수 있다. 또한 릴리즈를 누르기 힘든 앵글에서도 촬영을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는 앵글을 보다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LCD의 틸트 기능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사용하는 동안 무척이나 편리하다 느꼈다. 원래 극단적인 로우앵글로 촬영할 때는 누워야 하고, 하이앵글을 구사할 때는 팔을 높이 들고 감에 의존해서 촬영해야 했는데, 틸트와 터치 기능을 활용하니 이러한 고난이도 앵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타사의 스위블 LCD처럼 셀피 촬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위블 LCD는 각도를 변경할 때 반드시 화면을 옆으로 옮겨야 하는 만큼, 정밀한 구도를 잡는 데는 불편함이 따른다. 이처럼 스위블과 틸트 방식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기자는 셀피 촬영을 선호하지 않는 만큼, 개인적으로 스위블보다 틸트가 더 편리하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