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바쿠샤’ 증언록 _ 김효연

2021-04-19 · ART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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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주의 역사를 논할 때 항상 제외됐던 국내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에 주목한 김효연의 작업이다. SKOPF2019 올해의 작가 3인에 선정되면서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있던 한국인 피해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빛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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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normal #013,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10x150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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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normal #012,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10x150cm, 2019



조각났던 역사책
1945년 8월 6일 이른 아침, 평화롭던 일본 히로시마는 미군 폭격기가 투하한 원폭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한순간에 도시 절반이 날아갔다.”라는 생존자들의 말처럼 인구 25만 명 중에서 무려 7만 명이 사망했다. 사진가 김효연에게 이 공적인 역사는 그녀 가족의 사적인 역사이기도 하다. 당시 태평양 전쟁으로 일본 정세가 극도로 불안하던 시기에 그녀의 외할머니는 히로시마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고, 조선인 징용자로 일본에 끌려간 외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리고 원폭 발생 몇 해 전 다른 가족들을 남겨둔 채 부산으로 피난을 왔기 때문이다. 그녀 가족들에게 당시 3만 5천여 명의 한국인이 희생됐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역사였던 셈이다.


그로부터 70년 후 김효연은 합천에 있는 ‘원폭피해 복지회관’을 찾아가 피해 생존자들을 담기 시작했다. 무엇이 갑자기 그녀를 작업의 길로 이끌었을까. 북한과 미국의 긴장 국면이 이슈가 되었던 2017년, 뉴스에서는 연신 ‘핵’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었다. 그 뉴스를 듣는 순간, 작가 가족만의 사적인 역사라고 인식했던 틀이 깨졌고, 그것이 결국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녀가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크게 거창하지 않다. 다만 아무 잘못 없이 원폭피해를 당한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사람들이 가지는 부정적 인식을 되돌아보게 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나아가 이들의 후손들이 법적, 사회적으로 보호받는 것이다. 국내 원폭 피해자들은 전후 일본 정부로부터 현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도일 치료카드’를 받았고, 공식 피해자임을 뜻하는 ‘히바쿠샤(히로시마 원폭피해자를 뜻하는 일본말)’로 인정 받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국내에 거주하면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그 이유는 바로 사회가 그들을 병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생존자들은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후손이 잘못될까 걱정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에 현재를 살고 있었다.”라는 작가의 말은 생존자들이 겪는 고통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처참한 현실이 결코 그들의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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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normal #007,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10x150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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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normal #010,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10x150cm, 2019



감각의 소용돌이
김효연의 작업은 직설적이지 않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원폭, 피폭, 생존, 피해자’라는 극단적이고 절박한 단어들과 어울리지 않게 담담하다. 그러나 각 사진들에는 저마다의 아픔이 녹아있다. 생존 할머니가 일본에서 부산으로 왔을 때 결혼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장만한 의자, 원폭 후유증으로 한쪽 손가락을 잘라내야 했던 어느 할머니의 손,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피해 생존자의 후손 등이 그렇다. 모두가 전형적인 포트레이트 형식의 사진들이었다면 궁금증이 유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태도와 방식은 유진 스미스가 미나마타병 피해자 도모코와 어머니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떠오르게 한다. 사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심각성을 알린 그와 김효연의 작업이 대척점에 있는 양상이다.


작업 초기에 그녀는 ‘원폭 피해의 생존자들이 살아있다’는 단순한 사실 전달을 목표로했다. 그러나 <감각이상>이라는 이름처럼, 실제로 접한 그들의 모습과 가슴 짠한 사연들은 그녀의 태도와 생각을 모조리 바꿔버렸다. “특별한 계기가 아니라 그들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관점과 촬영 방식이 변했다.”라는 작가의 말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한 작업에서 인물이나 사물을 관찰하고 화면에 담는 능력이 돋보인다.”라는 SKOPF심사위원들의 총평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에게 나타난 관점의 변화는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녀는 조만간 합천으로 다시 내려가 그들의 이야기를 마저 기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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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normal #008,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10x150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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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normal #016,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10x150cm,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