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사진드로잉의 탄생 과정 _ 강주현

2021-04-19 · ART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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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설치작품에 아주 가늘고 길게 붙어 있는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더 놀라운 것은 잘린 사진들이 거의 빈틈없이 부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강주현은 수평적 관계로 사진, 조각, 드로잉을 바라보고 이를 하나로 결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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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머금은 드로잉 - 드로이언, PVC, Resin, Steel, Digital print, 1000×500×500㎝ 이내 가변설치, 2013


2019년 4월 스페이스소에서 강주현은 신작을 전시했다. 실제로 작품을 보니 사람만한 크기가 압권이었고, 작품에 길고 가느다란 선처럼 붙여놓은 사진들은 더 놀라웠다. 작가의 섬세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의 작업을 쉽게 표현하자면 다양한 매체의 결합이다. 그는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물들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입체사진드로잉’이라고 표현한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특성 때문에 권오상의 ‘사진조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강주현 작업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드로잉’이라는 요소를 개입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매체를 우위에 놓지 않고 수평적인 구조로 조소-사진-드로잉의 순서로 작업한다는 점이다. 이는 조각이라는 주요 뼈대의 표피에 사진을 피부처럼 활용한 권오상 작업과 다른 지점이다. 그렇다면 ‘드로잉’이 어느 부분에 개입되어 있는지 의아할 수 있다. 조각에 길고 가느다란 선의 형태로 사진을 붙이는 행위이자 결과를 드로잉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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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된 불안, 55x95x100cm, PVC. Resin. steel. Digital Print, 2018



또한 그의 작업이 인상적인 이유는, 작품이 둘 혹은 셋의 몸통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사이가 가느다란 선들로 연결되어 있거나 그 선들이 끝 부분에서 허공에 휘날린다. 이는 무언가 ‘완성된 형태’에서 불안감을 느끼며, 미완의 것에 안정감을 느끼는 작가의 주관적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공간에 작품이 고정되어 설치되지만 왠지 미묘하게 운동성과 시간성이 느껴지는 이유다.


그가 매체를 혼합하는 작업 스타일이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신선할 수도 있다. 불완전성에 안정감을 느끼는 작가의 이런 컨셉트가 앞으로의 작업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PROCESS
실크스크린과 사진을 결합시키는 윤성필의 작업 과정



#1 소재 모으기
‘입체사진드로잉’이라는 개념을 지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기본 소스는 일상적인 물건이다. 소화기, 문, 악기, 그리고 작가가 작업실에서 사용하는 공구들이 그 대상이다. 동시대를 고스란히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일상에서 마주한 소재들을 일일이 스케치해서 모아놓는다. 모인 드로잉들은 하나의 아이디어 창고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중 일부를 선택해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다.


#2 드로잉 역할을 하는 소스 촬영
소재를 선택한 뒤 실제 사물을 촬영한다. 석고 겉에 붙여 놓으면 피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원형으로 프린트하기도 하고, 완성될 작품의 크기를 고려해 이미지를 다소 확대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일부 이미지는 실제 대상의 색을 더 잘 표현하는 다른 사물을 선택해 촬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프린트를 하면 작품의 피부이자 드로잉 역할을 할 재료들이 만들어진다.


#3 내부 뼈대 구성
피부 역할을 하는 사진 촬영이 진행된 후 뼈대 역할을 하는 원형 작업을 거친다. 점토 소조를 의미한다. 점토로 원형을 만들고 플라스틱 도구를 이용해 몸통 내부를 제거한다. 그리고 텅 빈 내부를 스테인레스 스틸 봉으로 용접해 연결한다. 스틸 봉과 스틸 봉, 그리고 원형을 서로 연결하고 플라스틱으로 고정시킨다. 사람으로 치면 관절과 힘줄을 만드는 셈이다. 이렇게 작품의 뼈대를 만들면 외형과 내부가 안정적인 상태로 된다.


#4 사진 붙이기
피부 역할을 하는 사진을 일일이 붙이는 단계다. 앞서 프린트한 사진을 폼보드(PVC)에 부착한다. 길이는 정해놓지 않고, 마치 하나의 선처럼 아주 가늘고 길게 잘라낸다. 강력 접착제, 스프레이 접착제 등을 이용해 겉면에 붙인다. 그리고 끝부분은 허공에 휘날리는 형태로 마무리하면 입체사진드로잉 작품이 완성된다.


#5 작품 보관 혹은 설치
견고하게 제작된 조각작품이 아니기에 보관 및 전시 이동 과정에서 특히 심혈을 기울여야만 한다. 작품을 보관하거나 전시장으로 이동할 때의 용도로 상자 형태의 틀을 제작한다. 작품에 봉지를 포장해서 상자에 넣는다. 사소한 단계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자칫 훼손될 수 있는 작품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상당히 중요한 과정인 셈이다.


강주현 조각, 사진, 회화 등 모든 매체를 활용하여 작업한다. 제주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했고, 홍익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스페이스소에서 열린 <Photo-Initially, Finally>에서 입체사진드로잉 작품을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