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2021-04-19 · ART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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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였던 소년들
Soraya Zaman <American Boys>
출판사 Daylight Books, 구성 소프트커버, 20.3x35.4cm, 197페이지, 가격 $50(약 6만 원), 문의 www.daylightbooks.org

아름다운 소년들의 초상을 담은 사진집이다. 아니, 굳이 설명을 보태야 한다면 여성으로 태어나고 자랐지만 결국 ‘남성’을 선택한 이들을 담은 사진집이다. 사진가 소라야 제만(Soraya Zaman)은 3년 동안 미국21개 주를 다니며 다양한 인물들을 만났다. 대상은 주로 18세에서 35세 사이의 트랜스젠더 남성들로 앳된 외모와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다. 언뜻 보면 멋있는 남성이라는 점에서 작가는 성별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 균열을 낸다. 그들은 그 고정관념과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책의 이름이 <American Boys>라는 것도 눈에 띈다. 그들 역시 미국 국민이자, 스스로를 남성으로 인식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동시에 신화처럼 미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남성성에 질문을 던진다. ‘남자가 되어라!(Be a man)’라는 말은 10대, 20대 미국 남성들이 자주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편, 작가는 사진집 속 인물들을 아주 단순한 구성으로, 그리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소년들의 지극히 사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아주 자연스럽고, 굉장히 평범한 ‘소녀였던 소년들’의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한국인에게 차별 당한 한국인들
이재갑 <빌린 박씨>
출판사 눈빛, 구성 소프트커버, 28x25.7cm, 128페이지, 가격 2만 8천 원, 문의 www.noonbit.co.kr

우리와 같은 땅에 살며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를 가진 혼혈 한국인들의 삶과 모습을 기록한 사진집이다. 이재갑 작가는 고인이 된 1세대 혼혈인 박근식 씨의 삶을 통해서 이 시대 ‘혼혈인’들에 주목했다. 한국전쟁으로 말미암아 한국에 주둔한 미군 아버지와 기지촌에서 직업여성이던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대다수의 혼혈인들은 보이지 않는 차별과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아왔다. 사진집의 주인공 박근식 씨 역시 예외가 아니었고 자신의 암울한 삶을 괴로워하다 1970년대 자살 시도를 한 적도 있다. 그는 우리나라 관습대로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했지만, 아버지가 없었기에 어머니의 성을 따서 ‘박씨’가 되었다. 이름만큼이나 혼혈인들의 생활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돌아가신 부모의 제사를 지내고, 함께 모여 밑반찬에 소주를 마시고.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약간 다른 외모 정도다. ‘혼혈인’에 대한 차별의 씨앗은 수치스러운 역사와 들추고 싶지 않은 우리네 과거에서 기인한다. 지극히 약자였던 그들에게 우리가 소리 없이 가한 폭력과 그간의 역사를 반성하게 된다.

 



 


다양성의 관계
Richard Renaldi <Touching Strangers>
출판사 Aperture, 구성 하드커버, 22.8x28cm, 120페이지, 가격 $25(약 3만 원), 문의 www.aperture.org

성소수자, 소수 인종 등 미국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주목해온 리차드 레날디(Richard Renaldi)의 사진집이다. 사진집 속 인물들은 얼핏 가족이나 친구, 연인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미국의 다양한 장소(예를 들면 시골 거리, 터미널, 번화가 등)에 가서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섭외해 포즈를 요청했다. 사진속 인물들 중 일부는 서로를 낯설게 대하는 게 느껴지지만, 또 일부는 서로가 친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의 이런 의도는 사람들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연출함으로써, 서로를 낯설게 인식하던 미국 내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다양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흑인, 아시아인 등 소수 인종을 비롯해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 등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그들 역시 미국인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사진집의 매력은 일정한 공간적 제약이 있는 전시장에서 한꺼번에 볼 수 없는 다양한 미국인들의 모습을 한 권의 책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물들 사이에서 독특한 정서 교감으로 형성되는 자세와 표정을 비교하며 미국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선물의 의미
Mari Katayama <Gift>
출판사 United Vagabonds, 구성 하드커버, 21x29.7cm, 136페이지, 가격 ¥5,000(약 5만 원), 문의 www.unitedvagabonds.com

장애가 있는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셀프 포트레이트 형식으로 담은 사진집이다. 일본인 사진가 마리 카타야마(Mari Katayama)는 선천적으로 왼쪽 손에 두 개의 손가락만 있다. 그리고 부분적 사지결손증(hemimelia)이라는 희귀 질환으로 인해 아홉 살 때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어린 나이에 이 힘든 상황을 경험한 그녀는 다른 학생들처럼 평범하게 옷을 입을 수도 생활할 수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남들과 다른 신체적 차이를 느껴야 했다. 의족은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 
의족을 특별하게 인식하며 마치 몸에 문신을 새기듯 의족에 다양한 디자인의 이미지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의족과 함께한 자신의 모습을 사진집에 담았다. 사진집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작가가 자신의 몸과 끝없는 대화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거리낌 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있음에 새삼 놀라게 된다. 작가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항상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사진집 제목인 선물의 의미는 그녀와 일상을 함께하는 의족일 수도 있고, 작가에게 주어진 삶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때로는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는 삶이 그녀에겐 선물이라는 사실에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는 성소수자입니다!
Richard Renaldi <I want your love>
출판사 CharlesLane Press, 구성 하드커버, 19x25.4cm, 176페이지, 가격 $68 (약 8만 원), 문의 www.charleslanepress.com

이 책은 성소수자인 리차드 레날디가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셀프 포트레이트 형식으로 기록한 일종의 자서전적 사진집이다. 앳된 모습의 10대 시절부터 남성미가 무르익은 30대 모습까지 세월에 따른 작가의 변천사가 등장한다. 그는 10대 때 촬영에 재미를 느끼면서 성인이 된 후 사진가의 길로 들어섰다. 어린 나이에 욕조에 기대어 카메라를 응시하는 커버사진은 그의 인생 첫 페이지 속 의미심장한 셀프포트레이트다.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인한 리차드는 성소수자로서의 자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또한 주변 성소수자 친구의 모습과 그들의 일상을 사진 속에 거침 없이 담아냈다. 게이 퍼레이드는 물론, 클럽에서 그들이 나누는 사랑과 은밀한 시간들까지. 이는 마치 12년 동안 한 명의 주인공을 촬영한 영화 <보이후드>와 닮아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을 꼽자면 30대까지가 그 기록의 끝이라는 사실이다. 이 사진집은 성소수자가 당하는 차별과 혼란을 표현하기보다는, 가장 찬란했던 시간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 짧지만 강렬한 사진집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