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일기 _ 에이키 모리

2021-04-19 · ART_PHOTO

대표 이미지

성소수자이자 사진가인 에이키 모리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작품들이다. 10년 넘게 그가 작업한 사진들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는 소재는 바로 사랑과 관계이다.


원본 이미지 미확보 · 복구 확인 중
ⓒ Eiki Mori “Tokyo boy alone 2011” Courtesy of KEN NAKAHASHI



원본 이미지 미확보 · 복구 확인 중
ⓒ Eiki Mori “Intimacy” 2013 Courtesy of KEN NAKAHASHI



연인과의 따스한 일상
따사로운 햇살만큼 싱그러운 남성의 모습에서 사진가의 세심하고 여린 시선이 느껴진다. 성소수자인 일본 사진가 에이키 모리(Eiki Mori)는 미국에서 사진을 공부하던 중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발견했고 커밍아웃 했다. 하지만 일본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한동안 방황해야 했다.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뉴욕과 도쿄의 인식 차이가 꽤나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등은 작업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그는 자신처럼 다양한 이유로 방황하는 청춘들 심리에 주목한 작업 <Tokyo boy alone>을 2011년 발표했다. 성소수자로서, 청춘으로서 자신의 고민과 방황을 타인의 모습에 투영한 것이다. 그런 심적 갈등은 이어 ‘관계’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했고, 자신과 동성 연인과의 일상을 기록한 <Intimacy> 작업으로 이어졌다. 진솔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하면서 지극히 사적인 모습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함께 커피와 토스트를 먹고 산책을 하거나 같이 잠을 청하는 내밀한 일상 말이다.


서로를 향한 애틋함, 상대에 대한 서운함, 가끔은 다투고 난 후 어색한 분위기까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극히 평범한 하루를 담은 이 작업은 발표 당시 일본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개념은 물론이고, 전시를 통해 공개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작업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미약하게나마 알리고 싶었기에 그런 도전을 감행했던 것이다. 에이키 모리는 “20대 시절 <Tokyo boy alone>을 작업 했는데, 그 당시 꿈꾸었던 미래의 일상이 <Intimacy>작업에 담겼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원본 이미지 미확보 · 복구 확인 중
ⓒ Eiki Mori “Intimacy” 2013 Courtesy of KEN NAKAHASHI



원본 이미지 미확보 · 복구 확인 중
ⓒ Eiki Mori “Intimacy” 2013 Courtesy of KEN NAKAHASHI



관계, 그리고 가족으로의 확장
개인에 집중한 <Tokyo boy alone>에 이어 ‘관계’에 주목한 <Intimacy>, 이후 에이키 모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그 결과 <Family Ragained> 작업을 탄생시켰다. 그는 40쌍의 가족을 섭외했다. 그리고 직접 가족 구성원의 옷을 빌려 입고 그들과 함께 촬영을 감행했다. 잠시나마 그 구성원이 된 것이다. 섭외한 가족 중에는 평범한 남녀 부부, 1인 가구도 있지만,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닌) 동성 부부도 있었다. 사회와 제도가 강요하는 전형적인 ‘가족’의 개념을 깨고, 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깔려 있는 셈이다.


그의 사진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일명 빨간 사진. 자극적이면서 시각적 불편함을 주는 빨간 필터를 사용해 촬영한 이유가 궁금했다. 일종의 ‘색안경’으로 비유되는 편견과 시선을 붉은색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사진이 붉지 않다면, 프레임 속 인물들은 그리 이상하지도 또 보기 불편하지도 않을 것이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색이 사람들의 관념과 의식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작가는 그저 사랑이라는 아주 보편적 감정이 만들어낸 다양한 형태의 관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에이키 모리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마치 타인의 일기장을 몰래 홈쳐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의 내밀한 일상과 바람을 표현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희망 대신 욕망> 속 ‘욕망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이는 에이키 모리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작업을 통해 말하고 있는 자신의 소망과 고민은 욕망이라 하기에는 너무 작고 평범한 것들이다. 연애를 하고, 사랑을 느끼고, 가족을 이루는 것이다. 다만 그를 비롯한 소수자들에게는 이 작은 희망조차 허용하지 않는 사회의 암묵적 금기가 있을 뿐이다. 에이키 모리의 작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까. 그는 이미 가족의 개념까지 확장시킨 성소수자를 소재로 해서 계속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사진은 물론이고, 퍼포먼스와 영상, 텍스트와 같이 그 방식이 다양해질 것이다.


원본 이미지 미확보 · 복구 확인 중
ⓒ Eiki Mori “Family Regained” 2017 Courtesy of KEN NAKAHASHI



원본 이미지 미확보 · 복구 확인 중
ⓒ Eiki Mori “Intimacy” 2013 Courtesy of KEN NAKAHASHI



Eiki Mori 미국 파슨스스쿨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일본으로 귀국 후 자신과 연인의 일상을 촬영한 2013년 작업을 통해 제39회 기무라헤이 사진상을 수상했다. 주로 동성애적 성향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이를 사진집이나 전시를 통해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