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그리고 가족으로의 확장
개인에 집중한 <Tokyo boy alone>에 이어 ‘관계’에 주목한 <Intimacy>, 이후 에이키 모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그 결과 <Family Ragained> 작업을 탄생시켰다. 그는 40쌍의 가족을 섭외했다. 그리고 직접 가족 구성원의 옷을 빌려 입고 그들과 함께 촬영을 감행했다. 잠시나마 그 구성원이 된 것이다. 섭외한 가족 중에는 평범한 남녀 부부, 1인 가구도 있지만,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닌) 동성 부부도 있었다. 사회와 제도가 강요하는 전형적인 ‘가족’의 개념을 깨고, 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깔려 있는 셈이다.
그의 사진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일명 빨간 사진. 자극적이면서 시각적 불편함을 주는 빨간 필터를 사용해 촬영한 이유가 궁금했다. 일종의 ‘색안경’으로 비유되는 편견과 시선을 붉은색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사진이 붉지 않다면, 프레임 속 인물들은 그리 이상하지도 또 보기 불편하지도 않을 것이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색이 사람들의 관념과 의식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작가는 그저 사랑이라는 아주 보편적 감정이 만들어낸 다양한 형태의 관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에이키 모리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마치 타인의 일기장을 몰래 홈쳐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의 내밀한 일상과 바람을 표현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희망 대신 욕망> 속 ‘욕망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이는 에이키 모리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작업을 통해 말하고 있는 자신의 소망과 고민은 욕망이라 하기에는 너무 작고 평범한 것들이다. 연애를 하고, 사랑을 느끼고, 가족을 이루는 것이다. 다만 그를 비롯한 소수자들에게는 이 작은 희망조차 허용하지 않는 사회의 암묵적 금기가 있을 뿐이다. 에이키 모리의 작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까. 그는 이미 가족의 개념까지 확장시킨 성소수자를 소재로 해서 계속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사진은 물론이고, 퍼포먼스와 영상, 텍스트와 같이 그 방식이 다양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