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게 과한 분장을 한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독특하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한 이들은 드랙쇼에 등장해서 퍼포먼스를 펼친다. NINA가 카메라에 포착한 이들은 젠더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무대에 선다.


젠더 장벽 허물기
화려함을 넘어 다소 강한 분장과 독특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 NINA의 사진에는 드랙쇼(Drag Show) 무대에 서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드랙쇼는 성별이나 성 정체성과 무관하게 화장과 퍼포먼스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표현하는 공연이다. 더 나아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젠더를 가로지르고, 이를 허무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한때 성 소수자들의 문화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표현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동성애적 성향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고, 남성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가수나 여성상의 모습으로 분장하기도 한다. 때론 여성이 자신의 여성성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과한 메이크업을 하기도 한다. 보는 이에게 혼동을 주기 위해 오히려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할 수 없게 꾸민 사람도 있다. 그들이 드랙쇼를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젠더와 관련해 평소 보여줄 수 없는 내밀하고 깊은 곳의 자아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자신의 페르소나를 밖으로 표출하는 것. 아울러 사람들이 특정 성별에 가지는 고정관념과 행동 양식에 의문을 던지려는 의도도 있다. 수염을 밀지 않고 드랙 퀸으로 변장한 경우가 그 예다. 드랙쇼 무대에 서는 이들은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하다. 일상에서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젠더 관련 논쟁거리를 하나의 예술적 수단인 드랙쇼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무대에 올라 립싱크, 댄스 등의 공연을 하면 속이 시원하다는 그들의 말에서 평소 사회적으로 규정된 젠더에 대한 틀과 시선을 얼마나 답답하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 더불어, 젠더는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아름다운 투쟁
NINA가 이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영화 <헤드윅>을 보면서다. 영화 속 성소수자로 등장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사랑과 꿈을 위해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은 그녀에게 위로가 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화에서 주인공이 맡은 드랙퀸과 그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입장과 젠더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이 다양하게 표현되는 드랙쇼 사이에 어떤 공통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태원과 녹사평 지역에서 열리는 쇼를 촬영한 지는 1년 남짓 되었다. 여전히 남성 중심으로, 그것도 대부분 야간에 진행되는 쇼 현장을 사진에 담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 부정적인 시선과 선입견 속에서도 드랙쇼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드랙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차원도 있지만, 드랙 문화 자체가 젠더의 규정과 틀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장남자’ 외에도 특정 젠더로 규정짓기 모호하게 꾸민 이들을 포착한 사진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녀가 촬영했던 어느 드랙 퀸은 “드랙 쇼를 통해 공연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투쟁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드랙쇼가 과거 미국의 소수자였던 흑인들로부터 시작됐다는 점도 그렇고, 특정 성별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거부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특히 정형화된 아름다움의 기준을 허무는 진취적 시위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냅샷의 형식으로 공연 장면을 담기도 하지만, 일부 사진의 경우 스튜디오에서 드랙 아티스트들과 협력해 연출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 드랙은 단순히 여장남자, 트랜스젠더들의 무대로만 인식되곤 했다. NINA의 작업을 알지 못했다면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많은 드랙 아티스트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 예정이다. 드랙 문화와 공연 방식이 다양해지는 만큼 그녀의 작업도 보다 다채로워질 것이다.

NINA(장덕경)
애니메이션 영상을 공부하며 사진을 찍는 페미니스트로, 영화 ‘헤드윅’을 통해 드랙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드랙쇼에 참여하는 이들의 모습을 스냅, 연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한다. 평소 사회적 소수자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드랙 아티스트들 관련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shantay_n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