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스튜디오 _ 박희자 & 박동준

2021-04-26 · ART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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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진은 단발적인 무언가를 기록하고 재현하는 사진 고유 특성에 점점 안녕을 고하고 있다. 사물을 차갑게 바라보기도, 다른 매체의 개념 및 형식과 결합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넓어지는 사진의 스펙트럼만큼이나 전시 방식도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만약, 고전적인 화이트큐브 전시를 떠올리고 갤러리에 방문한다면, 얼마 못 가 문을 열고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독특한 아이디어를 공간에 구현하는 작가들의 남다른 디테일에 주목하고자 한다. 앞으로 소개할 ‘작가의 Kick’과 함께 전시장에 방문해보자. 평소엔 스쳐지나갈 법한 사소한 것들도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현재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인 <Summer Love>(~9.28)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가 16인의 신작을 선보이는 단체전이다. 으레 단체전이라 하면, 하나의 주제 아래 여러 작업이 엮이는 방식을 떠올리지만, 이 전시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전시 속 작은 전시’인 셈이다. 이는 작가마다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과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중 하나가 박희자와 박동준의 ‘본 스튜디오(Born Studio)’다. 16인 중 한 명인 박희자가 박동준과 협업해 완성했다. ‘본 스튜디오’는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에서 사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처음 이들 작업과 마주한다면,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분명 ‘사진’을 이용하는 작가로 명명되어 있는데, 공간엔 흔히 ‘사진 전시’ 하면 떠오르는 ‘깔끔하게 제작된 디아섹과 원목 액자’가 없기 때문이다. ‘본 스튜디오’에서 사진은 굴곡진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가 하면, 벽지처럼 붙어 있기도, VR 기기 안에 존재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진과 사진을 담는 액자의 지위를 전복하고, ‘생산’과 ‘창작’의 경계를 허무는 박희자와 박동준의 작업은 사진을 둘러싼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더불어 예술이란 것이 교과서 이론처럼 직조되어야만 하는지도 생각하게끔 한다.


오늘날 사진은 더는 네모난 프레임 안에만 머무는 수동적인 매체가 아니다. 우리들의 관념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SNS로 인해 실제로 보고 만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사진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사진을 보면, 가끔 가상의 환경 속에서 사진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착각도 든다. ‘본 스튜디오’ 역시 상상 속에서 구현되는 공간이다. 2차원의 납작한 이미지로 둘러싸여 있지만, 3차원의 기적을 선사하는 게 특징이다. 더 나아가서는 가상 공간도 체험할 수 있다.

 

먼저, 박희자의 작업을 살펴보자. 박희자는 퍼포머의 움직임을 통해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실험을 한다. 동선의 시작은 퍼포머의 사진이 연속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본 스튜디오’ 입구 오른쪽 벽면이다. 퍼포머 행위의 단면만 볼 수 있는 사진 낱장을 이어 붙
여 호리존 형태로 구성했다. 덕분에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입체 공간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공간 정면에 있는 모니터 안에선 퍼포머가 360°로 회전하고 있다. 스튜디오 안에서 퍼포머의 행위를 눈으로 직접 보는 듯하다. 이후 왼쪽 벽면에 있는, 오른쪽 벽면과 유사한 호리존 형태의 사진들을 지나가면 박희자의 작업은 마무리된다. ‘2차원→3차원→2차원’ 순으로 이어지는, 다시 말해 2차원의 이미지를 통해 3차원의 공간을 넘나드는 것이다.


박동준의 작업은 ‘사진의 기록성이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한다. 실제 존재하는 사물과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VR을 통해 입체화함으로써 ‘이미지 체험 환경 변화에 따른 감각과 인식의 확장성’을 이야기한다. 사진이 실제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라면, VR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공간에 기록을 채워가는 것이다. 또한, 사진은 촬영 당시의 외적인 상황을 절단하지만, VR은 사진보다 그때의 상황을 더 자세하게 재현한다. 사진에서 가상으로 넘어가고, 가상을 체험함으로써 우리는 그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즉, 사진이 무언가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단, VR 경험에서 파생되는 기억까지 가상(혹은 조작된 것)일지는 보는 이(체험자)만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