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이동 _ 데이비드 르벤티

2020-11-27 · ART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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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의 오차 없이 설계된 오페라하우스와 감옥을 촬영한 데이비드 르벤티의 작업이다.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듯한 두 작업을 병치하면, 시선의 이동을 발견할 수 있다.

 

Palau de la Musica Catalana, Barcelona, Spain, 2009

 

‘고풍스러움과 웅장함의 공존’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데이비드 르벤티(David Leventi)의 오페라하우스 사진이다. <Opera>는 1942년부터 1948년까지, 소비에트 포로수용소 ‘크라스노고르스크(Krasnogorsk)’에서 성가대 단원으로 활동했던 자신의 할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어린 시절 데이비드 르벤티는 거실에서 노래를 부르는 할아버지 모습에 매료됐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끝끝내 ‘메이저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 그가 늘 마음에 걸렸던 작가는 할아버지의 재능이 다른 차원에서라도 꽃피울 수 있게 전 세계 오페라하우스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여담으로, 당시 수감 중이던 덴마크 성악가 헬게 로스벵[Helge Rosvaenge]은 할아버지 목소리에 매료돼 레슨까지 해줬다고 한다!) 촬영은 알카 스위스(Arca-Swiss) 4X5 & 8x10 카메라, 코닥 포트라 400으로 진행했다. 정밀하게 설계된, 국가의 부와 문화를 상징하는 오페라하우스의 이모저모를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르벤티에게 영감을 준 사진가는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다. 그는 칸디다 회퍼처럼 무대 중앙에 서서 관객석을 바라보는 정교한 프레이밍(유형학적 형식)을 선택했으며, 마찬가지로 샹들리에와 기존 조명만을 이용해 셔터를 눌렀다. 그래서일까. <Opera> 시리즈와 마주하면, 미세한 빛의 산란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마치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 긴장감이 흐르는 고요한 떨림을 시각화한 듯하다.

 

Amargosa Opera House, Death Valley Junction, United States, 2009

Semperoper, Dresden, Germany, 2014

 

반면, <Prison>은 삭막한 감옥 내부에서 탄생한 작업이다. 할아버지를 향한 애틋함, 아름다움, 풍요 등으로 대표되는 <Opera>와는 달리, 공포, 불협화음, 빈곤 등이 감지된다. 그러나 평행선을 달리는 듯한 두 작업 사이에도 공통점은 존재한다. 바로 사진 앞에 서면, 그 스케일에 압도된다는 것. 유형학적 형식으로 촬영된, 커다란 사이즈의 사진이 보는 이를 공간 안에 우두커니 서 있는 존재로 전치하기 때문이다. 흡사 감옥과 오페라하우스의 타임라인을 거쳐 갔던 누군가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고나 할까. 특히, 파놉티콘이 연상되는 감옥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또 다른 교집합은 ‘시선’이다. 어찌보면, 감시와 비슷한 맥락이다. 데이비드 르벤티 역시 <Opera>와 <Prison>을 두고, “역사적인 공간 속 ‘시선’ 이야기를 담아냈다.”라고 설명한다. 오페라하우스와 감옥을 놓고 곰곰이 생각해보자. <Opera>는 주변부의 관객들이 무대 중앙에 선 예술가를, <Prison>은 중앙 타워에 선 감시자가 주변부의 수감자를 바라본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일견 두 작업은 오페라하우스와 감옥이라는 개별 공간이 지닌 수평·수직, 좌우대칭, 유클리드기하학 등을 증명하는 사진인 듯하나, 둘을 병치할 경우 완벽한 구조의 공간일지라도 관점에 따라 시선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한다고 할 수 있겠다.

 

David Leventi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이다. 건축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전 세계 오페라하우스를 촬영한 <Opera> 시리즈로 사진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Time>, <The New York Times Magazine>, <Condé Nast Traveler> 등과 협업했다. www.davidleventi.com

 

F-House No. 1, Stateville Correctional Center, Crest Hill, Illinoi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