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야 리니아 헬스트룀의 시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은 ‘투명성’에서 기인하는 현대사회의 디지털 파놉티콘을 떠오르게 한다. 현재 그녀는 동시대 북유럽 사진의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사진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Förstoringsglas _ akt I

Bordet _ akt I
영혼을 잠식한 불안
마치 과학 실험을 보는 듯한 안야 리니아 헬스트룀(Anja Linnea Hellström)의 작업과 마주하니,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말이 떠오른다. “당신이 양자역학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비록 양자역학에 한정해서 한 말이겠지만, 어쨌든 실험 냄새가 물씬 나는 작업인지라 모호한 양자역학만큼이나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시적이까지 하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기 어렵고, 시적 허용을 적용하기라도한 듯 오브제들이 무질서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미지만 보면, 무언가 불안한 상태를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과학 실험과는 거리가 먼 심리학을 공부한 뒤 사진을 시작한 안야 리니아 헬스트룀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그녀는 정신분석학을 연구하다가 난관에 부딪혔다. 관심 분야를 이론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나름대로 이론을 만들었지만 그 이론들을 연결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늘 글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감이 코앞인데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활자로 옮겨지지 않을 때 극도의 불안감이 엄습해온다는 것을. 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녀가 선택한 것은 바로 사진이었다.
스웨덴 사람들이 우울함을 이겨내기 위해 우울함을 더 파고들 듯, 그녀는 자신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작업 주제로 전환했다. 단, 어려운 심리학 이론을 사진에 투영하지는 않았다. 미리 주제를 설정하고 그것을 연구하는 대신,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다. 물건이라든지 혹은 심연에 있는 또 다른 자아가 자신에게 말을 걸면, 텍스트와 오브제 등을 소통 매체로 활용해 대답했다. 그녀는 이러한 소통 매체를 리서치하고 기록하는 데 사진을 사용했고, 이는 작업이 됐다.

Parallelljustering _ akt II

Dokumentation _ akt III
투명의 이중성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불안을 극복하고자 한,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녀 작업에선 ‘투명성(Transparency)’이라는 사회적 개념이 읽힌다. 군중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 돋보기로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모습,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육면체 등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피로사회> 저자이자 철학자인 한병철은 <투명사회>에서 “소셜미디어 또한 점점 더 사회적인 삶을 감시하고 이용해먹는 디지털 파놉티콘에 가까워진다. 규율사회의 파놉티콘은 수감자들을 격리시켰지만, 디지털 파놉티콘의 주민들은 서로 열심히 소통하며 그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노출한다.”라고 말한다. ‘자유’라고 믿는, 스스로를 발가벗기는 행위가 ‘데이터’로 저장되면서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는 뜻 아닐까. ‘두 눈을 통한 지각이 아닌, 대상을 있는 그대로, 다시 말해 외적·내적 요소를 모두 꿰뚫어 봄으로써 대상의 존재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는 하이데거의 생각이 디지털 시대와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
안야 리니아 헬스트룀이 하이데거의 투명성을 좇는 것인지, 아니면 디지털 시대의 폭력적인 투명성을 꼬집는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녀 의도를 굳이 정답처럼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남보다 잘나 보이기 위해 과도한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면,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해 있는 ‘투명성’을 경계하고, 동시에 내면에 집중함으로써 ‘나의 의지와 주체성’을 발현하면 되기 때문이다(물론, 말은 쉽다!). 그래야만 획일화된 사회, 더 나아가 ‘자유가 곧 통제’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테니까.
Anja Linnea Hellström 사진과 텍스트, 정신분석학을 결합, 우리 삶에서 발견되는 ‘어떤 현상’을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예테보리(Gothenburg)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뒤 발란드 아카데미(Valand Academy)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alh.nu

Stegen _ akt II

Glasklara _ akt I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