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상처 _ 사이먼 베르그

2021-06-16 · ART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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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베르그의 작업을 단순 명료하게 설명하기란 어렵다. 조금은 불쾌하게도 보이는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라이징 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사이먼 베르그는 현재 교육과 전시, 출판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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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from Soil). banana, close up, sweden, still life, analog, flash, stillives, europe ⓒ Simon Berg

 

은유+환유=초현실

사람과 사물 구분 없이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이먼 베르그(Simon Mlangeni-Berg)의 작업이다. 스웨덴의 ‘마틴 파’라고 해도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 같다. 어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장면을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구도로 담아낸 것이 똑 닮았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마틴 파의 사진이 자본주의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읽히는 것과 달리, 사이먼 베르그의 사진에선 평소 눈여겨보지 않는 것들이 카멜레온처럼 다가온다고 할까. 분명, 반복되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신체 부위, 생필품 등)인데, 과감한 앵글이 피사체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사이먼 베르그의 작품 대다수가 실내에서 촬영된다는 것. 귀찮아하고 게으른 사람이라서 그렇단다. 물론, 스웨덴 날씨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북부의 어둡고 조용한 지역이다. 당연히 활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집돌이’를 만드는 그러한 환경이 오히려 그를 매료시켰다. 적막한 곳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를 골똘히 쳐다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기 때문이다. 사이먼 베르그는 집 안에 있는 진부하고 하찮은 물건들을 오랜 시간 보고 또 보고, 사진에 담았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눈치채지 못 했던 것들을 발견했는데, 작가의 독특한 시선에만 보이는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은 쉬이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만이 알 수 있는 은유와 환유로 점철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사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Untitled (from Soil). close up, sweden, still life, analog, flash, stillives, europe ⓒ Simon Berg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Orange, knife / Sausage / Sausage close up / Cigarette butts ⓒ Simon Berg

 

표면적인 존재

직관적으로 보이지만, 사이먼 베르그의 작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조(-ism) 측면에서 보면, 현실을 초월해 본질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절대주의와 엘 리시츠키(El Lissitzky)가 떠오르는 구성주의를 섞어 놓은 듯하다. 색과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것과 피사체를 기하학적으로 배치하는 것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까지 추상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반사회 현실주의’라고 명명한다. ‘해체’에 기반을 두되, 거대한 사회 담론보다는 현실적인(또는 일반적인) 대상에 관심을 두겠다는 것. 다시 말해, 늘 같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지나치는 것들의 의미를 전복시킨다는 뜻이다.

 

이러한 그의 생각을 녹여낸 결과물이 바로 <Soil>이다. ‘흙’, ‘더럽히다’ 등 여러 해석이 가능한 제목처럼, 다변적인 작업 내용이 인상적이다. 흙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더럽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생(生)을 다한 동물과 식물이 썩어서 결국 흙이 되는 것을 일례로 들 수 있겠다. 사람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사는 것’, 달리 표현하자면 ‘서서히 죽어가는 것’ 또한 우리 주변을 더럽히는 것이다. 쇠약해진 사람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건 곁에 있는 사람 아니던가. <Soil> 속에 등장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과일 껍질에 주름이 졌다는 것은 곧 말라비틀어져 사라지게 될 것을, 빗에 엉켜있는 털은 자신의 역할이 끝났음을 말한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연상케 하는 사진들이다.

 

여느 스웨덴 예술과 마찬가지로 <Soil> 역시 ‘우울’이라는 키워드를 내포한다. ‘우울’은 사이먼 베르그가 어렸을 적 음침한 날씨에서 마주한 두려움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느꼈던 슬픈 감정에서 기인한다. 그는 ‘우울함’을 끄집어내기 위해 아버지가 사용했던 물건, 친구들 피부에 난 상처, 코팅이 벗겨진 앨범 등을 매개체로 사용했다. 사진을 통해 ‘우울’이라는 감정에 정면으로 부딪치려고 한 모양새다. 앞서 말했듯, 작업은 보는 이가 단번에 알아챌 수 없는 은유와 환유로 가득하다. 작업에 나타난, 조금은 기괴한 사물과 사람의 행동은 사이먼 베르그가 자신이 겪었던 사건을 상기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사진 속에 등장하는 것들을 표면적인 존재, 즉 보는 이를 위한 맥거핀(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 일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인지라 보는 이들까지 ‘우울’이라는 감정을 무조건 쫓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Simon Mlangeni-Berg 조금은 불쾌할 수 있지만, 대상을 매혹적으로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가지 주제로 규정되지 않는, 열린 결말의 작업을 한다. 2014년 핫셀블라드 파운데이션 ‘Victor Fellowship’ 후보에 올랐으며, 2018년 <Fotografiska Talent>전에 참여했다. 발란드 아카데미(Valand Academy) 석사 과정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www.simonber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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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from Soil). close up, sweden, still life, analog, flash, stillives, europe ⓒ Simon 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