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아서

2021-06-16 · TECH_KNOW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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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사진은 각종 증거물 수집을 위한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자외선 반사·형광, 적외선 반사·형광 사진 기법을 활용한 증거수집 방법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감수 | 김유진(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교수)

 

증거를 수집하고 사실관계를 밝혀내는 과학수사 분야에서 사진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숨겨진 혈흔을 찾아서

과학수사에서 혈흔은 범죄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다. 사건 현장에는 예외 없이 핏자국이 남기 마련이다. 핏자국 모양을 통해서 피를 흘린 사람의 움직임 여부와 방향 그리고 범행 도구까지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현장에서 혈흔이 언제나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검정색 바닥 위에 흐른 혈액이 흑갈색으로 변한 상태라면 그 모양을 구분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럴 때면 자외선을 이용해 혈흔을 찾아낸다. 혈액은 자외선을 강하게 흡수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혈흔을 기록하기 위해 수사현장에서는 자외선 반사 사진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자외선 투과 필터를 장착한 필름카메라에 일반 필름을 마운트하고, 자외선이 풍부한 조명을 사용해서 촬영하면 된다. 물론 배경이 혈흔과 동일한 광 흡수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경우 적외선 반사 사진술을 사용한다.

 

 

*** 보이지않는 증거를 기록하는 방법 ***

인간의 눈으로 관찰할 수 없거나 일반적인 촬영법으로는 기록할 수 없는 흔적들이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눈과 보통의 카메라들은 모두 가시광선을 보고 대상을 인지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시광선 외에도 여러 종류의 빛이 있다. 가시광선으로 대상을 볼 수 없다면, 가시광선이 아닌 빛으로 보면 된다. 이 기사에서 소개하는 ‘비가시광선 광전사 사진술’은 바로 이를 활용한 기법이다.

 

이 기법은 ‘적외선’과 ‘자외선’을 이용한다. 적외선은 가시광원보다 에너지가 강해 침투력이 우수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회화의 밑그림 검출 및 문서 위변조 분석 등이 가능하고, 사건 현장에서 혈흔을 찾아낼 수 있다. 자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기에 신체의 타박상 및 물린 자국 등을 가시화 할 때 활용된다. 적외선 혹은 자외선에 의해 반사되는 빛을 기록하느냐, 이에 반응해 스스로 발광하는 빛을 찍느냐에 따라 ‘반사’와 ‘형광’ 사진술로 구분된다. 따라서 비가시광선 광전사 기법에는 ‘적외선 반사 사진술, 적외선 형광 사진술, 자외선 반사 사진술, 자외선 형광 사진술’이 있다.


‘적외선 반사 사진’은 명실에서 적외선을 기록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면 된다. 적외선이 포함된 조명을 사용하고 사광으로 조명한다. 카메라에는 적외선 투과 필터를 장착하고 라이브뷰로 촬영한다. 반면, ‘적외선 형광사진’은 암실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자외선이 풍부한 광원을 조명함으로써 나타나는 형광 반응을 적외선으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자외선 반사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와 일반 필름을 조합해 촬영한다. 디지털카메라는 이미지센서의 특성상 가시광선과 적외선만 기록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는 적외선 반사 촬영과 유사하지만 조명과 필터가 자외선으로 바뀌는 형태다. 그리고 ‘자외선 형광 사진’은 오히려 적외선 형광 사진과 유사하다. 적외선 형광 사진은 형광 반응을 적외선으로 기록하는 반면, 자외선 형광 사진은 가시광선으로 기록한다. 따라서 자외선 투과가 아닌 차단 필터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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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에 형광 분말을 뿌린 지폐를 자외선으로 촬영한 다음 포토샵을 이용해서 선명하게 드러냈다.

 

범인의 지문을 찾아내다

지문 채취는 과학수사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수사 과정 중 하나다. 지문은 유리나 쇠처럼 매끄러운 표면에만 남아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휴지나 종이 같은 거친 표면에도 기록된다. 땀이나 기름을 포함하고 있는 지문은 짧은 시간 내 대부분의 요소들이 증발한다. 하지만 모든 물질이 증발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수사에서는 남아있는 1%의 물질을 기반으로 모양을 채취한다. 먼저 지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곳에 형광분말을 뿌린다. 이후 촬영 환경에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고 자외선이 풍부한 광원으로 지문을 조명한다. 자외선을 흡수한 형광 분말이 장파장을 발광하면, 자외선을 차단시키는 노란색 또는 오렌지색 필터를 장착해 촬영하면 된다. 우측 이미지를 보라. 가시광선으로 촬영한 사진에서는 지문의 형태가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자외선 형광 사진술로 촬영한 사진에서는 지문이 매우 선명하게 드러난 것을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상처를 밝혀라

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생긴 멍 자국, 저항 중 가해자 몸을 깨문 자국 등. 각종 상처들은 범죄 여부 및 당시 상황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 단서로 활용된다. 따라서 다양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피해자 및 가해자의 상처를 사진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증거가 사라지게 되면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상처는 자외선을 강하게 흡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보통 혈흔과 마찬가지로 자외선 반사 사진술을 이용해 촬영한다. 자외선 투과 필터를 장착한 필름카메라에 일반 필름을 마운트하고, 자외선을 강하게 발산하는 조명을 사용하면 된다. 그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옅은 상처를 선명하게 기록할 수 있다.

 

문서 서명 위변조도 잡아낸다

계약서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문서들은 때때로 법적 공방을 함에 있어 핵심 증거로 사용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남기고 그 이외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일부를 까맣게 칠해서 훼손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문서 위변조도 과학수사를 통해 밝혀낼 수 있다. 이에 사용되는 기법은 적외선 형광 사진술이다. 이는 단파장에 의해 발생한 피사체의 형광 반응을 적외선으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에너지가 많은 단파장을 흡수한 특정 물질이 빛을 발광하는 것이 바로 형광 반응이다. 형광에 의해 발산된 빛은 적외선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기록하는 것이 적외선 형광 사진술이다. 이 촬영은 대개 암실에서 행해진다. 적외선을 기록할 수 있는 카메라를 사용하며, 자외선이 풍부한 광원으로 피사체를 조명하고, 적외선 투과 필터를 사용해서 촬영한다. 라이브뷰 시스템을 활용하면 보다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다.

 

적외선 반사 기법으로 촬영하니 윤두서 작품의 밑그림이 드러났다.

 

밑그림 분석으로 진품 증명

미술시장에서 컬렉터들이 가장 꺼려하는 것 중 하나는 가품의 유통이 아닐까. 수백 수천 혹은 억 단위로 구매한 작품이 가품이라고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를 것이다. 실제 미술시장에서 가품이 유통된 사례가 없지 않다. 가품과 진품을 가르는 것 역시 과학수사의 힘을 빌리며, 진품 여부를 밝히는 방법 중 하나로 적외선 반사 사진술이 사용된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강해 빛의 침투력이 우수하다. 이를 활용하면 지우개로 지웠던 회화의 밑그림도 확인할 수 있다. 정보가 많아지는 만큼 보다 확실하게 진품 여부를 가릴 수 있게 된다. 적외선 반사 사진술은 피사체로부터 반사된 적외선을 기록하는 방법이다. 적외선을 발산하는 광원으로 피사체를 조명하고, 적외선 차단 필터를 제거한 카메라를 사용한다. 이때 적외선 투과 필터를 렌즈 앞에 장착한다. 라이브뷰 시스템을 이용해 수동으로 초점과 노출을 잡으면 보다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