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원이 수중에서 포착한 혹등고래 사진에는 더할 것도, 보탤 것도 없다. 그 자체로 신비롭고 위대한 힘이 번뜩인다. 그런 그의 사진이 7월 2일부터 8월 15일까지,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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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pback Whale ⓒ 장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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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가 16m에 이르는 혹등고래를 눈앞에서 본다면, 우리는 입을 다물 수 있을까. 누구든 그 크기에 압도되겠지만 장남원은 예외다. 중동의 전쟁터와 국내의 크고 작은 사건 현장에서 오랜 세월 사진기자로 일한 그에게 혹등고래는 단순히 거대한 생명체가 아닌, 소중하고 친근한 피사체다. 장남원이 혹등고래에 천착한 계기는 일본 오키나와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그는 “내 앞에서 고래가 뒤척이는 장면을 두 눈으로 직접 봤다. 잠시 공포심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경이로웠다. 그날 느낀 특별한 감정이 혹등고래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도록 만들었다.”라고 말한다. 짧지만 강렬했던 경험이 그의 삶을 바꾼 셈이다.
혹등고래에 매혹된 장남원은 그동안 다양한 국가를 방문해왔다. 그중 인상적인 나라를 꼽자면, 남태평양에 자리한 섬나라 ‘통가’다. 비교적 수심이 낮고 수온이 높은 까닭에 매년 7월부터 10월까지 통가에는 새끼를 낳으려는 혹등고래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얼핏 고래를 촬영하기 좋은 환경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다. 우선, 고래 보호를 위한 통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소음이 발생하는 공기통을 메고 잠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장남원은 방수 카메라만 들고 배에서 바다로 뛰어든다. 잠수 장비 없이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1분 남짓. 그는 약 10m의 수심까지 내려가 촬영을 진행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피사체는 살아 숨 쉬는 거대 포유류다. 사람도 낯선 이를 보면 경계하는데, 혹등고래라고 다를 순 없다. 꼬리부터 천천히 접근해 고래의 작은 눈을 바라보며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술가로서의 감각과 사진가로서의 촬영 계획에 앞서, 한 생명체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작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혹등고래는 어떤 동물과 비교할 수 없는 휴머니즘이 있다. 어미 고래는 남태평양에서 남극으로 향하는 4개월 동안 굶어가며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 게다가 자신의 몸통이 찢기는 한이 있어도 포악한 범고래들로부터 새끼 고래를 보호한다.”라고 장남원은 말한다. 혹등고래가 웬만한 인간 이상으로 모성애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장남원의 작품 중 어미 고래가 새끼를 감싸고 유영하는 사진들이 유독 뜻깊게 다가온다. 또한, 그가 포착한 장면 중 혹등고래와 잠수부가 함께 등장하는 작품도 압권이다. 장남원은 “고래와 인간이 함께 담긴 사진을 좋아한다. 두 생명체가 어울리는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인간과 고래가 친구 되어 춤추는 듯한 사진이 영화 속 장면처럼 느껴져 시선을 뗄 수 없다.
피사체에 대한 깊은 지식과 애정만큼 장남원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특별한 힘을 전달한다. 이는 그의 촬영 방식과 관련 있다. 장남원은 주로 16mm 광각렌즈를 활용해 혹등고래를 포착한다. 덕분에 해양 세계의 광활함과 혹등고래의 장엄함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이는 해외 사진가들 작업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작업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작품 대부분이 흑백사진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비록 다채로운 색채가 주는 화려함은 없지만, 흑백의 대비가 고래의 몸짓과 형태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장남원의 작업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으면, 사진에 담긴 동물이 혹등고래가 아니라 신화 속 생명체처럼 신비롭게 느껴진다.
대지의 나무나 건물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존재하므로 재촬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심해의 풍경은 변화무쌍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처럼 까다로운 바다에서 장남원은 약 40년 동안 셔터를 눌렀다.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다. 2013년 멕시코에서 촬영 중 발병한 패혈증으로 대수술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숱한 난관과 까다로운 촬영 조건에도 불구하고, 장남원은 바다가 자신의 집처럼 편하다고 말한다. 고래와 바다를 향한 남다른 마음이 느껴져서인지, 혹등고래와 수중 사진에 대해 말하던 작가의 설렘 가득한 눈빛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런 장남원의 의미 있고 담대한 여정에 응원을 보내며, 동시에 혹등고래의 찬란함을 보여주는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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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pback Whale ⓒ 장남원
장남원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근무했다. 1979년부터 수중 사진을 촬영한 그는 1997년 회사를 떠난 뒤 한국과 멕시코, 말레이시아, 필리핀, 통가 등의 바다에서 셔터를 누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중 사진가로 자리매김했다.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에서 열리는 개인전 <움직이는 섬, 고래>(07.02~08.15)와 대구사진비엔날레(09.10~11.02)를 통해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