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 2007, 50개의 캔버스에 유채, 457.2ⅹ1220 cm
ⓒ David Hockney, Photo Credit: Prudence Cuming Associates, Collection Tate, U.K.


화가가 완성한 포토콜라주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작업에 적용한 것은 1982년의 일이다. 당시 호크니는 폴라로이드와 사진 혼합 연구를 시작했고, 펜탁스 110 카메라로 첫 번째 폴라로이드 콜라주 작업을 완성했다. 그가 포토콜라주에 매진한 건 우리의 보는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다시, 그림이다>에 수록된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원근법이 카메라에 내장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 경험상 두세 장의 사진을 함께 놓고 보면 원근법은 바뀔 수 있다. 이를 처음으로 알게 해준 작품은 <1983년 2월 교토 료안지 사원의 젠 가든을 걸으며>다. 주위를 빙 돌면서 각기 다른 위치에서 사진을 찍어 작품을 직사각형으로 만들었다. 서구의 원근법이 제거된 사진을 만들었다고 느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후 호크니가 반(反) 사진주의자가 됐다는 것. 그에게 사진은 본질상 찰나의 시간과 하나의 시선만을 가진, 한계를 지닌 것이 되었다. 또한, 그는 “콜라주 자체는 드로잉의 한 형식”이라고 할 만큼 사진을 회화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이와 더불어 세상이 사진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진의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포토콜라주는 지금까지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듯, 호크니는 60여 년 동안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동성애, 인물, 풍경 등을 주제로 여러 매체를 이용해 다양한 표현 양식을 과감하게 시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국 왕립예술학교 시절 주목받은 작품과 1960~70년대 LA에서 완성한 작품, 피카소의 입체주의와 중국 두루마리 회화의 영향을 받은 다시점 구도의 작품 등 133점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 본격적으로 원근법을 실험한 1980년대의 <움직이는 초점> 시리즈, 그리고 3천 장의 사진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어 붙여 제작한 하나의 사진 드로잉 작품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 등이 사진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전시는 2019년 8월 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다.

Untitled (Culture Mask I), 1990, Fotografie / photograph, Courtesy of the Estate of David Wojnarowicz und / and P·P·O·W Gallery, New York

Untitled (from the blindfolded man series 1), 1982, Fotografie / photograph, Courtesy of the Estate of David Wojnarowicz und / and P·P·O·W Gallery, New York
투쟁의 예술
데이비드 워나로비치
1980년대 미국은 ‘격동의 시대’였다. 석유파동과 냉전을 겪었던 1970년대와는 달리 급속도로 살림살이가 나아졌기 때문이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의 대통령 취임이 모멘텀이 됐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기 만들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들어선 신자유주의정권 덕분(?)에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화려했던 왕년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2016년 미국인들은 레이건의 슬로건을 재사용한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게 된다. 그러나 국가 경제가 좋아졌다고 해서 모든 국민의 삶이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당시 뉴욕 이스트빌리지는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으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었다. 슬럼화된 이곳에 하나둘씩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텅 빈 거리에서 예술가들은 사회·정치적인 이슈를 논하며,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비판했다. 데이비드 워나로비치(David Wojnarowicz) 역시 그런 예술가 집단에 속해 있었다. 그는 화가이자 사진가, 영화제작자, 에이즈 인권활동가, 퍼포머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다.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진 못했지만, 낸 골딘, 키키 스미스 등과의 협업은 그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워나로비치는 다양한 미디어를 작업에 이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도 그중 하나다. 가면 쓴 남자의 모습을 오래된 35mm 카메라로 찍은 흑백사진이 대표적이다. 이는 성 소수자였던 그의 삶을 대변한다. 자신의 정체를 숨길 때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작업이다. 그의 전 애인이자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진가 피터 후자르(Peter Hujar)를 찍은 사진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를 계기로 워나로비치의 작업이 정치적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그는 소외된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에이즈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정부를 비판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데이비드 워나로비치의 사진작업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Phootgraphy & Film 1978-1992>가 5월 9일까지 독일 베를린 ‘KW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진행되었다. 개인적·정치적으로 불완전한 시기에 촬영한 사진을 비롯해, 테스트 프린트, 실크스크린, 영화 등 150여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치열했던 워나로비치 개인적 삶과 대의를 위해 투쟁했던 그의 사회적 삶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Untitled (Suit with Sandwich Head), 1988-89, Fotografie / photograph, Courtesy of the Estate of David Wojnarowicz und / and P·P·O·W Gallery,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