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이중성 _ 오연진

2021-07-20 · ART_PHOTO

대표 이미지

오연진은 암실에서 이미지를 기울이고 겹치고 휘는 과정을 통해 이미지를 얻는다. 아날로그 프린트로 탄생한 이미지들이 상징하는 것은 역사 속에서 사진이 마주했던 변화들이다. 암실을 위한, 암실에 의한 매체실험 작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되는 것일까.

 

<As if>, 2018

 

 

<Check and Stripe Prints>, 2016

 

오연진은 사진이 가진 이분법적인 이야기 - 아날로그와 디지털, 물질과 비물질, 재현과 추상 등 -를 스펙트럼화해서 보여주는 작가다. 언제나 중간자로 존재해왔던 사진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아날로그 프린트’다. 사진은 사진이 처음 만들어진, 혹은 발명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오연진이 주로 이용하는 것은 바로 아날로그 프린트다. 사진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 중 하나가 바로 ‘암실 작업’이기 때문이다.

 

 

1. 네거티브 필름을 제작하다

인화에 사용할 네거티브 필름을 제작한다.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편집한 기호, 디지털 드로잉, 패턴 등 다양한 이미지 소스를 OHP 필름에 인쇄한다. 필름으로 제작할 이미지를 선별하는 기준은 ‘직관’이다. 사진사 속 클리셰가 연상되는 관습화된 이미지(물결무늬 같은)를 선호한다. 다음으로 젤라틴 실버 프린트에 적합하도록 계조와 선예도를 약간 보정한다. 프린터에 따라 빛의 투과 정도와 최소 단위가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해 프린터를 선택한다. 프린트된 OHP 필름을 35mm 필름 크기로 잘라내 네거티브 필름으로 만든다. 이미지 소스를 얻기 위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 도시 풍경, 그리고 패턴으로 만들 수 있는 이미지를 주로 찍는다.

 

2. 테스트 프린트

8x10 인화지에 첫 번째 테스트 프린트를 한다. 보통 네거티브 필름 낱장을 사용하지만, 두 장을 겹칠 때도 있다. 이미지에 따라 노광 시간, 중복 노광 횟수, 초점 거리, 필터 호수 등을 다르게 한다. 솔라리제이션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며, 지지체를 물리적으로 휘거나 기울인 상태로 인화하기도 한다. 데이터 값을 따로 기록하긴 하지만, 대략적인 지표로만 사용한다. 확대 인화할 경우 데이터 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테스트하기 위해 50~100장 정도의 인화지를 사용한다.

 

3. 20x24 프린트 위한 준비

테스트 프린트 중 가장 성공적인 조합을 확인했다면, 20x24 인화지로 인화할 준비를 한다. 실제로 20x24 인화지는 8x10보다 이미지 왜곡을 더 잘 보여준다. 인화지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왜곡은 효과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작업 규모가 커지면 노광 시간과 초점거리, 필터 호수 등을 다시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적정 수치를 결정하기 위해 8x10 인화지로 두 번째 테스트를 한다. 대략 4~5장의 인화지를 소모한다.

 

4. 인화 성공률 대략 50~60%

지금까지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20x24 인화지에 이미지를 인화한다. 성공률은 50~60% 정도다. 인화를 많이 하는 이유다. 노광을 준 뒤 일반적인 암실 프로세스(현상-정지-정착-수세)를 거친다. 테스트가 아닌 본 작업이므로 인화 및 건조 과정에서 인화지가 구겨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현상액이 인화지 표면에 남아있지 않도록 충분히 수세한다. 건조 후 인화지 표면에 물기가 남아있지 않은 지 세심하게 확인하고 보관한다.

 

5. 사진의 속성을 스펙트럼처럼 보여주다

전체 프린트를 펼친 후 완성작을 선택한다. 갤러리 혹은 미술관 공간에 펼쳐놓고 최종적으로 전시할 프린트를 선별하기도 한다.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사진의 속성을 스펙트럼처럼 보여줄 수 있도록 사진을 다양하게 고르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기에 테스트와 메인의 경계가 딱히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에필로그: 매체실험, 수행

오연진의 작업은 한 마디로 ‘매체실험’이다. 이미지만 보면 어렵게 느껴지는 게 당연지사. 그래서 그의 작업을 흥미롭게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오연진이 암실에서 하는 모든 것은 ‘실험적이고 수행적인 작업’이다. 한번 암실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6~8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한다. 수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단색화를, 실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등장한 사진(물성 실험 같은)을 연상케 한다. 인화지를 기울이고(틸트), 휘는(벤딩) 이유는 다름 아닌 공간감/원근감을 실험하기 위해서다. 벤딩을 할 때 사용하는 도구는 그가 직접 제작하고 이름 붙인 ‘벤딩 툴’이다. 하지만 오연진이 아날로그 작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필름 스캔과 포토샵 같은 디지털 프로세스도 진행한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숙지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사진의 역사를 어느 정도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오연진 사진이 가진 이분법적인 이야기를 스펙트럼화해서 보여주는 작업을 한다.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전공을 졸업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