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EOS RP

2021-07-20 · TECH_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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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C 8 프로세서가 만드는 화사한 색감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장한다.

 

지난 3월, 캐논이 두 번째 풀프레임 미러리스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전에 출시한 ‘EOS R’이 중급형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지향했다면, ‘EOS RP’는 보급형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 두 제품의 관계는 마치 기존의 DSLR 라인업 중 5D와 6D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6D 시리즈가 출시되었을 당시 ‘파격적인 가격’과 ‘가벼운 무게’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이미지 품질’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EOS RP는 이러한 6D의 콘셉트를 계승한다. 이 제품의 출시가격은 164만 9천 원으로 현재 오픈마켓 기준 15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렌즈 교환식 풀프레임 카메라, 그것도 신제품을 이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니, 몇 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캐논은 DSLR 시장에서 15년 이상 점유율 1위를 기록해온 브랜드다. 이미지 품질부터 기계적 성능 그리고 브랜드 입지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그러나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서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캐논은 비교적 후발주자로 이제 막 라인업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에 출시한 EOS RP 역시 캐논의 첫 보급형 풀프레임 미러리스로 1세대에 해당한다. 시장점유율에 보급형 제품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 카메라는 새로운 시장을 집권하기 위한 캐논의 첫 발돋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캐논 풀프레임 미러리스는 DSLR 만큼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과연 EOS RP는 EOS 6D만큼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만한 성능과 이미지 품질을 갖추고 있을까. 기자가 직접 사용해본 후기를 공개한다.

 

 

 

 

 

 

 

6240 x 4160px로 촬영되는 결과물은 고화질 출력(300ppi)으로 최대 53x35cm까지 인화할 수 있는 사이즈다.

 

센서, 몸집은 작아도 풀프레임

이미지센서는 디지털 카메라의 화질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이다. EOS RP에는 2620만 화소의 소형 풀프레임 이미지센서가 탑재되었다. 소형 풀프레임은 이미지 품질이 중요한 전문가용 카메라에 탑재되는 포맷이다. 그러니 최소한의 화질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DR(다이내믹레인지)는 어두운 부분부터 밝은 부분까지 얼마나 많은 노출 정보를 한 번에 담아낼 수 있는가를 수치화한 것이다. EOS RP의 DR은 9.07스톱이다(ISO 50, Photons to Photos 측정값). 이는 DSLR 6D Mark II의 DR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치로 풀프레임 중에서도 무난한 값이다. 그 결과 이 카메라로 얻을 수 있는 최대 해상도의 결과물은 가로 6240px, 세로 4160px이다. 이는 최고 화질(300PPI)로 약 53 x 35cm, 고화질(240PPI)로 약 66 x 44cm 크기로 인화할 수 있는 사이즈다. 이 정도면 아주 크게 대형인화를 하지 않는 한 차고 넘치는 해상도다. 실제 카메라를 사용하는 동안 풀프레임 특유의 높은 DR과 넉넉한 화소수 덕을 꽤 많이 봤다. 예컨대 역광 상황에서도 풍부한 계조를 구현할 수 있었고, 프레이밍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과감하게 크롭도 진행할 수 있었다. 보통 포맷이 클수록 가격은 비싸고 바디는 크기 마련인데, EOS RP는 풀프레임을 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심지어 가벼워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꽃을 촬영할 때는 강한 색상들이 뭉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런 점에서 EOS RP는 보다 자연스러운 색 계조표현이 가능하다.

 

색감, DIGIC 8 프로세서가 구현하는 화사함

카메라의 성능을 따질 때 색감은 늘 논란이 되곤 한다. “Raw파일로 촬영하는 경우 카메라의 색감은 무의미하며, JPG로 촬영해야만 진가를 느낄 수 있다”는 말부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그 누구도 기종을 정확히 맞출 수 없다”에 이르기까지. 그럼에도 색감은 카메라 선택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색감은 캐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덴티티다. 캐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색감을 칭찬한다. 분명 무언가 있기는 한 듯 보인다. 에디터 역시 처음 셔터를 누르고 LCD를 보았을 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색상의 계조 표현이 매우 부드럽게 이어졌다. 이러한 성능은 풍부한 색감을 연출하며 부드럽고 또 화사한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인물, 동물, 풍경, 정물 등 피사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인상적이다. 분명 EOS RP가 만드는 결과물은 기존에 사용하던 카메라보다 더 매혹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러한 색감은 픽처스타일 설정을 통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도록 미세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만약 RAW파일로 촬영한다면 캐논에서 제공하는 컨버터 DPP(Digital Photo Professional)를 이용해 변환하는 과정에서 픽처스타일을 조절해도 된다.

 

 

 

캐논의 눈 인식 AF 성능은 데일리용으로 충분하다. 다른 눈에 초점을 맞추고 싶을 때는 그 부분을 터치하면 된다.

 

기동성, 일상용으로 충분

대부분의 브랜드는 보급형 라인업의 기동성 퍼포먼스를 다소 부족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약간의 아쉬움을 유발하면서 더 높은 라인업으로 기변 욕구를 자극한다. 이는 제조사들이 카메라 등급을 나누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EOS RP의 기동성은 만족스러움과 아쉬움 사이 어느 정도에 위치해 있을까. 우선 초점 성능을 살펴보자. 캐논 고유의 기술인 듀얼 픽셀 CMOS AF를 채택한 덕분에 검출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따라서 AF-S(원샷)를 사용할 때 조금의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얼굴 및 눈 인식 AF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인식하는 성능도 매우 쾌적하다. 눈 오른쪽 또는 왼쪽을 선택할 수 있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다만 AF-C(연속) 성능은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쫓아가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인다. 빠른 피사체를 연사와 함께 초점을 추적할 때 초점이 나가는 사진이 종종 보인다. 그러나 걸어 다니는 인물 정도의 초점은 괜찮은 수준으로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 이는 최대 5fps의 연사속도와 함께 일상 스냅용으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촬영의 경우, 빠른 퍼포먼스가 요구되지 않았기에 기동성으로 인한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가격대를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풀프레임 센서의 탁월한 노이즈 억제력은 어두운 환경에서도 고퀄리티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한다.

 

 

고감도, 역시 풀프레임 !

고감도에서의 노이즈 억제는 디지털 카메라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다. 이는 ‘이미지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서’의 성능에 따라 결정된다. EOS RP의 이미지센서는 듀얼픽셀 AF를 지원하는 풀프레임 CMOS다. 이미지 프로세서는 DIGIC8을 사용한다. 캐논이 이제껏 만들어왔던 결과물을 볼 때 뛰어난 노이즈 억제력이 기대가 된다. 과연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다. 실내에서 노이즈 리덕션 표준 세팅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EOS RP의 감도는 ISO100-40000, 확장 감도로 최대 1024000까지 설정할 수 있다. 테스트 결과, ISO3200까지 큰 디테일 손상 없이 깨끗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ISO6400부터 다소 거칠어지는 경향이 보이다가, ISO12800에서 노이즈가 뭉개지면서 선예도가 떨어진다. ISO25600이 되자 급격하게 울긋불긋해지면서 날카로운 느낌이 눈에 띄게 사라진다. 확장감도인 ISO51200에 들어서자 노이즈의 비약적인 증가와 함께 색 계조까지 무너진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EOS RP의 실용 감도로 ISO100~12800을 제안한다. 이 정도면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카메라답게 뛰어난 노이즈 억제력이다.

 

실내 환경 노이즈 리덕션 표준 세팅 테스트 결과.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카메라답게 우수한 노이즈 억제력을 자랑한다.

 

 

 

 

주로 사용하는 조작계가 우측에 위치해 있어 오른손만으로도 대부분의 조작이 가능하다.

 

조작계, 조작 편의성을 따르다

캐논의 새로운 라인업인 만큼 조작계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보급형을 콘셉트로 하는 만큼 EOS R 대비 많은 부분에서 간소화되어 있다. 가장 큰차이는 상단 LCD와 후면의 멀티펑션바가 생략돼 있다는 점이다. 상단 LCD는 DSLR 시스템에서 보다 빠르게 세팅 값을 확인하는 용도이지만, 미러리스 시스템은 후면 액정의 시야각이 넓은 만큼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부피와 가격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멀티펑션바의 부재는 다소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EOS R에서만 볼 수 있는 시그니처 조작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외에 필요한 조작계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 두 개의 다이얼, AF-ON 및 AEL 버튼 등 빠른 조작에 필요한 필수 버튼 대부분을 오른손 하나로 조작할 수 있다. 비교적 사용 비중이 적은 전원 다이얼과 메뉴 버튼은 왼손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위블 액정이 탑재되어 있어 셀카를 촬영하거나 하이·로우앵글을 구사하기도 편리하다. 또한 터치가 되는 LCD는 스위블 액정의 편의성을 극대화시킨다. 작은 부피를 감안 한다면, 그립감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손이 큰 편인데도 불구하고 쥐었을 때 감기는 느낌이 일품이다.

 

 

 

캐논의 동급 DSLR인 6D Mark II와 EOS RP의 크기를 비교해보았다. EOS RP는 확실히 작고 가벼운 카메라다.

 

휴대성, 작고 가볍다

택배박스를 개봉하자 작고 아담한 카메라가 등장한다. 순간 의구심이 든다. 풀프레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작고 여린 모습이다. 카메라는 이미지센서의 크기에 따라 체급도 달라진다. 광학 원리상 판형이 크면 바디 및 렌즈의 설계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풀프레임이라는 판형은 주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결코 작지 않은 센서 사이즈다. 따라서 예전부터 ‘풀프레임 카메라는 무겁다’는 인식이 사진가들에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EOS RP의 무게는 고작 485g에 불과하다. 이는 500ml 생수 한 병보다 가벼운 수준이며, 타사 풀프레임 미러리스와 비교해도 무려 100g 이상 가볍다. 무게뿐만 아니라 크기도 작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하기가 상당히 편하다. 기자는 1박 2일 여행을 가서 이 카메라에 ‘RF 35mm F1.8 Macro IS STM’를 마운트한 채 계속 목에 걸고 다녔다. 장시간 메고 있었으니 힘들만도 했지만. 의외로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물론 어떠한 렌즈를 마운트 하느냐에 따라 휴대성은 많이 차이날 수 있으니 이 점 참고할 것.

 

 

 

동영상, 딱 스케치 촬영까지

최근 유튜브가 급부상함에 따라 동영상 촬영 성능도 카메라를 선택함에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됐다. 그런 점에서 EOS RP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4K 24p 해상도를 지원하지만, 중앙부를 1.8배 크롭해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4K 상황에서는 AF 역시 듀얼 픽셀이 아닌 콘트라스트 검출식으로 변경된다. 게다가 FHD 해상도는 60·30p를 지원하는 반면 24p는 빠져 있다.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주력으로 상용하는 24p를 뺀 것은 유저입장에서 다소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여기에 후편집 과정에서 DR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로그감마(C-Log)도 지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 탓에 유튜브나 단편영화 같은 전문 영상 촬영용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가 힘들다. 하지만 장점도 많다. 캐논이 내세우는 ‘콤비네이션 IS’의 성능은 꽤나 탁월한 편이다. 이는 카메라의 디지털 IS와 렌즈의 광학식 IS를 연동해서 흔들림을 보정하는 기능이다. 그리고 로그감마가 빠진 대신 HDR 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반드시 컬러그레이딩 과정을 거쳐야 하는 로그감마 촬영과 달리, 별도의 편집 없이 하이라이트 디테일 저하를 극복하게 해주는 편리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스케치 정도의 동영상 촬영용으로는 충분하다.

 

 

COMMENT

캐논 EOS RP는 타깃층이 뚜렷한 카메라다. ‘렌즈 교환 풀프레임 카메라 중 가장 저렴한 출시 가격’, ‘휴대하기 부담 없는 크기와 무게’, ‘캐논이라는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 이 세 가지 특징과 장점 덕분에 소형 풀사이즈 입문용으로 더할 나위 없다. 물론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한 만큼 우수한 화질은 기본으로 보장된다. 스포츠 또는 행사촬영에서는 다소 기동성의 한계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용으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동영상도 비슷하다. 전문가 급 영상으로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일상에서 스케치 정도는 문제없다. 편의성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스위블 액정을 채택해 셀프 촬영까지 가능하니 데일리 카메라로 부족함이 없다. 물론 보급형 제품이기에 아쉬운 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에서 오는 만족도는 그 모든 아쉬움을 상쇄한다. 결론은 데일리용 풀프레임 입문 카메라로 더할 나위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