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프레임 미러리스가 핫한 요즘, 해당 시장에서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소니가 의외의 제품을 출시했다. 바로 E마운트 미러리스 카메라 정말 오랜만에 출시된 소니의 APS-C 라인업이다. 과연 성능은 어떨까?

a6400의 계조표현은 야간 장노출 촬영에서도 발군의 성능을 보인다.

소니가 APS-C 미러리스 유저들을 저버린줄로 알았다. 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소니는 지난 2013년 a7시리즈를 출시한 이래 FE마운트(풀프레임)에 주력해왔다. 그동안 발매된 E마운트(APS-C) 렌즈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고, 간간히 바디만 출시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6년 10월 a6500 출시를 기점으로 소식이 뚝 끊어졌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거의 2년 반 만에 신제품 a6400이 출시됐다. 실로 반가운 소식이다. 제품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a6400’은 a6300과 a6500 사이에 위치한 모델이다. 전체적인 유저의 인식은 a6300의 마이너 업그레이드판이라는 평에 가깝다. a6300과 동일한 이미지센서를 공유하지만 신형 프로세서를 채용해 아쉬웠던 부분들을 상당수 보완했다. 라인업에서 a6500보다 아래에 있지만, 스펙을 살펴보면 그보다 못한 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동성이나 편의성 및 동영상 측면에서 많은 부분들이 a6500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FE마운트에 올인한 소니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의 입지를 견고하게 다져놓았다. 그리고 이번에 출시한 a6400은 정말 오랜만에 선보이는 APS-C 미러리스 카메라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전작보다 많은 부분에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사실 2년 반이라는 공백은 시장에서 발을 빼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소니가 다시 APS-C 미러리스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되는 걸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a6400 택배박스를 개봉했다.


6000*4000px로 촬영되는 결과물은 고화질 출력(300ppi) 기준 50.8*33.9cm 사이즈로 출력할 수 있는 수준이다.
APS-C, 화질과 휴대성 겸비하다
a6400은 2420만 화소 APS-C 포맷 이미지센서를 품었다. 풀프레임보다 한 체급 아래에 있는 사이즈다. 이미지센서가 크면 화질 측면에서 확실히 유리하다. 하지만 제조단가가 올라가고 휴대성은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볼때 a6400은 화질과 휴대성 사이에서 적절히 타협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금 더 심도 있게 살펴보자. 이미지센서의 명가 소니답게 이면조사 방식으로 설계된 CMOS를 채택했다. 이미지센서의 배선을 포토 다이오드 뒤에 설치함으로써 입사되는 빛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설계법이다. 이미지센서에서 빛의 효율은 곧 성능을 의미한다. 덕분에 다른 2420만 화소 APS-C 센서보다 다이내믹 레인지와 노이즈 억제력이 우수하다. 이 카메라로 얻을 수 있는 최대 해상도의 결과물은 가로 6000px, 세로 4000px이다. 이는 최고 화질(300PPI) 기준으로 약 508x339mm 사이즈, 그리고 고화질(240PPI)로 약 635x423mm 사이즈를 인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전문촬영 용도로도 손색이 없다. 실제로 촬영한 결과물들을 놓고 보면 일부 풀프레임 카메라를 뛰어넘는 화질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4.5스톱 어둡게 촬영한 후 보정으로 밝기를 끌어올린 이미지. 웬만한 노출 실패는 끄떡없이 극복한다
다이내믹레인지, 넓은 보정폭을 가지다
카메라의 화질을 논할 때 DR(다이나믹 레인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DR은 가장 어두운 부분부터 밝은 부분까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노출 정보를 담아낼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보정을 통해 무너진 사진 디테일을 복원할 가능성과, 역광 촬영처럼 극단적인 밝기 차이가 나는 환경에서 디테일의 손상 정도를 결정짓는다. 소니 a6400의 DR은 10.51이다(Photons to Photos 측정 값). 이는 현재 출시된 모든 APS-C 포맷 카메라와 비교해도 1, 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최근 핫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중 일부를 상회하는 수치이니 상당히 우수한 스펙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 기자가 직접 사용하면서도 APS-C라고는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놀라고는 했다. 예컨대 노출이 부족하게 촬영돼도 4~5스톱 정도는 거뜬히 살려낼 수 있었다. 역광상황에서도 풍부한 톤을 얻기 위해 굳이 HDR 촬영을 감행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웬만한 역광에서도 큰 이미지 품질 저하 없이 섀도와 하이라이트 디테일을 모두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초 동안 촬영한 11컷 이미지. 동체추적 성능은 현존하는 어떤 카메라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기동성,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소니 a6400 스펙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기동성이다. 소니 미러리스의 핵심 기능인 Eye-AF가 ‘리얼타임 Eye-AF'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기존 Eye-AF와 달리 AI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눈을 추적한다. 피사체의 왼쪽 또는 오른쪽 눈을 선택할 수 있고, 추후 펌웨어를 통해 동물의 눈도 추적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Eye-AF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동체추적 상황에서도 성능 향상이 눈에 띄게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카메라의 초점 성능은 에디터가 이전에 리뷰 했던 풀프레임 미러리스 a7 III와 a7R III를 넘어선다. 어쩌면 플래그십 카메라 a9을 웃도는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a9은 현존하는 모든 카메라 중 동체추적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제품이다. 이에 비견될 정도면 a6400의 가격대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다. 물론, 블랙아웃 없는 24fps의 연사촬영 성능을 자랑하고 대용량의 버퍼와 처리속도까지 갖춘 a9의 기동성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하지만 a6400 역시 11fps의 연사속도와 나쁘지 않은 버퍼성능을 갖추고 있으니 일상용 카메라로는 성능이 차고 넘친다. 가격대비 기동성을 찾는다면 이만한 제품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한다.

a6400의 우수한 DR은 리터칭 과정에서 톤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고감도에서 APS-C의 노이즈 억제력은?
고감도에서의 노이즈 억제는 디지털 카메라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다. 이는 ‘이미지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서’의 성능에 따라 결정된다. a6400의 이미지센서는 이면조사 방식의 APS-C 타입 Exmor CMOS다. 이미지 프로세서는 BIONZ X를 사용한다. 이제까지 보여줬던 센서 성능의 결과물로 봤을 때 노이즈 억제력 역시 기대가 된다. 실내에서 노이즈 리덕션 표준 세팅으로 테스트 해보았다. a6400의 감도는 ISO100-32000, 확장 감도로 최대 1024000까지 설정할 수 있다. 테스트 결과, ISO3200까지는 큰 디테일 손상 없이 깨끗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ISO6400부터 다소 거칠어지는 경향이 보이다, ISO12800에서는 노이즈가 뭉개지면서 선예도가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ISO25600이 되자 노이즈가 눈에 거슬릴 정도로 올라왔다. 확장감도인 ISO51200에 들어서자 전보다 노이즈의 비약적인 증가와 함께 색 계조가 무너졌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a6400의 실용 감도로는 ISO100~12800을 제안한다. 이 정도면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카메라와 비교하더라도 상위권의 노이즈 억제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내 환경 노이즈 리덕션 표준 세팅 테스트 결과. APS-C 센서를 장착한 카메라 중에서도 최상위권을 기록할만한 노이즈 억제력이다.

센서의 손실 없이 4K 해상도를 구현해냈음에도 촬영에 시간제한이 걸려 있지 않다.
4K 풀픽셀, 고해상도 영상을 화각 손실 없이!
최근 유튜브가 급부상함에 따라 동영상 촬영 성능도 카메라 선택의 중요한 지표가 됐다. 소니 a6400은 우선 4K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추었다. 24p까지는 무려 풀픽셀리드아웃 방식이다. 4K라고 다 같은 4K가 아니다. 생각해보자. 4K의 해상도는 3840 x 2160px이다. 하지만 a6400의 이미지센서는 6000 x 4000px을 기록한다. 이를 압축해서 4K 해상도로 만드는 연산처리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 따라서 많은 카메라들이 4K 영상을 촬영할 때는 이미지 센서의 중심부만 사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경우 화각의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a6400은 24p까지 이미지센서를 온전히 사용하는 풀픽셀리드아웃 방식이다. 무려 2.4배 오버샘플링이다. 이는 각종 하드웨어의 스펙이 충분히 밑바탕 되어야 실현 가능한 시스템이다. 더군다나 a6400에는 전작에 걸려 있던 4K촬영 30분 시간제한이 해제되었다. 이제 배터리와 발열관리만 잘한다면 제한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끊어짐 없는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Full HD(1920 x 1080px) 120p 해상도를 지원해 5배 슬로우 모션 촬영이 가능한 점 역시 눈여겨볼만 하다.

S-Log로 촬영한 결과물의 컬러그레이딩 작업 전과 후. 풍부한 디테일의 영상미를 만들 수 있다.(Befor, After)
S-LOG3 / HLG, 영상 전문가의 마음을 빼앗다
a6400의 동영상 기능 중 가장 눈여겨 볼만한 것은 바로 S-Log3와 HLG의 탑재다. S-Log3는 동영상 촬영 시 이미지센서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능이다. 사진은 Raw파일로 촬영하면 손쉽게 모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은 Raw촬영부터가 난관이다. 그 용량과 무게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등장한 기능이 바로 로그감마(소니의 경우 S-Log)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드넓게 퍼져 있는 다이내믹 레인지를 손실압축 범위 내로 이동시켜 촬영하게 된다. 그러면 웬만한 역광 상황에서도 모든 디테일을 살려서 촬영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채도와 콘트라스트가 비약적으로 감소한다. 그러므로 S-Log3 기능을 이용해 촬영한다면, 반드시 컬러그레이딩이라는 후보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좌측 이미지는 S-Log3로 촬영하고 컬러그레이딩 과정을 마친 영상의 캡처본이다. 로그감마 기능이 없었다면 이러한 역광상황에서 이정도 디테일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HLG는 S-Log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듯 보이지만, 추후 보급될 예정인 HLG 지원 모니터에서 컬러그레이딩 과정 없이도 생생한 톤의 HDR을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a6400은 마이크 연결과 플립 LCD 모두 갖춘 소니 최초의 카메라다
180도 플립 LCD, 왜 이제야 나타났니
소니 중급기 라인 최초로 180도 플립 LCD가 탑재되었다. 이는 셀피를 촬영하거나 브이로그로 자신의 모습을 기록할 때 매우 유용하다. 기존까지 소니가 플립 LCD를 넣었던 기종은 대부분 콤팩트카메라 혹은 보급기 라인업이었다. 이들은 셀피를 촬영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본격적인 영상촬영 용도로는 다소 부족한 스펙이었다. 예컨대, 로그감마를 지원하지 않거나 마이크를 연결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a6400은 이제 브이로그를 위한 기본조건들은 모두 갖추었다. 물론 핫슈에 마이크를 장착하면 플립 LCD를 보기 힘들기에 별도의 액세서리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도 플립 LCD와 마이크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또한 이 LCD는 180도로 접는 포지션 외에도 하이앵글 및 로우앵글을 위한 포지셔닝이 가능하기에 일상적인 촬영에서도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