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안에 배치된 사물의 모습이 생경하다. 언뜻 초현실적이기도 하다. 박승만은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가 거주했던 ‘공간’과 생전에 사용했던 ‘물건’을 병치하는 작업을 통해 죽음과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 보이는 작업의 탄생 과정이 궁금하다.

Chair, digital C-print, 100x150cm, 2014

Clock, digital C-print, 56x84cm, 2014
가까운 이의 죽음은 다양한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남겨진 흔적을 보며 죽은 이를 기억하고 추모한다. 박승만의 작업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뒤 시작됐다. 그는 주인이 떠나고 용도를 잃은 채 남겨진 집과 유품의 ‘현재 상태’, 더 나아가 그것들의 존재 의미에 주목하게 되었다. 공간과 사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박승만의 작업은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현실과 가상이라는 경계 위에 있는 듯하다. 이는 시간과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적 구성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인간의 죽음은 이원론적 관점(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과 물리학적 관점(인간은 육체 그 자체)으로 구분된다. 다시 말해, 인간을 ‘영혼-신체’로 구분 짓거나, ‘물리적-생물적 존재’로 바라본다는 의미다. 박승만은 사물이 가진 물리적 재료를 통해 대상의 영혼을 바라보는 것에 집중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영혼이란 미신적·신앙적인 것이 아닌, 비가시적이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이면’에 관한 것이다.
남겨진 흔적과의 조우
박승만 작업의 모티프는 할아버지가 남긴 집과 그 안에 있던 유품들이다. 그 광경과 조우한 그는 문득 현실세계와 격리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주인을 잃고 용도를 상실한 사물들은 물질적 형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마치 망자처럼 죽음과 맞닿아 있
는 듯 보였다. 그때의 감정을 이미지로 옮기기 위한 작업의 시작은 바로 ‘사전답사’다. 이후 촬영이 진행될 공간과 사물을 정하고, 스태프와 간단한 회의를 거친 뒤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한다.
예전부터 카메라에는 ‘대상의 영혼을 잡아놓는다’라는 미신적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박승만의 작업은 영혼을 붙잡아 놓는다기보다는, 각각의 사물이 가진 의미를 알아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록 죽은 이의 유품이지만, 이 사물은 남겨진 형태 그 자체로도 본디 부여된 용도에 맞게 사용될 수 있음을 인지했다. 사물이 죽은 것 같지만, 사실 죽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서히 박승만은 사물과 물리적인 접촉을 했다. 사물이 놓여 있던 공간과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켜 촬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망자가 떠난 후 사물은 남겨졌지만, 여전히 현실의 물리적 성질과 맞대응하고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카메라 테크닉을 통해 사물을 시간의 틈새에 위치시키거나, 중력에 맞대응시켜보기로 했다. 불규칙한 공간 안에 부유하는 사물을 연출하는 것이 그 시작인 셈이다.
실내 설치, 순간을 포착하다
박승만의 작업은 협업이 필수다. 공중에 사물을 설치하는 것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기에 늘 두 명 이상의 스태프와 함께한다. 셔터스피드를 이용해 순간 포착하려면 사물을 수십 번 공중에 던져야 할 때도 있다. 지붕에 올라가는 일도 허다하다. 안전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체계화된 작업을 위해서는 정확한 업무 분담이 필요하다.
작업의 주된 프로세스는 실내 설치다. 실내에서 사물을 여러 번 던진 후 카메라를 이용해 순간 포착하는 일은 여러모로 제한이 많다. 실내다 보니 빛이 부족하고, 사물의 파손 위험도 있다. 의자, 선풍기, 시계, 자전거 등 제한된 공간 안에 적절한 유품을 배치하고, 투명한 줄을 이용해 사물을 공중에 띄우는 것이 핵심이다. 옛 초가집을 개조한 집은 공간이 상당히 비좁다. 다음 촬영을 위해서는 기존에 설치한 것을 해체하고, 새로운 것을 다시 설치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여간 고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야외에서 촬영할 때는 셔터스피드를 활용하기도 한다. 한 장의 사진을 포착하기 위해 촬영 스태프가 최소 20~30회 가량 공중에 사물을 띄운다. 이불 사진이 그 예다. 설치와 순간 포착 외에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사물의 미묘한 위치변화를 통해 만들어내는 효과다. 배치를 미묘하게 비틀어 부유하는 듯 또는 부유하진 않지만 오묘하게 보이도록 연출한다. 이 작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제한된 사물로만 작업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장소에 어떤 사물이 어울리는지, 또 어떻게 하면 작가가 이야기하는 바를 잘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촬영이 끝나면 작업실로 돌아와 결과물을 확인한 뒤 간단한 후보정으로 완성도를 높인다.
박승만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현실과 가상이라는 경계 위에서 공간과 사물의 관계를 살펴보는 작업을 한다. 계원예술대학교 사진예술과를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6년 미래작가상을 수상했다.

한 장의 사진을 포착하기 위해 20~30회 가량 공중에 사물을 띄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