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래피의 세계

2020-11-30 · TECH_KNOW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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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래피, 평면 속 3차원을 구현하다
사진은 실재하는 시공간을 하나의 시점에서 평면으로 담아내는 매체다. 이는 사진의 매력이자 또 다른 한계이다. 일례로 사랑하는 여인의 초상을 촬영할 기회가 생겼다고 치자. 여인의 앞모습과 옆모습 모두가 소중하지만 사진은 이 모두를 한 장의 이미지로 담아낼 수 없다. 그러나 홀로그램은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다. 사진과 마찬가지로 빛을 이용해 실물을 담아낸다. 하지만 사진과 달리 좌측에서 보면 피사체의 왼쪽 모습이, 우측에서 보면 오른쪽 모습이 보인다. 이 설명만 들으면 렌티큘러판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렌티큘러판이 한정된 몇 개의 이미지를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게 하는 정도라면, 홀로그램은 일반 사진에 비견되는 해상도를 자랑하고 각도에 따라서 마치 실물을 바라보는 것 마냥 이미지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홀로그램을 활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모은미 작가는 "홀로그래피의 매력은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의 시공간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 처럼 표현할 수 있는 데에 있다. 분명 결과물은 평면이지만 가상의 공간이 안에 실존하는 듯 보인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러한 홀로그램의 특성을 이용해 ‘빛과 공간 그리고 시간’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입체적으로 보이는 원리는?
홀로그램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48년 데니스 가보르(Dennis Gabor, 1900~1979)에 의해 그 원리가 발견되었고, 1960년대 들어 빛의 간섭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레이저 광선이 발명되면서 비로소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제작 방법 중 하나인 프레넬 홀로그램을 통해 그 원리를 살펴보자. 빛의 간섭을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같은 곳에서 출발한 레이저를 광원 분리기를 이용해 ‘오브젝트 빔’과 ‘레퍼런스 빔’으로 분리시킨다. 오브젝트 빔은 대물렌즈로 확대해 피사체를 비추고, 이중 일부는 홀로그램 필름으로 반사된다. 레퍼런스 빔 역시 대물렌즈로 확대해 홀로그램 필름을 비춘다. 그럼 피사체로부터 반사된 오브젝트 빔과 레퍼런스 빔은 서로 달라진 경로에 의한 위상 차이에 따른 간섭으로 격자무늬를 만들어내 필름에 감광되고, 이는 현상 과정을 거쳐 최종 결과물이 된다. 이후 이 홀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는 조금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필름 제작 과정에서 레퍼런스 빔을 비춘 것과 동일한 위치와 각도에서 레이저 광선을 비추면, 회절 현상이 나타나 본래의 피사체와 동일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프레넬 홀로그램은 그 자체로 결과물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홀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마스터 홀로그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유사 홀로그램 주의보
보통 사람들은 홀로그램이라 하면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KPOP 홍보관 등에 있는 홀로그램을 보면서 미래를 상상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가 접하는 이러한 허공의 입체 이미지들은 대부분 유사 홀로그램이다.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하는 홀로그램과는 완전히 다른 원리로,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투명한 막에 투사된 이미지다. 아날로그 홀로그램처럼 바라보는 각도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점 변화를 느낄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유사 홀로그램은 아니지만, 디지털을 접목하는 방식의 홀로그램도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SLM 제작 기술과 데이터 변환량 및 속도 등의 한계로 인해 간단한 것 외에는 구현이 어렵다. 신용카드 뒤에 있는 위조방지 홀로그램을 생각해보면 되겠다.

 

 

사라져가는 아날로그 홀로그래피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 실제로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매체지만 제작이 쉽지 않다. 우선 필름 자체가 결과물인 만큼 복제가 한정적이다. 더군다나 출판 및 디지털 환경에서 홀로그램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반면, 홀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광학 장비가 개인이 구현하기 힘들 정도로 고가이고, 필름 역시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30x40cm 사이즈 한 장에 6만 원 이 넘는다. 이마저도 수요가 없으니 점차 단종 되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및 유사 홀로그램이 더욱 발전하면 이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날로그 홀로그램의 팔색조 매력
아날로그 홀로그래피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다. 제작과 전시 방법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홀로그램 네 가지를 소개한다. 물론, 삼차원의 매력을 지면에 완벽하게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 모은미, 항공모함, 프레넬 홀로그램, 60x50cm, 2018

 

프레넬 홀로그램
앞에서 설명한 프레넬 홀로그램은 최종 결과물 또는 타 홀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마스터 홀로그램으로 사용된다. 서로 다른 회절각도의 여러 파장들을 가지고 있는 백색광으로 비추면 홀로그램으로 촬영한 피사체가 흐릿하게 표현된다. 따라서 관찰 조명으로 레이저를 사용해야 선명하게 피사체를 볼 수 있다. 레이저는 단일 파장만 나오기 때문이다. 단색으로 보이며 투사식이기에 홀로그램의 앞이 아닌 뒤에서 관찰 조명으로 빛을 조사해야 한다.

 

 

 

 

 

ⓒ 이경, 그라데이션 공간2, 반사식 홀로그램 4050cm, 실 10m, 2018, ⓒ 양은조, 나는내가낯설다1, 데니슈크 타입, 26x36cm, 2013

 

리프만 홀로그램
일반 반사식 홀로그램과 데니슈크 타입으로 나뉜다. 일반 반사식 홀로그램은 프레넬 홀로그램을 마스터로 사용해 만드는데, 필름 앞으로 피사체가 나와 보이는 허상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반면, 데니슈크 타입은 프레넬 홀로그램 없이도 제작 가능한 반사식 홀로그램이다. 레이저를 레퍼런스 빔과 오브젝트 빔으로 나눌 필요가 없기에 가장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깊이감보다는 피사체의 섬세함과 질감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반면, 배경은 흐릿해 보인다. 일반 반사식 홀로그램과 데니슈크 타입은 모두 단색으로 표현되며, 반사식으로 필름의 앞에 관찰 조명을 배치해야 한다.

 

 

 

 

ⓒ 정보경, 미사일 프로젝트2, 레인보우 홀로그램, 100x90cm, 2012

 

레인보우 홀로그램
결과물이 화려한 무지개 색으로 표현된다. 프레넬 홀로그램과 제작 방식은 유사하지만, 광학계 구성이이 조금 달라진다. 프레넬 홀로그램이 반드시 레이저를 투과시켜야 정상적인 관찰이 가능하다면, 레인보우 홀로그램은 백색광으로 조명해도 관찰할 수 있다(그럼에도 백색광 보다는 레이저로 조명해야 더 선명하다). 프레넬 홀로그램과 동일하게 조명을 홀로그램 뒤에서 조사한다. 사이즈를 좀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주요한 특징이다.

 

 

 

 

 

ⓒ 모은미, 풀컬러 홀로그램, 10x13cm, 2018


풀컬러 홀로그램
일반적인 홀로그램과 달리 컬러를 구현하는 제작 방식이다. 빛의 삼원색인 RGB 레이저 세 대를 광학계에서 하나로 합쳐 백색으로 만들어 제작한다. 가장 고난이도의 제작 기술을 요한다. 각 색의 레이저는 모두 광원의 모양과 세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각의 출력을 조절해 백색광으로 조율하고, 이들을 하나의 경로로 만들어 주는 것이 굉장히 까다롭다. 그런 이유로 뚜렷하고 밝은 결과물을 얻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필름 역시 풀컬러 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반사식으로 필름 앞에 관찰 조명을 배치해야 한다.

 

 


 

 

홀로그램 제작과정 엿보기
아날로그 홀로그램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홀로그램 제작 과정은 대부분 암실에서 이루어지나, 사진 촬영을 위해 안전등을 켠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모은미 작가의 아날로그 풀컬러 홀로그램 제작과정 엿보기!

 

 

 

step1. 광학계 설계 및 셋업
무엇을 찍을지, 어떤 홀로그램 제작 방식으로 광학계를 구성할지를 정했다면 테이블에 광학계를 설치한다. 이번 작업은 풀컬러 홀로그램 방식이다. 먼저 레이저를 설치하고, 미러를 포함한 광학계의 높이를 맞춘다. 풀컬러 홀로그램의 경우, RGB 3개의 레이저가 하나로 모이도록 정렬시키는 게 중요하다. 레이저는 RGB가 잘 정렬된 중앙 부분만 사용한다. 즉, RGB가 백색광으로 합쳐지지 않는 부분은 작업에 사용하지 않는다.

 

 

 

 

 

 

step2. 물체 설치
광학계 설치가 끝났다면 홀로그램으로 제작할 물체를 설치한다. 홀로그램은 미세한 진동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접착제 등을 이용해 피사체를 확실하게 고정하는 게 좋다. 이후 광학계의 RGB 레이저 출력을 조절한다. 재료의 특성에 맞게 각 색의 광량 밸런스를 잡아 최대한 백색광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아직 필름을 설치하기 전이므로 이 과정까지는 명실에서 작업해도 무방하다.

 

 

 

 

 

step3.홀로그램 필름 부착, 노광
이제부터 빛이 완전히 차단된 암실에서 작업해야 한다. 홀로그램 필름 역시 사진 필름과 마찬가지로 유제면과 필름면을 갖고 있다. 코팅면이 유리면에 맞닿도록 오일 등을 사용해 압착한다. 안에 공기가 들어가면 안 되고, 미세한 흔들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움직이지 않도록 확실하게 압착한다. 이후 광학실 내부의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을 끄고 10분 이상 안정시킨다. 이제 공식에 따라 노광량을 결정하고 노광을 한다.

 

 

 

 

 

tep4.약품처리
감광을 마쳤다면 약품처리를 통해 상을 드러내고 고정시킬 차례다. 과정은 현상→수세→표백→수세 순으로 이루어진다. 작업 재료에 따라 정착 및 수적방지 과정을 추가하기도 한다. 홀로그램 필름에 맞는 현상액과 표백액을 준비한다. 현상은 상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약품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이 작업에 사용한 현상액의 경우 섭씨 20도에서 2분 30초~3분동안 연속교반으로 작업한다. 이보다 높거나 낮을 경우 결과물이 뿌옇게 될 수 있다. 이후 깨끗한 물을 이용해 1분 정도 수세시켜 잔여 현상액을 씻는다. 다음은 발색 후 불필요해진 은 입자를 제거하는 표백과정으로 2분 30초~3분 연속교반 한다. 마지막으로 표백약품을 제거하기 위한 수세를 1분 정도 하면 완료된다.

 

 

 

 


 

step5.스퀴즈 및 건조
현상과 표백까지 마쳤으니 더 이상 필름은 빛에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니 암실의 불을 켜고 작업해도 괜찮다. 홀로그램 필름도 사진과 마찬가지로 잔여 물기를 제거하기 위한 스퀴즈 과정이 필요하다. 물기가 건조 과정에서 자칫 얼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이퍼 또는 전용 롤러를 사용해 얼룩이 번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작업한다. 이후 너무 뜨겁지 않은 드라이어로 건조시키거나, 그늘에서 자연 건조한다.

 

 

 

 

 

step6.백색광에서 결과물 확인
완전히 건조된 홀로그램 필름을 백색광 환경에서 확인한다. 육안으로 봤을 때상이 너무 뿌옇게 표현됐다든지, 특정 부분 혹은 전체가 검게 표현이 되었다든지, 콘트라스트가 명확하지 않다든지 등에 중점을 두고 살펴본다. 상의 밝은 곳은 명확하게 밝고, 어두운 곳은 확실하게 어두운 것이 좋다. 이후 결과물에 문제가 있다면 원인을 분석하고 재작업에 들어간다. 필름 가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이 과정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은미
홀로그램 속 허상을 현실 세계에까지 확장시킨다는 개념으로 설치작업을 한다. 대학 시절 연극 무대 조명을 전공하며 빛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되었다. 졸업 후 2008년부터 홀로그램을 공부하기 시작해 201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홀로그래피 전공 전문사(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KHAG라는 홀로그래피 작가 그룹을 설립해 네 명의 작가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