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기품 있는 신비한 시간여행
마법, 사진!
권지혜 부사장의 원동력인‘창의성'을 자극하는 신성한 장소, 필자가 추천하여 픽한 출사지는 집옥재(集玉齋)다.‘옥처럼 귀한 보배와 같은 서책(書冊)을 모은다’는 의미를 가진 곳으로, 1891년 고종이 개화(開化) 정책을 구상하기 위해 건립한 왕실도서관이다. 이 공간에는 고종의 쇄신(刷新) 철학이 담겨 있다.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고 깨달아, 나날이 새롭게 하여 문화 예술이 번영하기를 염원했다. 이 철학은 필자가 2년 동안 경험한 권지혜 부사장의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경영 신념과도 닮았다.

옥처럼 귀한 보물상자
경복궁의 북쪽 끝에 자리한 조용하고 한적한 곳. 집옥재로 가는 길은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한 폭의 운치 있는 풍경을 거니는 과거로의 산책이다. 이곳에서 고종은 4만 권이 넘는 귀중한 책을 모았고, 서재 겸 집무실, 외국 사신 접견 장소로 사용하며 새로운 정책을 구상했다. 혁신의 기운을 모으기 위함인지, 경복궁의 다른 전곽과는 달리 최대한의 호사를 부린 건물이기도 하다. 기둥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은 불룩한 북 모양을 한 고복주추이고, 둥근 기둥에는 주련(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글귀)이 걸려 있다. 내부에는 반자틀을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짜 만든 천장인 우물천장이 있는데, 천장에 새겨진 화려하고 정교한 쌍룡과 봉황, 활짝 핀 황금색 모란, 연꽃무늬와 섬세한 꽃 조각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조선시대 역사·문화, 왕실자료 등 주제별 책은 물론이고,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조선왕조실록 영인본이나 규장각 자료 등 1,700여 권의 도서가 현재 비치돼 있다. 정조의 물음에 대한 정약용의 시험 답안지나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냈던 고종의 국서 등 생생한 유물까지 볼 수 있다.

사진은 보배로운 거울
궁궐 속 도서관에 머물다 보면, 그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사진의 의미를 차분히 음미하며 사색해 본다. 사진은 내 마음을 비추는 소중한 거울이라고 정의해 본다. 한 장면을 가만히 응시하다,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이 열리면 침묵하는 풍경이 지혜를 일깨워 준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나를 겸허하게 돌아보는 성찰(省察)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은 과거와 현재의 교차로(交叉路)에서 세상을 선명하게 보도록 돕는 마법 같은 도구다.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점검하도록 도와주는 보배로운 거울이다.
마침내, 마법 사진!
모든 모험에는 첫걸음이 필요하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쇄신(刷新)을 추구한다고 해도, 방향이라는 닻이 명확하지 않다면 어느 곳도 갈 수 없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에 등장하는 꾀 많은 고양이 체셔 캣은 방향을 잃고 헤매는 앨리스에게 조언한다.‘어디로 가는 지 모르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다’고. 계절마다 대이동을 하는 철새들은 선두에 선 철새를 무작정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철새는 따듯한 남쪽이라는 목표를 향해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매거진의 세계에서, 권지혜 부사장은‘혁신 그리고 창의성’이라는 확고한 닻을 내리고 항해하고 있다. 지혜가 열리면 사상은 진보하고, 혁신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 밑바탕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사랑’이다. 존재를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집옥재라는 은밀한 보물상자를 열어젖혀, 변하지 않는 가치로 영원히 기억할 사진을 남긴다. 그 마법의 시간여행을 함께 떠나보자.
/ <월간사진> 2024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