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인식의 해방에 이르렀는가?
심상용(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

Thomas Ruff, 'd.o.pe.08', 2022, Colaris print on velour carpet, 180x290cm ©Thomas Ruff.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존재 안에서 졸고 있는 보편성을 어떻게 깨울 것인가?
“모든 이미지는 결국 우리의 뇌 속에 있다”고 토머스 러프(Thomas Ruff)는 말한다. 정말 그럴까? 모든 시각적인 것이 존재 내에 있고, 필요하면 밖으로 끄집어낼 수-표현할 수- 있는가? 경험 너머, 생전(生前)이나 사후(死後)의 세계도 그 범주에 포함되는가? 부재는 정녕 부재한가? 인간은 전지(全知)한 존재라는 의미인가?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임상심리학자 조던 피터슨(Jordan B. Peterson)에 의하면 인간이 ‘저해상도로 창조된 신’, ‘신성이 없는 신’이다. 인간은 신성도, 신성의 이미지도 부재하는 존재다.
인간은 독립된 개체지만 그 독립은 부재로 정의되는 독립한다. 그 부재로 인해 인간은 존재 너머, 우주적-초월적- 보편성을 염원한다. 개체성의 굴레에서 해방되기를 염원한다. 아름다움은 우주적 보편성 자체거나 그것의 중요한 특성이기에, 인간은 존재 밖에서 아름다움을 구한다. 우주적 보편성으로 나아갈 때, 짧은 순간 순간 극치(極致)의 상태를 경험한다.
반면, 모든 이미지가 우리 뇌 속에 있고, 따라서 개체성은 해방되어야 굴레가 아니라 열렬히 추구해야 하는 궁극이라는 생각은 근대적 지성의 유산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보편성, 보편적 원칙이 ‘인식의 깊숙한 의식세계 안’에 존재하는데, 그 보편성은 여러 이유로 인해 해방되지 못한 상태며, 이로 인해 인간은 보편성과 분리된 채 예속된 상태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인식 안에 잠든 보편성을 깨워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20세기 초의 많은 예술가들의 창작 지평이 이러했다. 어떤 정신적 각성을 통해 ‘인간의 의식세계 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우주적 보편성과 결부되기를 원했고, 자신의 예술에 그 성과가 담기기를 원했다. 당시 크게 유행했던 신지학 이론은 그럴 수 있는 힘이 존재 내에 있다고 역설했다. 일례로 추상화가 피에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신조형주의는 “존재 내의 보편적인 진리와 교감할 수 있는 정신적인 미술”에 이르고자 하는 시도였다.

Thomas Ruff, 'd.o.pe.15', 2023, Colaris print on velour carpet, 267x200cm ©Thomas Ruff.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근대 이후 철학과 예술의 몸부림을 함축하는 이 과업이 ‘D.O.PE’라는 제목이 붙은 러프의 최근 사진 연작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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