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오진이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의 시선

2024-08-03 · ART_PHOTO

대표 이미지

 

사선 / 死線 / 斜線 
오진이 (서울대학교미술관 학예연구관 대우)

 

에반 부치가 게시한 사진 @evanvucci 


최근 미국발 사진 한 컷이 우리나라 미디어까지 휩쓸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경선에 출마한 트럼프 후보의 피격 직후의 사진이다. 청중 한 명이 목숨을 잃기까지 한 이 비극적인 사건에서 경호원들에 의해 둘러싸여 몸을 피하는 와중에 트럼프는 주먹 쥔 한 팔을 높이 치켜드는 포즈를 취했고 이 순간이 사진으로 포착되었다. 사진기자가 3년 전 조지 플루이드 죽음 이후의 현장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AP통신 팀 소속 에반 부치라는 사실도 이 사진의 유명세를 높였겠지만, 더 기본적으로 이 사진은 무언가 익숙하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 국내 평론가의 표현대로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떠오르는’ 과거의 유명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다. 여러 미디어에 에반 부치의 사진과 나란히 소개되고 있는 첫 번째 이미지는 약 200년 전 그려진 프랑스 혁명기의 걸작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프레임 위쪽에 나부끼는 깃발이 있고, 깃발을 꼭지점으로 대각선으로 포진되어 큰 삼각형을 이루는 인물이 빼닮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미지는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45년 2월 역시 AP 통신 사진기자 조 로젠탈이 찍은 <아오지마의 성조기>이다. 당시 미군과 일본군은 남태평양 여러 섬에서 치열하게 전투 중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치열했다고 전해지는 이오 섬 전투에서 미군이 마침내 섬에서 가장 높은 산꼭대기에 성조기를 꽂는 순간이다. 하늘 배경의 깃발을 정점으로 여러 명이 사선을 만들어 이를 지지하고 있다. 이 사진 역시 퓰리처상을 받고 2차 세계대전을 대표하는 사진이자 동시에 이를 원형으로 기념 조각까지 만들어졌으니 20세기를 거쳐 21세기를 살고 있는 동시대인들의 심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오진이 Jinyee Oh
1975년 출생, 미술이론 박사,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관대우. 서울대학교 미술학부 및 동대학원, 컬럼비아 대학교 미술사학 석사, 서울대학교에서 미술이론 박사를 취득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으며, 〈지뷜레 베르게만 사진전〉(2011), 〈이강우_물질· 빛· 이미지〉(2011), 〈Modern Life-오 상택〉(2011), 〈뮈에인, 내 마음 속의 오목렌즈〉(2023) 등의 사진전을 기획,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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