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줌렌즈의 기준은 F2.8이라는 상식을 깨뜨린 제품이 출시됐다. F2.0의 놀라운 스펙을 가진 캐논 렌즈 'RF 28-70 F2 L USM'은 세상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과연 실제 성능은 어떠할까.
에디터 | 오찬석
2018년 하반기, 미러리스 시장은 뜨거웠다.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소니는 물론이고, 캐논·니콘·파나소닉·시그마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자사 최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스템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끌었던 브랜드는 캐논과 니콘이다. 이들은 각자 ‘전문가를 타깃으로 하는 매력적인 미러리스 카메라’, ‘새로운 설계의 활용성 높은 마운트’, ‘자사의 기술력을 뽐내기 위한 고성능 렌즈’를 선보였다.
오늘 소개할 제품 ‘RF 28-70mm F2 L USM’은 캐논이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발표하는 현장에서 함께 선보이며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낸 렌즈다. 지금까지 줌렌즈는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단렌즈 대비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보급형으로 나온 제품들이 F4.5-5.6 정도의 가변, 조금 괜찮은 줌렌즈는 F4.0, 고급 줌렌즈는 F2.8 정도가 보편적인 스펙이었다. 하지만 캐논은 F2.0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28-70mm 표준 줌렌즈에 담아냈다. 놀랍지 않은가.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서 풀프레임 대응 렌즈로는 비교군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다. 덕분에 캐논은 새로운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는 사진 애호가들에게 확실하게 기술력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쯤 되니 불현듯 의구심이 든다. ‘캐논이 스펙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렌즈를 설계한 것은 아닐까?’ ‘F2.0이라는 수치가 다 아닐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기자가 직접 사용해봤다. 그리고 후기를 지면에 담았다.


조리개, F2.0 표준 줌렌즈라고?
이 렌즈의 가장 큰 특징은 누가 뭐래도 조리개 값이다. 초점거리 28-70mm 화각대 전 영역에서 F2.0을 사용할 수 있다.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은 렌즈의 성능과 가격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잣대다. 이미 출시된 수백만 원 대의 고성능표준 줌렌즈들이 F2.8까지 지원하는 걸 감안하면, 이 렌즈는 매우 우수한 광학 성능을 가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당장 조리개 값을 낮게 세팅함으로써 얻는 장점만 생각해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F2.8 렌즈 대비 셔터속도를 약 2/3스톱 더 빠르게 세팅할 수 있다. 실제 사용하는 동안 야간촬영이 많았는데, F2.8과 F2.0의 차이는 매우 크게 다가왔다. 또 조리개를 낮게 세팅할 수 있기에 보다 얕은 심도를 구사할 수 있었다. 특히 초점거리 70mm에 조리개 F2.0으로 촬영하는 경우, 표준 영역에서는 단렌즈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전신 아웃포커스도 도전해볼만 하다. 이 렌즈는 충분히 타협할 수 있는 선에서 여러 화각대의 단렌즈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70mm에 F2.0으로 설정하면 단렌즈 급의 얕은 심도를 표현할 수 있다.
흠잡을 데 없는 우수한 해상력 !
해상력은 렌즈의 성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다. 먼저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MTF차트를 살펴보자. 검정색 선은 콘트라스트, 파란색 선은 해상력을 나타낸다. 실선과 점선은 측정 방법을 달리한 것이다. 가로축은 왼쪽이 중심부, 오른쪽이 주변부를 나타낸다. 세로축은 1.0에 가까울수록 좋다. 일반적으로 MTF차트에 나타나는 해상력은 0.8을 넘어서면 훌륭한 수치라고 말한다. 보통의 렌즈는 0.6 내외의 수치를 보인다. 그렇기에 캐논 RF 28-70mm F2 LUSM은 프리미엄급 렌즈 중에서도 수준급의 해상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주변부에서도 화질이 크게 저하되지 않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싶다. 실제로 캐논 EOS R에 마운트해서 사용해본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최대 개방 상황에서도 중심부와 주변부의 화질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차트에서 유추할 수 있듯 28mm보다는 70mm의 해상력이 더 좋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사용해본 모든 표준 줌렌즈 중에서 가장 흠잡을 데 없는 우수한 해상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렌즈의 MTF차트, 그리고 ISO100 50mm F5.6으로 촬영한 결과물이다. F2.0으로 세팅해도 이 결과물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색수차, 놀라운 억제력
색수차는 빛의 파장에 따른 굴절률 차이로 인해 선명도가 떨어지고 색이 번지는 현상을 말한다. 역광에서 촬영된 피사체의 경계선에서 주로 관찰된다. 캐논 RF 28-70mm F2 L USM의 색수차 억제력은 어떨까. 이 렌즈는 캐논의 표준 줌렌즈 중 최상위 제품으로 저분산 유리(UD 및 슈퍼 UD)가 3매 삽입되었다. 이는 색수차를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특수 유리다. 은박지를 구기고 LED조명을 뒤에서 비추어 색수차가 나타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테스트해보니 놀랍게도 결과는 에디터의 기대를 훨씬 웃돌았다. 조리개 최대 개방 값인 F2.0에서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색수차를 찾아내겠다는 생각으로 살펴봐야 겨우 눈에 들어오는 수준이었다. F2.8까지 조였을 때는 확대하지 않으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줄었으며, F4부터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F5.6부터는 색수차를 찾는 게 무의미해보였다. 이는 다소 극단적인 환경에서의 테스트로 실제 촬영에서는 이보다 덜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 렌즈의 색수차 억제력은 ‘상당히 우수한 수준’이다.

색수차가 잘 일어나는 환경을 연출해 테스트한 결과, 이 렌즈의 색수차 억제력은 굉장히 우수하다.

‘RF 28-70mm F2 L USM’은 원하는 사진을 촬영하기에 충분한 광학성능을 지닌 렌즈다.
빛갈라짐, 예쁘게 날카롭다
빛갈라짐은 프레임 안에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강한 빛이 날카롭게 갈라져 보이는 현상이다. 야경 촬영에서 가로등 불빛이 별처럼 표현되는 것 역시 이 빛갈라짐 현상 때문이다. 그러니 빛갈라짐 표현은 도시의 야경을 찍는 사람에게는 렌즈 선택의 기준이 될 만큼 중요하다. 빛이 갈라지는 개수는 렌즈의 조리개 날 수에 따라 달라진다. 캐논 RF 28-70mm F2 L USM의 조리개 날 수가 9매이니, 18갈래의 빛갈라짐을 표현한다. 실제로 렌즈마다 빛갈라짐의 모양과 선명함의 정도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이 렌즈의 빛갈라짐 표현은 충분히 예쁘고 선명하다. 촬영된 사진은 도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빛갈라짐을 조리개 값을 다르게 했을 때의 결과물이다. 조리개 최대 개방 값인 F2.0에서는 빛이 갈라지지 않는다. 두 스톱 높인 F4.0부터 빛 갈라짐이 표현되기 시작한다. 이후 한 스톱씩 올릴 때 마다 빛 갈래는 더욱 선명해진다. 이 렌즈는 F8.0까지만 조여도 날카로운 형태가 드러난다. 최대 값인 F22로 세팅하자 점광원은 번짐 없이 선명한 빛갈라짐으로 표현되었다. 빛갈라짐 표현의 좋고 나쁨은 취향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취향과 별개로 대다수의 사진가는 날카로운 빛갈라짐을 선호한다. 그런 점에서 이 렌즈는 충분히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조리개 변화에 따른 빛 갈라짐 테스트 결과. 18갈래의 날카로운 빛갈라짐을 표현한다.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보케, 둥글게 감성적으로
보케는 이미지에서 초점이 맞지 않는 부분에 맺히는 빛망울이다. 사진을 감성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 때문에 최근 브랜드들은 보케 모양까지 고려해 렌즈를 설계한다. 필터를 사용해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지 않는 이상, 보통 보케는 두 가지 모양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둥글게 맺히는 원형 보케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지 중앙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궤적을 그리는 회오리 보케다. 이 렌즈는 원형 보케를 지향한다.독특한 느낌보다는 우수한 화질을 중시하는 렌즈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원형 보케는 최대한 둥글둥글하게 표현되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이 렌즈의 보케 표현력은 충분히 합격점이다. ‘주변부로 갈수록 보케가 일그러지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조리개를 최대 개방한 상태에서 두 스톱 가량 조여도 보케 모양이 각 지지 않고 원형을 최대한 유지한다. 그리고 보케 내부의 질감 역시 지저분하게 표현되지 않고 꽤나 깔끔한 편이다. 이는 뛰어난 색수차 억제력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누구라도 마음에 들 만한 감성적인 보케를 구현한다.

주변부 일그러짐이 적고 내부에 지저분한 질감이 생기지 않는 예쁜 보케다.
컨트롤 링, RF렌즈의 상징
캐논의 네 번째 RF렌즈인 만큼 이 기능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캐논은 RF마운트를 개발하면서 컨트롤 링이라는 새로운 조작계를 렌즈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 조작계는 사용자가 카메라 내에서 지정한 기능의 조절을 담당한다. EOS R은 컨트롤 링이 ‘조리개,셔터속도, 감도, 노출보정’ 중 하나를 선택해 조절을 담당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사실 이기능을 사용해보기 전까지는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 캐논 DSLR을 사용하면서도 조작계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EOS R과 RF28-70을 함께 사용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보통 촬영 시 노출을 위해 신경써야 할 조절항목은 세 가지다. 예컨대 M모드는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Av모드는 ‘조리개, 노출보정, ISO’를 세팅해야 한다. 하지만 EOS R의 다이얼은 두 개이고, 노출 관련 주요 조절 항목 중 하나는 다이얼을 돌려서 한 번에 조절할 수 없다. 그러나 RF렌즈를 사용하면 컨트롤 링 덕분에 세 가지 항목을 직관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에디터는 컨트롤 링을 노출 보정으로 설정했는데, 이것이 아주 요긴했다. 직관적인 조작계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드러나는 컨트롤 링이다.

컨트롤 링은 렌즈 경통 전면부에 위치해 있다. 원하는 항목을 편리하게 세팅할 수 있다.
무게, 완벽함을 무너뜨리다
지금까지 칭찬 일색이었다. 이 렌즈는 역사적인 맥락에서나 광학적인 성능에서나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렌즈다. 하지만 옥의 티가 하나 있다면, 바로 무거운 무게다. 비교해보자. RF마운트의 다른 표준 줌렌즈 ‘RF 24-105mm F4 L IS USM’은 약 700g, 니콘의 ‘NIKKOR Z 24-70mm f/4 S’는 약 500g, 소니의 ‘FE 24-70mm F2.8 GM’은 약 886g이다. 그러나 리뷰 제품 ‘RF 28-70mm F2 L USM’은 무려 1,430g이다. 경쟁 모델들보다 약 2~3배가량 무겁다. 경량화보다는 화질에 올인했다는 결론이다. 특히 미러리스는 DSLR보다 가볍기 때문에, EOS R에 이 렌즈를 마운트 할 경우 무게중심이 렌즈 쪽으로 쏠린다. 카메라 그립부의 한 손 파지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겠다. 또한 보통 표준 줌렌즈의 용도가 ‘범용’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거운 무게는 포지션을 애매하게 만든다. 만약 독자가 바디 캡을 대신할 일상용 렌즈를 찾고 있다면, 이 렌즈는 추천 대상이 아니다. 반면, 무게를 감수하고 서라도 하나의 인생 렌즈를 찾고 있다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장점이 뚜렷한 렌즈다.

메모리카드·배터리·스트랩을 장착한 EOS R에 렌즈를 마운트 했더니, 총 무게가 2202g으로 실측된다. 상당히 무거운 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