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사물의 초상〉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국제사진기획자/전시예술감독 양정아

〈구본창: 사물의 초상〉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1부 ‘역사를 품은 사물에 숨결을 입히다’에서는 조선 백자, 신라 황금 유물 등 역사적 배경을 품은 사물들을 조명한다. 2부 ‘일상 속 사소한 사물을 발견하다’에서는 비누, 꼭두, 탈 등 작가가 포착한 평범한 사물들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3부 ‘구본창의 시선과 마주하다’에서는 작가가 수집한 오브제와 아카이브, 그리고 그의 렌즈를 거친 인물 사진들이 공개된다.
사물은 기억을 품고 있다: 일상의 재발견
어느 날 아침, 커피를 따르려던 손이 멈췄다. 싱크대 위에 놓인 머그컵의 작은 흠집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 동안 무심코 사용했던 컵인데, 손잡이 부분이 닳아 있고, 안쪽에는 커피 자국이 누렇게 배어 있었다. 이 사물이 나와 함께한 시간이 문득 선명하게 다가왔다.
사물은 흔적을 남긴다. 손길을 타고, 시간이 쌓이며, 때로는 감정까지 머금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을 좀처럼 의식하지 못한 채, 늘 더 새롭고 나은 것만을 찾느라 익숙한 사물들을 지나친다.
구본창의 〈구본창: 사물의 초상〉 전시는 이러한 무심한 시선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사물들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기억과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존재들이라고.
사물이 품은 시간과 기억: 살아있는 역사로 다가오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둠이 주는 긴장감 속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비무장지대’ 연작이다. 뚫린 철모, 녹슨 탄두, 깨진 수통 같은 한국전쟁 유물들이 거대한 스크린 위에서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사물들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다.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으로 관객을 응시한다. 기존의 사진 인화방식이 아닌, 셔터음과 함께 슬라이드 영상기법을 활용하여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구본창은 빛과 시간의 흐름을 이용해 사물을 재구성하며, ‘기억’이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이렇게 전시는 사물과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그 기억은 또 다른 사물과 존재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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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은 <월간사진> 3월호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