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옵틱스가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유저를 위한 준망원 렌즈를 출시했다. 동일한 초점거리와 조리개 값을 지닌 소니 렌즈보다 2~3배가량 저렴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과연 실제로는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갖추고 있을지 궁금하다.
에디터 | 오찬석

F1.4 특유의 얕은 심도를 이용해 몽환적으로 표현된 초승달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세계 렌즈 시장에서 가성비의 상징으로 통하는 삼양옵틱스가 AF 도입 소식을 알린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삼양은 AF 라인업을 소니 FE마운트 중심으로 개발해왔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출시한 AF 85mm F1.4 FE 렌즈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렌즈를 마지막으로 100mm 미만 주요 화각들의 AF 라인업을 모두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제 단렌즈를 선호하는 소니 유저들은 네이티브 렌즈뿐만 아니라 가성비가 우수한 삼양 제품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화각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출시된 85mm 렌즈는 얼굴을 작게 표현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인물사진 촬영에서 선호되는 화각이다. 아웃오브포커스 된 인물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85mm 렌즈의 최대 개방 조리개 수치는 렌즈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F1.4는 상당히 매력적인 스펙이다. 물론 삼양뿐만 아니라 소니 역시 85mm F1.4 렌즈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렌즈는 225만 원에 근접하는 가격으로 삼양 렌즈보다 3배가량 비싸다. 물론 광학 성능이나 카메라와 통신하는 세세한 부분에서 네이티브 렌즈의 결과물이 상대적으로 더 만족스럽겠지만, 구매하는 입장에서 보면 삼양 렌즈의 가격 경쟁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또한 단순히 가성비로 치부하기에는 기존 삼양렌즈에 대한 평이 너무 좋다. 과연 AF 85mm F1.4 FE는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까. 그 가격대? 아니면 그 이상? 기자가 직접 사용해본 후기를 공개한다.


화각, 인물사진에 최적화
초점거리는 렌즈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사항이다. 이 렌즈의 초점거리는 85mm다. FE마운트인 만큼 이미지서클은 소형 풀사이즈 포맷을 기준으로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소니의 a7시리즈와 같은 풀사이즈 카메라에 마운트하는 경우 28.9° 화각을 표현한다. 반면, 소니 a6400처럼 APS-C 포맷 카메라에 마운트하면 19.1°로 다소 좁아진다. 85mm는 인물사진을 촬영할 때 가장 선호되는 화각이다. 원근감이 압축되어 보이기에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얼굴의 입체감을 부자연스럽지 않으면서도 작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준망원에 해당하는 만큼 얕은 심도로 아웃포커스하기 유리하고, 모델과 의사소통을 함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는 화각이다. 에디터가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확실히 인물이 ‘예쁘게’ 표현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각과 함께 F1.4 조리개는 전신사진에서도 아웃포커스 기법을 연출하는 데 유리하다. 덕분에 잔잔하면서 모델에 집중되는 감성적인 느낌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확실히 인물을 촬영하는 경우, 보다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덕분에 촬영하는 내내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소형 풀사이즈 포맷에서 초점거리 85mm가 표현하는 화각은 인물을 정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해상력, 주변부까지 선명하게
해상력은 디테일을 얼마나 선명하게 묘사해내는지를 나타낸다. 이는 렌즈의 성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삼양옵틱스는 늘 뛰어난 해상력의 제품을 선보여왔기에 이 렌즈 역시 기대가 크다. 먼저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F1.4 기준 MTF차트를 살펴보자. MTF차트는 콘트라스트와 해상력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빨간색 선은 콘트라스트, 무채색선은 해상력의 성능을 나타낸다. 진한 선과 연한 선은 측정 방법을 달리한 것이다. 가로축은 왼쪽이 중심부, 오른쪽이 주변부를 나타낸다. 세로축은 1.0에 가까울수록 좋다. 보통 MTF차트에 나타나는 해상력이 0.6을 넘어서면 훌륭한 수치라고 말한다. 보통의 렌즈들은 0.4 내외의 수치를 보인다. 이에 따르면 삼양 AF 85mm F1.4 FE는 프리미엄급 렌즈 급의 해상력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소니의 85mm F1.4 렌즈와 비교해보면, 중심부는 더 우수하지만 주변부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물론 차트가 모든 변수를 담아내지는 못한다. 실제로 a7M III에 마운트 해서 사용해본 결과, 주변부 해상력은 MTF차트에서 보는 것보다 더 우수하게 느껴졌다. 어디까지나 이는 솔직한 후기다. 해상력만큼은 흠잡을 데 없는 렌즈다.

MTF차트를 포함해 실제 촬영의 결과물 역시 우수한 해상력을 표현한다.
보케, 둥글둥글 아름다운 빛망울
보케는 이미지 상 초점이 맞지 않는 부분에 맺히는 빛망울이다. 사진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효과 때문에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보케 모양에까지 꽤나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특히 이 렌즈처럼 얕은 심도를 주로 사용하는 화각대의 경우, 보케 모양을 더욱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터 등을 이용해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지 않는 이상, 보통 보케는 두 가지 모양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둥글게 맺히는 원형 보케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지의 중심을 기준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궤적을 그리는 듯한 회오리 보케다. 이 렌즈는 원형 보케를 지향한다. 이는 독특한 느낌보다는 우수한 화질을 중시하는 렌즈의 지향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원형 보케는 최대한 둥글둥글하게 표현되는 게 좋다. 그런 점에서 이 렌즈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주변부로 갈수록 보케가 일그러지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조리개를 최대 개방한 상태에서 두 스톱 가량 조여도 각지지않고 원형 보케 모양을 최대한 유지한다. 보케 내부 질감이 지저분하게 표현되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점도 매력이다.

각지지 않고 내부 질감까지 예쁜 보케를 표현하는 매력적인 렌즈다.

85mm 화각 특유의 정적인 느낌을 활용해 촬영한 한강 풍경이다.
빛 갈라짐, 아쉽지만 이 정도면 무난
빛 갈라짐은 프레임 안에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강한 광원이 빛의 회절에 의해 날카롭게 갈라지는 현상이다. 야경 촬영 시 가로등 불빛이 별처럼 표현되는 이유는 이런 빛 갈라짐 때문이다. 그러니 빛 갈라짐 표현은 풍경을 촬영하는 사람에게 렌즈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빛이 갈라지는 개수는 조리개 날의 수에 따라 달라진다. 삼양 AF 85mm F1.4 FE 의 조리개 날 수는 9매이고, 18갈래의 빛 갈라짐을 표현한다. 또 렌즈마다 빛이 갈라지는 모양과 선명함의 정도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이 렌즈의 빛 갈라짐 표현은 솔직히 아쉬운 수준이다. 그 이유는 좌측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조리개 값을 다르게 해서 도심의 가로등 을 촬영한 사진이다. 먼저 F2.0 미만에서는 빛 갈라짐이 전혀 없다. 여기서 두 스톱 가량 높인 F4부터 약간의 갈라짐이 표현된다. F8.0이 되자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최대 값인 F16으로 세팅하자 빛 갈라짐이 제대로 드러난다. 이 역시 꽤나 번지는 형태이며, 예쁘다고 보기는 다소 힘들다. 또 조리개를 F16까지 조일 수밖에 없는 렌즈 스펙도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하지만 85mm가 야경에 자주 사용되는 화각이 아닌 만큼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조리개 변화에 따른 빛 갈라짐 테스트 결과. 18갈래의 빛갈라짐을 표현한다. 다소 아쉽지만 렌즈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해되는 수준이다.
주변부 광량저하, 광학이냐 감성이냐
주변부 광량 저하는 사진의 바깥 부분이 어둡게 촬영되는 현상이다. 렌즈를 통과하는 빛이 이미지센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중심부와 주변부의 거리 차이에 의해 나타난다. 이 현상은 조리개를 열수록 두드러진다. 이는 대구경 렌즈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문제점이다. 삼양 AF 85mm F1.4 FE 역시 대구경 렌즈다. 조리개를 F1.4로 설정하자 역시 주변부 광량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물론 예측했던 결과다. 최고급 대구경 렌즈에서도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조리개 값을 한 스톱씩 높일 때마다 주변부 광량 저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F4.0부터는 사실상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개인적으로 준망원 화각대의 단렌즈에서는 주변부 광량 저하가 어느 정도 나타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아웃포커스 효과와 함께 인물사진을 보다 감성적으로 만드는 데 오히려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렌즈가 주변부 광량 저하 억제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가격대를 생각하면 칭찬할 만한 수준이다.

최대 개방 값에서 중심과 주변부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F4.0정도까지 조이니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색수차, 색 번짐을 효과적으로 억제
색수차는 빛의 파장에 따른 굴절률 차이에 의해서 선명도가 떨어지고 색이 번지는 현상이다. 역광에서 촬영하는 경우, 피사체의 경계선에서 주로 관찰된다. 이 렌즈는 다소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저분산 유리를 1매 채택했다. 이는 색수차를 줄이는 용도의 특수 유리다. 구겨진 은박지를 깔고 정반사가 나타나는 환경을 만들어 테스트해보았다. 결과는 에디터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먼저 조리개 최대 개방 값인 F1.4에서 색수차가 나타나긴 하지만, 구경을 감안하면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F2.0으로 설정하자 번짐이 줄어들 면서 선예도가 높아졌고, F2.8까지 조이자 수차는 관찰되었지만 번지는 현상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F4.0으로 설정하니, 확대해서 색수차를 찾으려 해야 관찰되는 수준이다. 이는 다소 극단적인 환경에서의 테스트로 실제 촬영에서는 이보다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분산 유리 1매 채택으로 색수차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호환성, 소니 카메라에서의 성능
삼양옵틱스와 같은 서드파티 렌즈는 호환성을 눈여겨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 호환성은 카메라가 얼마나 네이티브와 비슷한 수준으로 렌즈를 컨트롤할 수 있느냐를의미한다. 참고로 소니는 FE마운트에 대한 위상차 AF 알고리즘의 공개 정책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서드파티 렌즈 제조사가 소니 FE마운트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삼양옵틱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까지 네이티브 수준으로 완벽한 AF를 구사하는 서드파티 렌즈는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삼양옵틱스 렌즈는 과연어느 정도 수준일까. 실제 사용해본 결과, 완벽하지는 않지만 네이티브와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을 알 수 있었다. AF-C는 네이티브 수준으로 추적이 가능하다. AF-S 속도도 문제 없다. 하지만 속도보다 정확도가 종종 아쉬웠다. 가끔 포인트 보다 앞쪽에 맞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가끔’이므로 크게 문제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 외 접점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EXIF 정보 반영이나 렌즈 보정기능 등은 네이티브와 동일하게 작동한다.

AF-C와 연사촬영을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을 포착했다. 네이티브에 근접하는 추적 성능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