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견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여기저기 자신의 분신을 선보이는 로봇을 보는 듯한 작업이다.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조합으로 탄생한 장치에서 나오는 고품질 이미지를 보고 있노라면,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CR Collective 개인전 <Retrojector> 전경, 2018, 렌즈, 조명, 오브제, 가변설치

<Argus Panoptes-8>, 2020, 렌즈, 조명, 오브제, 가변설치
Live Sketch

1 . 피사체 준비
사진 피사체는 대물렌즈 앞에 있지만, 이 작업의 피사체는 장치 내부에 위치한다. 장치가 이미지를 투사하는 방식은 세 가지 - 빛으로 오브제 표면을 반사하는 방법, 얇은 오브제를 유리 사이에 끼워 빛을 통과시키는 투영식, 그림자 만들기 – 다. 반사하는 방식은 실물 환등기와 같은 원리다. 빛의 반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브론즈, 스테인리스 스틸 등 광을 낸 금속 오브제 또는 크롬 칠을 한 오브제를 사용한다. (태양광 장난감은 조명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거나 모터에 의해 회전하는 움직임이 투사된다) 마지막으로 투영식과 그림자 방식을 위해 LED 램프를 개조한다.

2. 몸체 준비
견고하면서 작업하기 충분한 내부 공간을 가진 바비큐 그릴이나 철제 쓰레기통 등에 렌즈 장착을 위한 입구를 만든다. 본체에는
렌즈 외에 매입형 전기 콘센트, 퓨즈, 쿨링팬,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타이머를 설치하기도 한다. 부품들을 연결하는 전선은 작은
구멍을 뚫어 본채 내외부를 통과하며 연결한다. 부품을 연결하면서 생긴 틈으로 안쪽 빛이 새어 나와 장치의 형태를 드러내게 되
며, 동시에 쿨링팬에 의해 내부의 더워진 공기도 배출된다.

3 . 렌즈 장착
카메라 렌즈 또는 슬라이드 환등기용 렌즈가 주로 쓰이며, 때에 따라 대형 렌즈를 장착한다. 사진 속 렌즈들은 투사용이다. 새로운 작업에는 일종의 오목 렌즈를 사용하는데, 이는 엿보기(peep) 렌즈로, 눈을 렌즈에 가까이 가져다 대고 장치 내부의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투사식 매체는 그림자, 매직 랜턴, 필름 및 디지털 영화의 계보를 잇고, 엿보기 매체는 핀홀 박스, 조이트로프(zoetrope)를 비롯한 옵티컬 완구, 뮈토스코프(mutoscope), CCTV 등의 계보 안에 있다.

4 . 오브제 장착
장치 내부, 렌즈 뒤편에 설치될 오브제들을 안쪽에서부터 철제 빔에 부착하여 설치한다. 이후 스크린에 비추어 보면서 빛의 반사각도, 렌즈와의 거리 등을 조절해 최적의 위치를 결정한다.

5 . 램프 장착
LED 램프로 장치가 투사하는 오브제를 비추어가며 위치를 결정한다. 다음으로, 기타 전기 부품들을 모두 설치한 후 전선을 연결
한다. 전선 배선은 기능적 역할 외에도, 시각적 효과를 위해 색과 형태를 고려하여 디자인한다. 뚜껑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닫은 후 렌즈를 조절하여 이미지의 초점을 맞춘다.
신형섭 ‘조각으로서 미디어’, ‘재현으로서의 영상 이미지’에 대한 차이를 탐험하는 작가의 작업은 동시대 미디어 사용방식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SVA에서 Fine Art를전공했다. www.hyungsubs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