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사라진 자리에서:
전후 한일 사진의 시각성에 관하여
정훈의 퍼스펙티브
사진은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
— 얼굴 이후의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사진은 언제나 무언가를 보여주는 매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번 『월간사진』 1월호에서
정훈의 퍼스펙티브 칼럼은 그 믿음에 조용히 균열을 낸다.
이 글은 사건을 설명하지 않는 사진들에서 출발한다.
정주하의 《파라다이스》,
한영수의 목 잘린 말과 양담배 장수,
그리고 비신 주몬지의 얼굴 없는 초상들까지.
이 이미지들은 재난을 재현하지 않고,
전쟁을 고발하지 않으며,
역사를 서사로 봉합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무엇이 끝내 말해지지 않았는가.
정훈은 이 사진들을 따라가며
전후 한국과 일본 사진이 공유하는 하나의 태도를 짚어낸다.
그것은 얼굴을 통해 주체를 말하던 시대가 끝난 이후,
세계가 어떤 표면으로 남았는지를 응시하는 시선이다.
잘린 것은 말의 목이 아니라 우리의 시선이며,
지워진 것은 인물의 얼굴이 아니라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던 오래된 방식이다.
이 칼럼이 인상적인 이유는
사진을 윤리나 휴머니즘으로 환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민도, 고발도, 설명도 없는 자리에서
사진은 침묵한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재난이 ‘끝난 사건’이 아니라
세계에 체류하는 상태임을 감각하게 된다.
이번 글은
사진을 더 많이 보자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사진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지 않으려 해왔는지를 묻는다.
사진이 말을 멈출 때,
비로소 드러나는 세계의 구조.
그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질문이
『월간사진』 1월호, 정훈의 퍼스펙티브에 담겨 있다.
얼굴 이후의 사진,
침묵 이후의 세계를 사유하는 기록
『월간사진』 1월호에서 만나보세요.
—
사진전문매거진 월간사진
1월호 | 정훈의 퍼스펙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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