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문매거진 『월간사진』 3월호 | 양정아의 글로벌 다이어리 사진, 그 너머

2026-03-12 · ART_PHOTO

대표 이미지

영국 사진가 Sam Laughlin의

〈Gathering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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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모으는시간 #그리고월간사진
 


어떤 날의 빛은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창가에 오래 머무는 오후의 햇빛, 비가 그친 뒤 공기 속에 남아 있는 습기, 그리고 나무 사이로 천천히 이동하는 계절의 빛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그런 순간을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가지만, 가끔은 빛이 단순한 밝기가 아니라 시간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진 역시 그렇습니다. 사진은 빛을 기록하는 매체이지만, 우리는 대개 그 빛이 비추는 대상—사람의 얼굴이나 풍경, 어떤 사건의 장면—에 먼저 시선을 둡니다.

 

하지만 영국 사진가 Sam Laughlin의 작업은 조금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 그의 프로젝트 〈Gathering Light〉는 자연을 하나의 장면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변화의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그는 스코틀랜드 남부의 생태 복원 지역에서 약 6주 동안 도시 인프라와 단절된 환경 속에 머물며 작업했습니다. 전기와 수도가 없는 자연 속에서 그는 나무 사이를 이동하는 빛, 바람에 흔들리는 잎의 흐림, 계절의 미세한 변화를 조용히 기록했습니다.
 

이 사진들은 장엄한 풍경을 보여주기보다 빛이 머물고 시간이 쌓이는 순간을 이미지로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작품 〈하지 – 데어리 우드의 18시간 빛〉은 가장 긴 낮 동안 이어진 빛의 흐름을 한 장의 이미지 안에 담아냅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숲 풍경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그 안에는 긴 시간 동안 머물렀던 빛의 흔적이 겹겹이 남아 있습니다.

 

또 다른 작업 〈바람 연구 – 게임스호프의 자작나무〉에서는 보이지 않는 바람이 나무와 잎의 흔들림을 통해 이미지로 나타납니다. 정지된 장면이라기보다 자연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국제전시기획자이자 전시예술감독인 양정아의 연재 〈양정아의 글로벌 다이어리 – 사진, 그 너머〉에서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가 사는 시대의 이미지 감각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이미지를 보고, 찍고,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미지는 여전히 기다림과 머무름 속에서만 만들어집니다.

 

어쩌면 좋은 사진은 결국빛이 충분히 모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에게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빛과 시간, 그리고 자연의 느린 변화에 대해 더 깊이 읽어보고 싶다면사진전문매거진 월간사진 3월호에서〈양정아의 글로벌 다이어리 – 사진, 그 너머〉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이미지들 사이에서조금 더 천천히 사진을 바라보게 만드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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