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와 맞닿은 문화예술 _ GS칼텍스 예울마루

2020-12-24 · ART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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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밤바다에서 ‘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만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잔잔한 클래식 선율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뮤지컬 넘버도 즐길 수 있다. 사진 | 스튜디오연제형 with 임영규리터칭, 예울마루

 

 

전남 여수 망마산 자락 21만 평 대지에 자리 잡은 ‘예울마루’는 2012년 5월 개관한 남해안 남중권 문화예술의 메카다. 동시에 친환경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설계한, 여수 경제를 대표하는 GS칼텍스의 사회공헌 활동(CSR) 결정체이기도하다. 산과 바다를 잇는 형상의 유리 지붕이 트레이드 마크인 예울마루는 대극장과 소극장, 전시실, 분수광장, 산책로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예술공원이다. 이곳에선 으레 수도권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뮤지컬, 발레, 전시, 클래식 등이 선사하는 감동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다. 그야말로 산들바람과 바다 내음, 문화예술의 선율로 점철된 공감각인 셈이다.


예울마루의 자랑거리는 1,021석 규모의 대극장이다. ‘프로시니엄 아치형 구조(관객 시선을 무대에 쏠리게 하는 액자 형태)와 최첨단 음향시설이 관객의 눈과 귀를 황홀하게 만든다.’라는 호평 일색이다. 리허설룸음향시설에도 세심한 신경을 썼다. 덕분에 연주자들은 실전 같은 리허설, 리허설 같은 실전이 가능하다. 지휘자 정명훈이 “대극장과 리허설룸까지 완벽한 공연장”이라 말했을 정도다. 백건우, 손열음, 정경화, 조성진, 조수미 같은 음악가들이 예울마루를 다녀간 것만 보더라도 공연장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음향시설에 세심한 신경을 쓴 대극장 ⓒ 예울마루

(왼쪽) 진섬다리 위를 건너고 있는 아빠와 딸 ⓒ 김연제 / (오른쪽) 장도 전시관 ⓒ 예울마루

 

뮤지컬도 흥행 불패다. <노트르담 드 파리>, <맘마미아>, <시카고>, <지킬 앤 하이드> 같은 공연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높은 유료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 역시 공연장에 관해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서로의 호흡이 잘 전달되고, 공연자가 에너지를 받는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렇다고 예울마루가 공연 친화적 공간인 것만은 아니다. 두 개의 전시 공간이 있는 전시실도 눈여겨봐야 한다. 바닷가에 있음에도 24시간 똑같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까닭에 사진, 조각, 회화 등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장르의 전시를 개최할 수 있다. 그동안 전시실에선 여수 작가 전시뿐만 아니라, 조던 매터, 라이프, 한국 근현대미술 같은 블록버스터 전시가 열렸다.


예울마루가 완성된 문화예술을 선보이는 곳이라면, 2019년 5월 개관한 바다 건너 ‘예술의 섬’ 장도는 문화예술이 움트는 곳이다. 3만 평 부지에 창작 스튜디오, 전시관, 다도해 정원을 조성했다. 개관 6개월 만에 입도객 20만여 명을 돌파할 만큼,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장도의 장관은 단연 ‘진섬다리’다. 조수간만의 차이로 인해 하루 두 번 다리가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장도 바닷길이 열리자마자 진섬다리 위에 오르면, 신발 아래로 찰랑거리는 바닷물을 볼 수 있는데, 신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왼쪽) 장도로 가는 길, 진섬다리 / (오른쪽) 하늘 위에서 바라본 장도 전시관 ⓒ 예울마루

 

도시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빌바오 효과’다. 쇠퇴해가던 스페인 지방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경제적 부흥을 맞이한 현상에서 유래한 용어다. 비슷한 맥락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시름을 앓던 일본 농촌 마을 에치고츠마리가 ‘아트 트리엔날레’ 기획 이후 예술명소가 된 사례도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12년 개장 이래 예울마루에 다녀간 사람들은 약 88만 명(2019년 12월 기준)이다. 여수 인구가 약 29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여수 시민 2.5명 중 1명이 예울마루를 방문한 것과 다름없다. 더욱이 지난 11월 열린 조성진 리사이틀 티켓 예매는 몇 분 만에 끝났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예울마루에 주목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예울마루는 문화예술의 너울이 가득 넘친다는 뜻의 ‘예울’과 전통가옥 마루처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마루’가 만나 탄생한 이름이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관객의 관심과 공연자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진다면, 예울마루가 남해안 남중권을 넘어, 콘텐츠와 관객의 너울로 일렁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랜드마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루빨리 문화예술 하면 여수가 떠오르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장도와 여수 앞바다를 잇는 듯한 유리 지붕 ⓒ 김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