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사진, 그 트렌드를 보다

2020-12-29 · ART_BOOK

대표 이미지

예쁜 사진은 인기 인스타그래머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 인스타그램에서 ‘사진 좀 찍고’, ‘인기 좀 있다’하는 사람들의 사진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에디터 | 오찬석

 

Thema 1
그들의 톤·컬러

실존하는 인스타그램 컬러
사진업계에 있다 보니 ‘인스타그램 색감’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인스타그램이 익숙하지 않은 사진가에게 이 용어는 혼란의 여지가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젊은 세대들의 감성적인 색감’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런 용어가 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이 색감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걸까. 아니, 실존하기는 하는 걸까? 이에 에디터가 내린 결론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유명 계정들 상당수가 어느 정도 공통적인 스타일의 톤과 색감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공통분모에서 벗어나는 계정들 역시 피드에 올라온 사진의 우수한 퀄리티  덕분에 인기가 많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파스텔 톤? 아니 따뜻함이 포인트다
본격적으로 MZ세대의 대중 취향을 알아보자. 먼저 살펴볼 계정은 인영(@pic_a_pat_)이다. 최초로 게시한 사진은 올해 3월이며, 현재 5개월 만에 팔로워 수 5천 명을 돌파했다. 모든 사진에는 “색감이 너무 예쁘다.”는 칭찬 일색. 이 유저는 파스텔톤을 즐겨 사용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분홍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상적인 풍경에 구름과 하늘 그리고 달을 한 프레임에 담아낸다. 그렇다면 파스텔 톤이 핵심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확히는 감성을 자극하는 따뜻한 색감이 포인트다. 12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낭만배군(@_peppermint.b)의 피드를 살펴보면 파스텔 톤이라는 단어로만 정의하기 힘든 따뜻함이 있다. 그의 사진에는 주로 크로스프로세싱 기법 특유의 컬러 틀어짐이 존재하며, 이는 마치 필름으로 촬영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팔로워 7.5만 명의 트래블엘리스(@travelaaalice), 14만 명의 지니스타일(@jinifoto)역시 마찬가지다.

 


따뜻한 색감에서부터 유추했을지 모르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여성적인 성향의 색감이 유독 돋보이는 편이다. 이는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20대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강한 콘트라스트에 거칠고 자극적인 톤보다는 부드럽고 계조가 풍부한 이미지들이 인기가 많다. 그렇다고 여성들만 이런 톤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 전반의 대세로 자리 잡은 이유로 남성들 역시 이런 톤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팔로워 11.9만의 여행 인스타그래머 김상수(@yoribogo_)의 사진을 보면 여성적인 톤의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그의 사진은 맑고 청아하며, 풍부한 계조를 담고 있다. 계조를 위해 쉐도우 톤을 조금 밝게 만드는 편이다. 정적인 구성을 구사하며, 과하지 않은 포즈의 자신이 모델로 등장한다. 그의 사진들에는 감수성에 대한 칭찬과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려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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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영(@pic_a_pat_)은 분홍색 중심의 파스텔톤으로 자신만의 표현한다. 그렇게 일상적인 사진을 하나둘 선보이다보니 5개월 만에 5천 명의 팔로워를 확보한 인스타그래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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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 팔로워의 낭만배군(@_peppermint.b)은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사진을 업로드한다. 이 감성은 색감과 오묘한 색감과 풍부하고 부드러운 톤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다.




 

 

Thema 2
그들의 조형미

 

일상을 디자인하는 그들
이번에 이미지를 분석하면서 조금 놀라웠던 점은, 인스타그램에는 의외로 완벽한 조형미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형을 다루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기본 요소인 점·선·면을 이해하고 이를 프레이밍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빠르게 촬영하는 사진의 특성상 우연성(사진 내에는 의도치 않은 우연적 요소들이 필연적으로 포함된다)을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인스타그램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역시나 이러한 기본기를 확실하게 갖춘 사진들이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인스타그램에서 ‘#네일아트’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엄청나게 많은 샵 홍보용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게 중 인기 게시물로 상위에 뜨는 것들을 보면, 단순히 손톱을 찍더라도 그냥 촬영하지 않는다는 것. 예컨대 팔로워 3.8만의 올슨네일(@moonvely)은 손을 쥐고 있는 자세는 물론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그림자와 살짝 비치는 옷 소매까지 조형을 고려해 네일아트를 촬영한다. 팔로워 1.5만의 집밥스타그램(@apeach_88)은 집에서 한 요리들을 정갈하게 배치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탑뷰로 군더더기 없이 안정적인 조형을 구사한다.

 


정적인 구성이 좋다?
거듭 강조하지만, 인스타그램의 대세는 차분하고 감성적이며 여성적인 사진이다. 그래서인지 역동적이기보다는 정적인 조형이 선호된다. 가령, 수평·수직을 일부러 비틀어 강렬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칼같이 맞춘 사진이 많다. 또한 시선을 분산시키는 복잡한 요소들을 프레임에서 제외시킨 깔끔한 이미지가 선호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인스타에서 활동하며 3.8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스냅 사진가 할스바나(@snap_halsbana)는 한층 더 고차원적인 프레이밍을 구사한다. 자칫 잘못하면 시선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한 이미지에 담아내고, 이를 비대칭적 균형으로 풀어나가 지저분해 보이지만 보는 이의 시선은 편안하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반면, 스스로를 무채색과 선을 좋아하며, 색이 없는 게 자신의 색이라 소개하는 주성(@kimjoosungg)은 선의 형태를 드러내는 조형을 주로 구사한다.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들은 과감하게 빼내고, 무채색 속에서 약간의 색을 남김으로써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세로포맷 사진이 대세다
인스타그램 초창기, 플랫폼의 아이덴티티는 정사각형 사진에 있었다. 당시 모든 이용자들은 정방형 포맷으로만 사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랬던 인스타그램이 2015년 8월을 기점으로 가로 및 세로 포맷 사진도 올릴 수 있도록 업데이트되었다. 그리고 현 시점, 인스타그램의 대세는 세로 포맷이다. 이는 화면 전환을 하지 않은 채 모바일로 사진을 감상하는 인스타그램의 특성 때문이라고 유추된다. 간단히 말해, 스마트폰 화면에서 가로 사진은 아주 작게 보인다. 정사각형은 가로 사진보다 조금 더 크고, 세로 사진은 훨씬 더 크게 노출된다. 사진은 크게 볼수록 강한 인상을 받는 데다가, 스크롤하며 빠르게 소비하는 인스타그램 콘텐츠의 특성상 조금이라도 더 시선을 잡아끄는 사진이 선호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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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팔로워의 주성(@kimjoosungg)이 촬영한 사진. 무채색에 가까운 모노톤에 피부 부분만 약간의 채도를 남겨둠으로써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들은 과감하게 빼내고 선이 돋보이도록 프레이밍하여 조형미를 구현했다. 하단에 사선 두개를 비대칭적 균형으로 배치하여 조형적 단조로움을 피하고 풍부한 사진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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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만 팔로워를 보유한 스냅사진가 할스바나(@snap_halsbana)의 사진. 보통 프레이밍 할 때 제외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지저분한 요소들을 오히려 조형적으로 배치해 안정적인 구성을 완성했다. 또한 빨간색 모노톤으로 다소 단조로울 수 있었던 프레임 내에 이와 대비되는 텔레비전 화면의 배치는 시선을 잡아끄는 역할을 한다.



 

 

Thema 3
그들의 콘셉트

 

피드, 하나의 작은 미술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 전시회를 갔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지금 발걸음을 하나 둘 옮겨가며 벽면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천천히 음미하고 있다. 첫 번째 작품은 그럴싸한 음식 사진으로 매우 밝은 분위기에서 촬영되었다. 두 번째 작품은 작가의 초상사진이다. 굉장히 우울한 분위기로 연출되었다. 세 번째 작품은 하늘과 구름이 함께 어우러진 파스텔톤의 건축 사진이다. 네 번째 작품은 맥도날드의 빅맥 세트···. 자 이제 현실로 돌아오자. 소감이 어떠한가. 에디터는 단언컨대 이 전시회는 작가의 지인을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제의 통일성도 사진적 스타일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피드는 이런 전시회와 유사하다.



사진의 주제 또는 소재를 통일할 것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사진가들을 보면 피드에 콘셉트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보인다. 어느 날은 음식사진을 게시하고, 어느 날은 여행 동안 촬영한 풍경사진을 업로드 하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제품사진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올라오는, 휴대폰으로 촬영한 일상의 한 조각. 소통의 창구로써 추억을 아카이브하는 형태로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위에서 설명한 전시회와 유사하다. 보다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고, 전략적으로 피드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콘셉트가 분명하다. 가령 스냅사진만 올라오는 피드, 길거리에서 촬영한 패션사진을 게시하는 피드, 파인아트 성향이 짙은 피드, 조금 더 특별하게 콘셉트를 잡는다면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가 직접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처럼 꾸미기도 한다(@bichon_joseph). 이렇게 관리된 피드는 유저를 보다 전문적인 사진가로 비춰지게 할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팔로워로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진정한 고수는 일관된 스타일을 고수해
인스타그램 피드는 단순히 주제와 소재의 통일뿐만 아니라, 사진적 스타일 역시 콘셉트가 분명한 계정들이 인기가 많다. 가령 앞서 소개한 인영(@pic_a_pat_)의 피드는 감성적인 파스텔톤과 하늘 구름 그리고 달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1.2만 팔로워의 오하요(@oh_hayo)는 밝은 분위기로 피드를 꾸미며 흰색이 자주 등장한다. 캠핑을 콘텐츠로 하는 사성(@photo_sasung)은 얕은 피사계심도와 망원계의 렌즈 그리고 진득한 색감으로 영화 같은 분위기로 피드를 관리하고 있다.

 

파스텔제주(@pastel_jeju)

현재 팔로워 수 약 9천 명을 갖춘 파스텔제주는 제주도에서 스냅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이다. 그런 만큼 피드는 커플들의 달콤한 스냅사진들로 가득하다. 프로필에 ‘영원히 기억될 둘만의 동화 속 이야기’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 말처럼 사진가는 마치 동화에 온 듯한 분위기를 사진 속에 담아낸다. 파스텔톤의 색감을 즐겨 사용하며, 종종 사진에 ‘두시의 동화’라는 텍스트를 명조체로 새겨넣는다. 이는 스냅 업체의 이름으로, 실제 커플작가가 촬영한다는 의미와 오후 두시의 따뜻함을 동시에 담고자 하는 작가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사진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상적인 내용이나 뒷이야기들은 주로 스토리와 하이라이트를 통해 전하고 있다. 또한 자신을 모델로 커플 사진을 촬영하기도 하여, 팔로워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다.

 

 

이종범(@picn2k)

피크닉, 아이디부터 마치 소풍을 떠나야 할 것만 같다. 무려 21만 팔로워를 갖춘 이종범은 여행 사진으로 피드를 메운다. 제주도부터 치앙마이, 스위스, 독일, 프라하, 페루, 캘리포이나, 모스크바, 뉴욕, 프랑스, 도쿄, 뉴질랜드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사진들 하나하나가 따뜻하고 조형적이며 우수한 계조를 표현한다. 피드를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이종범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사진 및 비디오 앱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어플리케이션 ‘피크닉카메라’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자신의 색감을 프리셋으로 반영한 카메라 앱이 이정도 끌 정도라면, 이 사람이 인스타그램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얻고 있는지 알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