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디자인하는 그들
이번에 이미지를 분석하면서 조금 놀라웠던 점은, 인스타그램에는 의외로 완벽한 조형미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형을 다루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기본 요소인 점·선·면을 이해하고 이를 프레이밍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빠르게 촬영하는 사진의 특성상 우연성(사진 내에는 의도치 않은 우연적 요소들이 필연적으로 포함된다)을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인스타그램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역시나 이러한 기본기를 확실하게 갖춘 사진들이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인스타그램에서 ‘#네일아트’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엄청나게 많은 샵 홍보용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게 중 인기 게시물로 상위에 뜨는 것들을 보면, 단순히 손톱을 찍더라도 그냥 촬영하지 않는다는 것. 예컨대 팔로워 3.8만의 올슨네일(@moonvely)은 손을 쥐고 있는 자세는 물론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그림자와 살짝 비치는 옷 소매까지 조형을 고려해 네일아트를 촬영한다. 팔로워 1.5만의 집밥스타그램(@apeach_88)은 집에서 한 요리들을 정갈하게 배치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탑뷰로 군더더기 없이 안정적인 조형을 구사한다.
정적인 구성이 좋다?
거듭 강조하지만, 인스타그램의 대세는 차분하고 감성적이며 여성적인 사진이다. 그래서인지 역동적이기보다는 정적인 조형이 선호된다. 가령, 수평·수직을 일부러 비틀어 강렬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칼같이 맞춘 사진이 많다. 또한 시선을 분산시키는 복잡한 요소들을 프레임에서 제외시킨 깔끔한 이미지가 선호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인스타에서 활동하며 3.8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스냅 사진가 할스바나(@snap_halsbana)는 한층 더 고차원적인 프레이밍을 구사한다. 자칫 잘못하면 시선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한 이미지에 담아내고, 이를 비대칭적 균형으로 풀어나가 지저분해 보이지만 보는 이의 시선은 편안하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반면, 스스로를 무채색과 선을 좋아하며, 색이 없는 게 자신의 색이라 소개하는 주성(@kimjoosungg)은 선의 형태를 드러내는 조형을 주로 구사한다.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들은 과감하게 빼내고, 무채색 속에서 약간의 색을 남김으로써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세로포맷 사진이 대세다
인스타그램 초창기, 플랫폼의 아이덴티티는 정사각형 사진에 있었다. 당시 모든 이용자들은 정방형 포맷으로만 사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랬던 인스타그램이 2015년 8월을 기점으로 가로 및 세로 포맷 사진도 올릴 수 있도록 업데이트되었다. 그리고 현 시점, 인스타그램의 대세는 세로 포맷이다. 이는 화면 전환을 하지 않은 채 모바일로 사진을 감상하는 인스타그램의 특성 때문이라고 유추된다. 간단히 말해, 스마트폰 화면에서 가로 사진은 아주 작게 보인다. 정사각형은 가로 사진보다 조금 더 크고, 세로 사진은 훨씬 더 크게 노출된다. 사진은 크게 볼수록 강한 인상을 받는 데다가, 스크롤하며 빠르게 소비하는 인스타그램 콘텐츠의 특성상 조금이라도 더 시선을 잡아끄는 사진이 선호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