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백 / Interlude _ 허수정

2021-01-04 · ART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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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백 Flashback

현재 시점에서 과거에 일어난 일을 묘사하는 기법 또는 장면을 의미한다. 벌어진 일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거나, 등장인물의 성격이 형성된 원인 등을 보여줄 때 사용된다. 1930~40년대 추리 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으며, 오슨 웰즈의 <시민 케인>(1941)이 대표적인 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기법과 장면’이라는 작업 내적인 측면에서 <Interlude>는 ‘플래시백’과 다소 거리가 있다. 여느 ‘플래시백’ 작업과는 달리, 과거 사건을 지칭하는 구체적인 장면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업 외적으로 본다면, 허수정의 작업은 ‘플래시백’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하다. <Interlude>를 처음 마주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보자마자 그의 지난 작업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전에는 직접 찍은 흑백사진에 거친 질감을 덮어 현실감을 줄이고 거리감을 극대화했다면, 이번 작업은 일상의 파편을 보는 듯 낭만적이다. 또한,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특정 시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혹은 갇히는) 경험을 하게 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강한 인상과 감정이 없더라도, 작업에선 무언가를 상기하게 하는 이상한 마력이 느껴진다. <Interlude>는 영상과 5채널 오디오로 이뤄진 설치 작업으로, 사진은 벼룩시장에서 구한 불특정 다수의 기록물(가족 앨범 같은)을, 오디오는 음성사서함, 투병일기 등을 활용했다.

 

 

 

 

명확하지 않은 인물의 얼굴과 부정확한 목소리를 조합한 것이, 다시 말해 누군가의 기록과 기억을 재구성한 것이 마치 ‘할머니 무릎 위에서의 구전 체험’을 하는 듯하다. 조금씩 달라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상상을 했던 일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이 연장선에서 드는 궁금증이 있다. ‘내가 그 시간 그곳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 재가공된 타인의 기록물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지속해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우리가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러나 무의식중에 공유하고 있는 집단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일까. 혹, ‘현실의 자국’을 넘어 디지털 가내수공업으로 탄생한 사진에서도 무언가를 떠올리게 된다면, 우리는 사진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기록과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사진의 확장은 촬영자보다 수용자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일까. 결론적으로 <Interlude>는 ‘존재의 증명’과 ‘부재의 증명’ 사이에서 시간 여행을 고민하게끔 한다. 무수히 많은 질문이 이를 방증하지 않는가. 또한, 더 나아가서는 ‘푼크툼’이라는 사진을 감싸고 있는 수호 정령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만든다. 어찌 됐든 ‘푼크툼’은 ‘대상이 존재했음’을 바탕으로 논의된 개념이니, <Interlude>를 과거 개념을 전복하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는 앞서 말한 ‘허수정 작업은 플래시백 그 자체’라는 말의 증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Sooj Heo 사진과 설치를 이용, 기억과 우연, 향수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다.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 중이다. soojheo.com